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감성작가가 입주해 있는 마포출판문화센터 Platform-P에는 큐레이션된 다양한 책들이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여러 책 중 몇 달 전부터 제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는데요. 바로 『고종석의 문장』이라는 책입니다. ‘아름답고 정확한 글쓰기란 무엇일까’라는 부제가 붙어있었는데요. ‘아름답고 정확한 글쓰기’는 제가 할머니가 됐을 때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여서 자꾸 눈길이 갔어요.

저자 고종석은 지금은 절필을 선언했지만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분이에요. 기자 출신이고, 언어학에 능통하신 것 같아요. 물론 정치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어서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저자가 글쓰기에 대해 짚은 부분 중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서 라이팅듀오 구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해보고 싶어요.

『고종석의 문장 1』

글은 왜 쓰는가?

저자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라는 세 명의 인물을 통해 글쓰기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조지 오웰은 소설가, 사르트르와 바르트는 철학자예요.

감성작가가 쓴 글 <왜 글을 쓸까요?>를 읽어보셨나요? 이 글에도 조지 오웰의 글쓰기 동기가 적혀있어요. 저도 다시 소개해볼게요. 첫 번째 동기는 순전한 이기심이래요. 말 그대로 돋보이고 싶은 욕망 때문인 건데요. 우리도 글을 쓰면서 내가 이렇게 똑똑하다는 걸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좋은 글을 쓰면 남들이 인정해주니까 글을 쓴다는 겁니다. 글쓰기의 두 번째 동기는 미학적 열정이라고 합니다. 가령 금강산에 가서 풍경을 보니 너무 아름다워서 금강산에 대해 쓰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는 거지요. 이 부분도 공감되네요. 세 번째 동기는 역사적 충동입니다. 어떤 사건에 있어서 진실을 알아내고 후세를 위해 보존하려는 욕망을 뜻한다고 해요. 기자의 일과 비슷하네요. 오웰이 거론한 마지막 글쓰기 동기는 정치적 목적입니다.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범위가 넓은데요. 자신이 지향하는 사회의 방향에 대해 쓰면서 이것을 남들에게 설득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조지 오웰은 정치적 목적의 글쓰기를 많이 한 사람이죠.

다음으로 이 책에서는 장 폴 사르트르가 언어를 두 가지로 나눈 것을 소개합니다. 사르트르는 언어를 ‘사물의 언어’와 ‘도구의 언어’로 나눴다고 합니다. ‘사물의 언어’는 사물 그 자체의 언어로, 아무런 목적이 없는 언어를 뜻해요. 굳이 목적이 있다면 자기만족이겠죠. 사르트르는 대표적인 사물의 언어로 ‘시’를 꼽았다고 하는데, 저는 시보다는 스스로 힐링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다음으로 ‘도구의 언어’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언어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또 세상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의지를 담은 언어가 여기에 속합니다. 조지 오웰이 이야기한 정치적 목적의 글쓰기와 아주 흡사하죠. 성공한 글쟁이들은 다 생각이 비슷한가 봅니다.

롤랑 바르트도 사르트르와 비슷하게 글쓰기를 ‘자동사적 글쓰기’, ‘타동사적 글쓰기’로 나누었다고 해요. 자동사적 글쓰기는 사르트르의 도구의 언어에 해당하고, 타동사적 글쓰기는 도구의 언어에 포개집니다. 타동사적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지식을 전달하거나, 설득하거나, 설명하거나, 선전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정치적 목적의 글쓰기’, ‘도구의 언어’, ‘타동사적 글쓰기’가 대체로 비슷한 의미를 지닙니다.

Platform-P의 북 큐레이션

이성(선전)과 감성(선동)


조지 오웰, 사르트르, 바르트의 비교도 좋았지만, 이성과 감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빼놓을 수 없었는데요. 선전과 선동의 비교였어요. 이것은 고종석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 부분인데요. 사실 선전, 선동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죠. 하지만 저자가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선전, 선동은 나쁜 의미로 쓴 건 아니라고 해요.

저자는 사람들에게 인상을 주고,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선전’이고, 다른 하나는 ‘선동’인데요. 선전은 바로 독자들의 이성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사안이 이러이러하니 논리적으로 이게 맞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선전입니다. 반면 선동은 독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논리적이라기보다는 말을 잘 다루면서 동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인데요. 한 마디로 선전은 설득하는 기술이고, 선동은 매혹하는 기술이라는 게 저자의 의견입니다. 선전은 독자의 이성에 기대는 것, 선동은 독자의 감성에 기대는 것인데요. 이성작가와 감성작가의 글도 이러한 분류에 맞아 떨어질까요?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나는 한국어에서 어떤 낱말들을 가장 좋아할까?


이 책에는 맞춤법 측면의 내용이나 문장을 정확하게 쓰는 법 등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그런데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한국어의 낱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저자는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골라보는 일이 우리말 사랑의 첫걸음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좋아하는 말이 있으면 글을 쓸 때 그 말을 더 자주 쓰게 되잖아요. 이 말이 참 와 닿았어요. 자신이 고른 단어를 쓰다듬으며 그 말들에서 이런저런 연상을 해보는 것,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활동이 아닐까 싶어요.

저자는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라는 글을 쓰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열 개를 꼽아봤다고 해요. 그가 고른 낱말 열 개는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넔’, ‘그윽하다’였다고 해요. 어감도 참 예쁜 것 같습니다. 자신의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는 분들에게도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골라보라고 주문을 했다고 하는데요. ‘사랑’, ‘엄마’, ‘그리움’, ‘오롯하다’, ‘노을’, ‘담백하다’, ‘바다’, ‘시나브로’, ‘햇살’, ‘햇빛’, ‘그윽하다’, ‘설레다’, ‘고즈넉하다’, ‘품다’ 등이 나왔다고 하네요. 김수영 시인도 저자와 같이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라는 산문을 통해 낱말 열 개를 꼽았다고 해요. 그가 꼽은 낱말은 ‘마수걸이’, ‘에누리’, ‘색주가’, ‘은근짜’, ‘군것질’, ‘총채’, ‘글방’, ‘서산대’, ‘벼룻돌’, ‘부싯돌’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좋아하는 순우리말을 꼽아보게 됐는데요. 생각보다 제가 한자어를 많이 쓴다는 사실을 반성하면서 그래도 최대한 떠올려 보았습니다. 저는 ‘미쁘다’, ‘곰살궂다’, ‘눅진하다’, ‘꽃내음’, ‘너나들이’, ‘또바기’, ‘아름드리’, ‘온누리’, ‘품앗이’, ‘흐놀다’를 꼽아봤어요. 발음 자체가 예쁜 단어도 있고, 뜻이 좋은 단어도 섞여 있네요. 여러분들은 어떤 우리말을 자주 사용하시나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우리말 낱말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구독자분들끼리 서로 공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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