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이 궁금하신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내용을 자꾸 잊어버리진 않으시고요? 책으로 습득한 내용을 글쓰기와 연관시키고 싶다는 생각은요? 모두 내 이야기 같다면 이 글에 주목해주세요.

몇 달 전 라이팅듀오 구독자님께서 『제텔카스텐』이라는 책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어 바로 구입했는데요. 쉬운 듯하면서도 복잡한 개념이라 바로 콘텐츠를 만들지는 못했어요. 아직 ‘제텔카스텐’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일차적으로 구독자님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우선 시작해봅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실 것 같지만 ‘제텔카스텐’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 테니 오늘은 개념 소개 위주로 말씀을 드려볼까 해요.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은 독일어 ‘zettel(종이 쪽지)’과 ‘kasten(상자)’의 합성어예요. 독일의 사회학자인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이 고안한 학습력 향상 도구인데요. 쉽게 말하면 ‘효율적인 메모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니클라스 루만의 실제 메모 상자와 메모들

꼭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메모’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자신에게 꼭 맞는 메모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날로그 식으로 해야 할지 디지털이 더 편할지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메모를 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효율적인 방법으로 메모를 한다면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양한 맥락으로 연결될 수 있고, 글쓰기의 막막함을 줄여줄 수 있으며, 일하는 방식을 확연하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제텔카스텐’을 고안했다고 알려진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은 번역서를 제외하고도 58권의 책을 썼고 35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공무원으로 일하던 사람이 ‘제텔카스텐’이라는 방법으로 1년 만에 박사학위를 따고 사회학 교수로 임용되었다는 말을 들으니까 솔깃하더라고요.

제텔카스텐의 작동 방식

제텔카스텐의 작동 방식은 복잡하지 않아요. 먼저 크게 두 개의 메모 상자가 있어요. 하나는 서지정보(책제목, 저자명, 발행년도 등)를 모아둔 ‘서지 메모 상자’이고, 다른 하나는 ‘본(本) 메모 상자’입니다. 물론 휘발적으로 사용하는 임시 저장 상자도 있긴 한데 크게는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 서지 메모 상자: 루만은 무엇이든 읽을 때마다 카드 용지 한쪽 면에 서지정보를 적고, 뒷면에는 읽은 내용에 대한 짤막한 메모를 남겼어요. 그런 다음 이 메모들은 서지 메모 상자에 넣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언어로 풀어서 메모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책에 밑줄을 긋거나 책의 내용을 필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내용을 적는 겁니다.
  • 본 메모 상자: 그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적은 짤막한 메모를 들여다보면서 이것이 자신의 고유한 생각인지, 자신이 창작하는 글들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따집니다.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시 빈 종이에 자신의 아이디어, 논평, 생각을 적고 본 메모 상자로 옮깁니다. 이 단계에서의 관건은 메모를 살펴보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건데요. 여러 아이디어를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제텔카스텐의 목표이기 때문에 본래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수정하거나, 뒷받침하거나, 혹은 추가되는 내용을 기록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진행이 됐다면 이제 메모 상자의 ‘어디’에 넣을지를 결정하는 단계가 남습니다. 각 메모는 관련 있는 메모 ‘뒤에’ 보관해야 합니다. 어떤 메모와 연결할지 아직 정하기 어렵다면 그냥 맨 뒤에 넣어두라고 하네요. 저는 제텔카스텐의 가장 독특한 지점이 바로 이 ‘뒤에’ 보관하라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어떤 메모의 ‘뒤에’ 넣기 위해서는 이전의 메모들을 다시 훑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잖아요. 메모가 많아지면 어떤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도 대강은 알아야 하고요. 위치를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글감이 떠오르고 각각의 맥락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중에 글을 쓸 때가 되면 메모 박스를 열어 메모를 읽어나가고, 메모를 조합해 글의 개요를 잡으라는 게 이 책의 조언입니다. 메모가 잘 되어 있다면 기본적인 글의 뼈대, 즉 목차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임에는 틀림없고, 꼭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창의성을 높이는 데 유용할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서 느낀 점을 이런 식으로 정리할 수도 있고,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볼 수도 있겠네요.

아날로그 식으로 종이에 펜으로 적어도 되지만, 디지털 도구들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구독자님이 책 추천과 함께 보내주신 자료에는 롬리서치(Raom Research)와 옵시디언(Obsidian)이라는 앱이 소개되어 있었는데요. 사실 저는 제텔카스텐을 바로 실행한 뒤 구독자님들과 공유하려다가 이 디지털 도구에 막혀서 몇 달을 흘려보냈답니다. 아주 어려운 도구들은 아니지만 약간의 장벽이 있었어요. 롬리서치는 유료, 옵시디안은 무료이며, 옵시디안의 초기 세팅은 다소 복잡하다는 특징이 있네요.


저는 요즘 ‘글쓰기’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더 자주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 해야 했지만 고민에 빠졌다고 해야 될까요.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제텔카스텐을 해보고 몇 달 후 구독자님들께 성과를 공유해보려 해요. 이번에는 디지털 도구에 막히지 않도록 아날로그 식으로 도전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