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을 읽을 때 내용뿐만 아니라 저자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피곤 합니다. 저자의 이력을 찾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가 쓴 다른 책들을 연속해서 읽거나, 그가 책에 쓴 내용과 문장들을 살피면서 그의 성격적인 면까지 파악하려 애씁니다. 아이돌에 빠지는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저에게는 정여울 작가가 그랬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상대가 자신의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 그 사람에게 빠져드는 것 같아요. 한 가지에 몰두해서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해낼 때 매력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정여울 작가의 『끝까지 쓰는 용기』는 그가 꾸준한 글쓰기를 해나가는 내용을 담은 책인데,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져서인지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었어요.

습작의 매력

“글을 쓰는 동안에는 온전히 나 자신에게 푹 빠져보세요. 잘될 거라는 생각, 잘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 그 모두를 떨쳐내고요.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 남들이 내 글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가도 멀리 던져버리세요. 지금 여러분이 쓰는 바로 그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글임을 믿어야 해요. 글을 쓰는 순간만은 온전히 나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거예요.”

『끝까지 쓰는 용기』의 맨 첫 페이지에 있는 문장을 가져와봤어요. 저자는 ‘몰입’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의 말처럼, 우리는 글쓰기를 시작할 때 글쓰기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타인의 ‘평가’에 대한 생각에 쉽게 빠져들곤 하는데요. 저자는 이런 생각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습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습작은 어떤 목표를 갖지 않고 무작정 쓰고 싶은 글을 써보는 행위입니다. 독자들의 반응을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채 쓰고 싶은 대로 써보라는 것이지요.

글쓰기에 필요한 재능

습작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나’ 하는 의심의 단계로 나아가곤 하죠. 사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재능은 존재하잖아요. 음악, 미술, 스포츠뿐만 아니라 공부에도 재능이 있는 것처럼요. 글쓰기라고 왜 재능의 영역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정여울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에 필요한 재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능과는 조금 달랐어요. 그는 “내가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발견해내는 능력, 그 문제의 원인을 끝까지 파헤치는 지성 그리고 문제와 해결의 과정을 문장으로 표현해내는 감수성”이 바로 글쓰기의 재능이라고 합니다. 타고난 언어감각보다는 늘 더듬이를 켜두고 세상 곳곳을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더해 글쓰기의 모든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는 것도 재능이 있는 것이라고 해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글쓰기에 재능을 발견하셨는지요.

작가가 이야기하는 좀 더 구체적인 글쓰기 재능도 있었어요. 그가 ‘글쓰기 3S’라고 이름 붙인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1. Story: 어디서나 이야기를 발견하기
  2. Sensitive: 예민한 감성의 안테나 켜두기
  3. Stock: 이야기의 씨앗 모아두기

그러니까 첫 번째로 스토리(Story)는, 어디서나 이야기의 가능성을 보는 힘이에요. 이건 감성작가가 <작가는 뭐 하고 놀까?>라는 글에서 ‘작가 눈에만 보이는 식스 센스의 힘’이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죠. 단어 하나, 사진 하나, 미세한 향기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상상하는 능력이 바로 재능이라는 겁니다. 타고난 능력이라기보다는 훈련할 수 있는 특성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정여울 작가가 두 번째로 언급한 작가적 상상력의 원천은 바로 센시티브(Sensitive)인데요. 사실 우리는 ‘예민함’이라는 성격적 특성을 조금 부정적으로 생각하곤 하지요. 하지만 작가라면 과도하게 예민하고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인데요. 저 사건을 보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저 이야기에서 어떻게 저런 감정을 느낄까, 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근원이자 재능이라는 겁니다. 이건 정여울 작가의 북토크에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예민함도 훈련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책 한 권을 완성하려면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영감을 얻는 것도 필요하다고요. 취재와 집필의 시간을 분리하고, 취재에도 꼭 시간을 할애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세 번째 스톡(Stock)은 나중에 글쓰기의 토양에서 자라나겠다 싶은 독특한 이야기의 씨앗을 미리 심어두라는 이야기입니다. 메모하는 습관과도 연결이 되죠. 이렇게 계속 메모하고 기록해두어야 언젠가 이야기의 씨앗이 되어 아름다운 이야기로 자라난다는 겁니다. 저도 걷거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글감이 떠오르면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을 해두곤 하는데요. 나중에 그때의 생각이 떠오를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증발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기억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성실하게 메모를 해두는 습관이 문장의 씨앗이 된다는 조언이 와 닿았습니다.

글쓰기로 발생하는 오해들

요즘에는 책뿐만 아니라 온라인 글쓰기도 많아져서 내가 쓴 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죠. 정여울 작가는 이런 반응들에 일일이 대응하거나 너무 상처받을 필요 없다고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항상 오해받을 준비를 한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 써도 독자들은 자신이 읽고 싶은 정보만을 읽거나 의도와 다르게 내용을 오해할 수 있다는 뜻이죠.

이 말은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아무리 문장을 정교하게 쓴다고 할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의 의도와 다르게 읽을 수 있잖아요. 글뿐만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발화되는 말들도 그렇지요. 하지만 정여울 작가의 말처럼, 글을 쓸 때 ‘항상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독자의 반응에 너무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의 문장을 다시금 가다듬는 훈련도 될 테고요.

책 한권을 아우르는 큰 주제 정하는 법

이 내용은 책에는 없고 제가 북토크에서 들은 이야기네요. 정여울 작가는 책의 주제를 정할 때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예를 들어 그가 『빈센트 나의 빈센트』라는 책을 쓸 때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한 점을 보고 자신이 이 그림을 왜 그토록 보고 싶어 했는지에 대한 감정에서 시작하는 식이라고 하는데요. 이 그림을 보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주제를 잡는 거죠. 이런 식으로 커다란 물음표를 주는 사건들을 가지고 글쓰기의 씨앗을 발견하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큰 주제를 발견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 없다는 말도 저에게는 위로로 나가왔어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커다란 질문으로 나아가라고요. ‘인생이란 무엇인가?’라고 주제를 정하면 너무 어려워지지만, ‘나는 오늘 아침 왜 그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까?’라는 작은 질문에서 시작하면 글쓰기가 좀 더 쉬워진다고요. 이렇게 생각하니 소박하게, 그러나 생생하고 날카롭게 묘사하는 글들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글쓰기로 먹고살기

글쓰기로 먹고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저희 라이팅듀오에서도 한 번 다룬 적이 있었죠. <인세로 먹고살 수 있을까?>(이성작가), <10% 인세로 먹고살려면>(감성작가)의 글을 발행했었어요. 저희가 이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면, 정여울 작가는 좀 더 진중하게 접근해요. 그는 “모든 일상을 글쓰기로 집중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말합니다. N잡을 하더라도 결국 글쓰기에 관련된 일을 하라고요. 정여울 작가도 오랫동안 글쓰기와 다른 일을 병행했다고 해요. 생존을 위한 다른 일조차도 글쓰기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강연을 나가면 “작가로 과연 먹고 살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해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정여울 작가의 답변을 보고 작가가 글쓰기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쓰기로 먹고살 수 있는가’보다 ‘글을 쓸 수 없다면, 과연 살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글을 쓰지 못하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아 글쓰기를 그만두지 못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희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글쓰기에 대한 이런 감정을 느끼신 분들이 많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