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글쓰기 관련 주제들을 많이 다루었던 것 같아서 오늘은 조금 가벼운 주제를 가지고 와봤어요. 여러분들은 유튜브 많이 보시나요? 저는 TV나 넷플릭스는 거의 보지 않지만 유튜브는 자주 시청하는데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더 이상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을 때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지난 달 라이팅듀오 새해 라이브를 진행했을 때 저희 구독자님 중 한 분은 유튜브를 많이 안 본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자꾸 개미지옥처럼 빠져듭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어떤 채널을 주로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서로 공유를 안 하면 보던 것만 계속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방송이나 신문으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 시대에는 온 국민이 같은 것을 봤다면, 유튜브, SNS 같은 개인미디어 시대에는 서로 다른 걸 보게 되잖아요. 개인화가 좋은 점도 있지만 나름의 문제도 있죠. 공동체가 와해되거나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들이요. 내가 매일 접하는 100만 유튜버를 누군가는 처음 들어봤다고 할 때 놀라게 됩니다.

저는 요즘 사람을 만날 때마다 요즘 무엇을 구독하는지 물어보곤 해요. 꼭 유튜브 채널뿐만이 아니라 상대가 어떤 미디어를 통해서 사회와 소통하는지 궁금해요. 전근대시대에는 마을 공동체 안에서 직접 대면을 통해 사회를 마주했다면, 현대는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 간접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잖아요. 상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어떤 미디어를 주로 소비하는지 알고 싶어집니다.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지만 제가 어떤 유튜브 채널을 주로 구독하는지부터 얘기해볼게요. 저는 사실 제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조금 부끄러워하는 편이라 약간 어색하네요. 감성작가가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을 미리 봤어야 하는데 싶기도 하고요.

딩동댕대학교

EBS <자이언트 펭TV>의 박재영 PD가 새로 만든 프로그램인데요. 아직 EBS에 정규편성은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유튜브를 통해서만 송출하는 만큼 좀 더 자유로운 대화가 오고가요. 주인공은 낄희 교수님과 붱철 조교인데요. 어린 시절 ‘딩동댕 유치원’이라는 인형극에서 보았던 인형들이 성우의 목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형식이에요. 코끼리 캐릭터의 낄희 교수님은 원래 이금희 아나운서가 목소리 연기를 담당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바뀌었더라고요. 부엉이 캐릭터의 붱철 조교는 논문을 못 써서 졸업을 못하고 있는 컨셉이죠. 제가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뭔가 감정이입이 되면서 붱철 조교의 대사에 현웃이 터지곤 합니다. 재밌는 코너가 많은데요. ‘딩동댕보건실’이라는 코너에서는 ‘고장(고쳐주는 선인장)’이라는 선인장 인형이 나와 마음챙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요.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의사 유튜버인 닥터프렌즈의 오진승 선생님이 성우를 맡고 있다고 해요. 적절한 해결책을 주면서도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이 좋았어요.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의사 선생님들이 나와 성교육을 진행하는 영상도 재밌어요. EBS의 교육적인 이미지와 붱철 조교의 선 넘는 발언이 적절하게 섞여서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최재천의 아마존

‘통섭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에요. 최재천 교수는 생물학자로, ‘개미’가 전공분야라 ‘앤트맨’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죠. 저는 대학생 때 이 분의 책을 처음 읽었던 것 같아요. 그는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이자 자신의 스승인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의 책을 번역하면서 제목을 ‘통섭’이라고 붙였었죠. 한때 통섭이라는 말이 엄청 유행이었죠. 제가 이 유튜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평소 최재천 교수의 책이나 그의 칼럼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 이후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함께 하는 삶에 관심을 두면서 부터인데요. 앞으로는 자연, 동물, 식물, 그리고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아닌 존재, 그러니까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고려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봐요. 요즘은 학문 분야에서도 전공과 관계없이 인간과 비인간의 조화를 주장하는 신유물론적인 입장이 많이 보이는데요. 최재천 교수의 유튜브 채널은 이러한 트렌드를 쉽게 풀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유튜브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다”라는 발언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해당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해보면 이는 반어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해 너무 계산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이처럼 사회문제, 더 넓게는 지구와 온 우주의 문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라 독보적이라 생각합니다.

장동선의 궁금한 뇌

뇌과학자인 장동선 박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저는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가 나오는 영상도 자주 보는데요. 장동선 박사는 좀 더 과학의 관점에서 현재 우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작년부터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정말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 유튜브 채널의 한 영상에서는 메타버스를 뇌과학의 입장에서 설명합니다.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우리 뇌가 진짜 세상과 가상세계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해요. 우리 뇌가 바깥에서 오는 정보는 똑같은 전기 신호로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처럼 기존에 메타버스에 대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통념을 깨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는 점이 좋았어요. 그는 스스로를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부르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해주는 사람이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이런 사람들을 좋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지만요. 자신이 가진 지식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는 모습을 응원하고 싶어 영상을 잘 챙겨보고 있습니다.

kiu기우쌤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한 번쯤 보셨을 유튜브 채널이에요. ‘세상 제일 망한 머리 대회’라는 코너 제목으로 헤어 스타일리스트인 기우쌤이 망한 머리를 수습하는 영상인데요. 왜 제가 남의 망친 머리를 보고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망한 머리가 기우쌤의 손을 타고 회복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매 영상마다 의뢰인과 적절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도 그의 눈이 의뢰인의 머리에 고정되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아요.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장인의 풍모가 있는 분들은 자꾸 눈여겨보게 됩니다.

레어리 RareLee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알게 된 채널인데, 이 채널도 기우쌤의 영상처럼 신기해서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연예인들은 스타일리스트가 있지만 일반인들은 스스로 해야 하잖아요. 그럴 때 이 레어리라는 유튜버가 체형과 얼굴형에 따라 무엇이 어울리고 무엇이 어울리지 않는지 설명해줍니다. 어떤 옷이 예뻐서 샀는데 생각보다 안 어울리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이 유튜버는 체형별 가디건 안 어울리는 유형, 바지보다 치마가 어울리는 특징, 머리 푼 게 더 잘 어울리는 유형처럼 여러 상황에 아이템을 대입해 그 이유를 알려줍니다. 이 채널을 통해 좀 더 스타일이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기보다는 설명하는 방식이 논리적이라서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사진 자료를 가지고 3분 내외로 설명을 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유형을 분류하고 최적의 스타일을 찾아준다는 게 신기해요. 사진을 보내면 퍼스널 컬러와 헤어 디자인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하는데, 대학교 수강신청 급으로 금방 마감된다고 하니 스타일에 고민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이용해보세요.

국립현대미술관

재미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볼거리가 많은 채널입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콘텐츠가 강화된 것 같아요. 저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가기 전 유튜브로 큐레이터 전시 해설을 듣고 가곤 해요. 전시를 좀 더 효율적으로 볼 수 있어서요.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 자주 클릭하는 영상은 ‘작가 인터뷰’인데요. 아카이빙의 목적인지 꽤 많은 작가들의 인터뷰가 업로드 되어 있더라고요.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걸 좋아해요.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해나갔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작가의 고민이 느껴져서 좋은 것 같아요. 국립현대미술관뿐만 아니라 서울시립미술관 유튜브에도 다양한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요. 도슨트 전시설명이나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가 자주 들르는 채널은 아니지만 출판 관련 정보를 찾을 때 유용한 채널이 있어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산업을 진흥하려는 목적에 의해 설립된 공공기관인데요. 출판콘텐츠제작이나 출판물 수출 등을 담당하고 출판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주로 하는 곳이에요. 저는 뉴스레터를 받아보면서 이곳에서 진행하는 무료 강의를 수강하곤 하는데요. 강의가 끝나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가 되더라고요. 실시간 강의를 놓쳤더라도 원하는 시간에 다시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라고 해서 작가들도 출판사가 인세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는데요.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에도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이용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외에도 출판산업 컨퍼런스나 해외 출판시장 동향 같은 내용들도 영상으로 올라와 있으니 한 번쯤 들러보시고요.


더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보고 싶으시다면 『유튜브 트렌드 2022』을 참고해보세요. 책의 저자는 저희가 함께 하고 있는 미디어스피어의 COO이자 씨로켓의 운영자인 김경달 님인데요. 책이 출간되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네요. 유튜브 인사이트에 대한 대담이 실려 있고, 저는 유튜브 채널을 추천한 부분이 좋았어요. 유튜브를 많이 본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채널이 대다수더라고요. 알고리즘 추천에 질렸다면 한 번쯤 참고해보실만 합니다.

여러분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도 댓글로 남겨주세요. 재밌는 채널 추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