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미술 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시각 이미지를 활용한 글쓰기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대중문화를 연구할 때에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작품을 분석할 일이 많았었는데요. 전공을 바꾸다보니 요즘은 회화나 조각, 설치 같은 정적인 이미지를 글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을 분석할 때에도 ‘컷’ 별로 화면을 나눈 뒤 이미지에 대해 서술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대상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건 비슷하지만, 단 하나의 이미지를 글로 설명하는 것은 감각의 영역을 포함하기에 나름의 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시각 이미지를 활용한 글쓰기에 도움을 받을 만한 책을 중심으로 ‘이미지로 글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제가 얼마 전 발행한 <2022년 새해 책 추천>이주은 저자의 『그림에, 마음을 놓다』라는 책이 있었는데요. 저자가 작년 말에 『이미지로 글쓰기』라는 신간을 내셨더라고요. 미술 글쓰기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 저는 명확하면서도 쉽게 풀어쓴 글을 좋아해서 이 책을 펼쳤습니다. 미술작품을 글로 설명해야 하는 전공자에서부터 SNS에 미술 관련 글을 올리는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이미지와 글을 넘나들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고 하네요.

이미지를 글로 바꾸는 순서

저자는 이미지를 글로 바꾸는 순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이미지를 관찰 → 보이는 것을 그대로 묘사 → 보이는 것 너머의 의미를 상상 → 묘사와 연상을 합하여 전체 의미를 추론

당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관찰’ ‘묘사’에 중점을 두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보자마자 거창한 의미가 추출되지 않잖아요. ‘관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글쓰기의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어떤 미술비평가가 자신은 취재를 하러 갈 때 한 작품 앞에서 최소 15분을 머문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사실 영상 작품이 아닌 이상 한 작품을 15분 동안 보는 건 생각보다 긴 시간이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들여서 작품을 꼼꼼히 관찰하다보면 작가의 의도와 가까워지고 나의 감응능력도 배가되죠. 철학자 강신주도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에서 자신은 시 한 편을 읽을 때 15분이 걸린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시는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지만 시각적인 요소도 포함하고 있는 만큼, ‘관찰’과 잇닿아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묘사’인데요.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는지, 이미지를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최대한 많이 나열해보는 것이죠. 가령 지상파 방송의 8시 뉴스 프로그램 장면도 하나의 ‘이미지’로 생각해서 분석해볼 수 있는데요. 화면을 일시정지 해두고 시각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다음과 같이 써보는 겁니다.

  • 왼편에는 남성 앵커가, 오른편에는 여성 아나운서가 앉아있다.
  • 남성 앵커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고, 여성 아나운서를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다.
  • 남성 앵커는 남색의 정장과 넥타이를, 여성 아나운서는 직선 칼라의 흰색 정장을 입고 있다.
  • 스튜디오 배경은 파란색이며, 조명 또한 푸른빛을 사용하고 있다.
  • 텍스트의 CG는 흰색 바탕에 남색 글자이며, 폰트는 고딕 계열이다.
  • 뉴스의 어깨걸이는 시청자 기준 우측 상단이며, 흰색 글자에 고딕 계열 폰트를 사용한다.

이런 식으로 ‘묘사’를 해나가다 보면 보이는 것 너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요. 가령 앞의 묘사에서는 인물과 배경, 글자 모두 ‘파란색’ 계열을 주로 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왜 붉은 계열이 아닌 푸른 계열일까 생각을 해보면, 뉴스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사실만을 전달해야 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잖아요. 붉은 계열을 보면 아무래도 감정이 동요되는 경향이 있죠. 종편 뉴스는 앵커의 의상이나 스튜디오 뒤 배경에 붉은 색을 쓰는 경우도 있어요. 이유는 설명 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죠. 이처럼 ‘묘사’를 통해 ‘보이는 것 너머의 의미를 상상’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 전체 의미를 추론하고 종합하는 단계로 진전시키는 것이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이미지로 글쓰기’ 단계입니다.

현대미술작품에 대해 글을 쓴다면

대략 이런 과정을 거쳐 이미지를 텍스트로 바꾸지만, 겉만 보고는 알기 어려운 현대미술작품도 있죠. 저자는 현대미술작품에 대해 글을 쓰는 상황도 이야기합니다.

1) 표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은 어떤 의미를 주는지 살펴본다.

2) 무언가 논리에 어긋난 이상한 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낸다.

3) 1과 2를 비교해보고 그 차이의 지점에서 새로 발생하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이미지를 글로 바꾸는 순서는 같지만, 현대미술작품에서는 표면적인 이미지와 논리에 어긋난 점을 함께 보라는 제안이지요. 마르셸 뒤샹의 변기 작품을 예로 들어보면, 화장실에 있어야 할 ‘변기’라는 오브제가 도대체 왜 미술관에 놓여 있는지 의문이 들잖아요. 논리적으로 어긋난 지점을 찾아내 기존의 의미와 차이점을 서술해보라는 것입니다.

현대미술작품에 대한 글쓰기는 길다 윌리엄스『현대미술 글쓰기』라는 책에도 자세히 설명돼 있는데요. 그는 현대미술은 비평을 통해 완성된다고 봐야 할 정도라고 이야기하면서 견고하게 받쳐주는 글 없이는 어떤 작품도 현대 예술 시스템 안에서 관심을 얻기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길다 윌리엄스는 누구나 작품을 접하고 나서 느낀 반응을 글로 쓸 수 있지만(쉬운 부분), 훌륭한 현대미술 글쓰기는 그런 반응이 어디서 나오는지 보여주고 그 타당성을 납득시킬 수 있다(어려운 부분)고 말합니다. 그는 독자가 글에 공감하게 만들어야 하고,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 당신은 글의 주제에 대해 통찰력을 얻었다.

+ 이 작품은 감상할 가치가 있다(또는 없다).

+ 필자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노골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금물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당신은 –을 느낄 것이다’, ‘감상자는 –하는 반응을 한다’ 등의 표현을 삼가라는 것이지요. 독자의 반응을 강요하기보다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초점을 맞추면서 통찰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의 출발이 고민된다면

작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즐기고, 쉬운 말로 표현하는 이 어려운 과정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이주은 저자는 글의 출발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이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이 주제는 현재의 나에게 무슨 의미를 주는가?’, ‘이것이 지금 다시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과 같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런 질문들을 나의 관심사에서 다수의 관심사로 자연스럽게 옮겨놓으면서 독자들을 내 글 속으로 끌어들이라고 제안합니다.

글의 도입부에서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나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밝히고, 기존 논의들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해도 좋고요. 다시 논의되어야 하는 까닭이나 수정되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좋겠지요.

이주은 저자는 숙달된 작가가 아니라면 원고지 20매(A4 3장) 정도 되는 글을 쓸 때 핵심어는 3개 정도가 적합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핵심어가 3개를 넘어서면 이 얘기 하다가 저 얘기 하다가 글이 뒤죽박죽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인데요. 양손으로 3개의 공을 가지고 던져 올렸다가 받는 놀이를 한다고 상상하며 글을 쓰라는 조언이 재밌으면서도 와닿았어요. 3개의 공으로 저글링을 시작했다면 어느 하나도 떨어뜨리지 말고 끝까지 3개 모두 받아내야 한다고 따뜻한 조언을 남기네요.


누군가는 작품을 감상하고 스스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이미지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을 쓴 수전 손택“모든 예술 논평의 목적은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남긴 것처럼, 누군가는 여러분이 쓴 미술 글을 통해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