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피곤해서, 아직은 무엇을 할 수 없다는 전형적인 말들

“바빠서 글을 쓸 시간이 없어요”라는 말을 첫 번째로 자주 듣습니다.

“언제 그렇게 글을 쓰나요?”를 두 번째 자주 듣죠.

“어떻게 책 읽을 시간이 있죠?”를 세 번째 자주 듣고요.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 감성작가가 대답을 해보면,

“바쁠 때 나오는 글이 좋은 글일 때가 많습니다. 왜냐면 그만큼 다양한 일들을 처리하면서 이미 글 재료가 풍성한 상태라 할까요?”
“책은 시간을 길게 쓸 수 있을 때 읽는 책, 시간이 없을 때 읽는 가벼운 책, 잠을 참아가며 보고 싶은 책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그래서 생활 속 자투리 시간마다 다양한 책을 동시에 돌아가며 읽어요.”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지낸 것은 전혀 아닙니다. 위의 질문을 하는 사람일 뿐이었어요. 그런데 전업 작가가 되어 글쓰기와 책 읽기를 자주 해 보니 아래 대답을 하는 사람으로 바뀌었고  제 경험을 바탕으로 답변을 드릴 수 있게 되었답니다."
무언가 바빠 보이는 알렉산더 칼더(모빌 아트 거장)의 작업실, 세상에 안 바쁜 사람 드물죠.

구독자님의 추천 책이 쏘아 올린 작은 공

<2022년 새해 책 추천>을 구독자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에 대한 책인데 저는 아직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다만, 이성작가의 글을 통해 요약 글을 접했죠. 이성 작가는 이 책을 읽고 요약하면서 글의 ‘형식’에 대한 중요성을 짚어주는 좋은 글을 썼더군요.

그런데 저는 문득 제가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가 떠올랐어요. ‘글을 쓰기엔 내가 좀 바쁘고,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으며, 책도 무엇을 어떻게 언제 읽어야 할지...’가 마음속에 가득했죠. 그때 글의 ‘형식’까지 신경 썼다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글을 웬만큼 쓰게 되면서 이제는 ‘형식’과 ‘태도’, ‘검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글과 남의 글을 분석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처음 시작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는 말이 하고 싶었어요. 물론 구독자님이 추천해주신 『문장의 일』은 이성작가가 읽은 후 제가 이어받아 꼭 읽어 볼 예정인데 짧게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 1)~3)입니다. 저는 이 요약을 바탕으로 형식과 태도, 내용 등 이야기를 이어받아 써 볼 요량입니다.

1) 좋은 문장을 모은다.

2) 문장을 분석한다.

3) 문장의 단어를 변형하여 모방한다.

바쁠 때 발행했던 글이 좋은 글

제가 오랜만에 라이팅듀오에 발행된 제 글들을 주-욱 둘러보았습니다. 전체 발행글들 중 <잘 안 팔리는 책 그래도 쓰는 법>, <당신에게 완벽한 수첩이 있나요>, <메타버스 x 작가> 등이 반응이 괜찮은 글이더군요. 평이 좋은 글은 제가 무척 공을 들여 썼다고 상상할 수도 있는데요. 의외로 이 글들이야말로 시간이 촉박했고, 다른 일들과 상황이 중첩되어 새벽에 일어나 쓰거나, 스트레스를 꽤 받은 낮에 인스턴트 커피에 의존해서 썼던 글로 기억이 납니다. 오랜만에 글을 다시 열어 보면 문장은 마음에 들지 않고 형식도 별로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상황 속에서 내 생각을 정리해보며 상황별 이슈에서 떠오르는 것들을 적은 것이 상호 반응으로는 좋은 글로 평가를 받더군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넋이 잠시 빠져나갔던 하루, 상반기 역할에 대한 계획들로 정신이 하나 없는 2월 어느 날 나는 도대체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타자를 두드리고 있는데 시작과 동시에 절반이상 썼네요. 특히 『의자와 낙서』도 제가 몸이 가장 안 좋을 때 썼다는 이야기를 드려보고 싶고요.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듯 말한 것도 기억이 나요. “내가 몸이 건강하고 어지럽지 않다면 훨씬 좋은 글을 썼겠지?” 했더니 상대 왈 “아니, 네가 몸이 건강했다면 글을 안 쓰고 놀았겠지”라고 하는데 딱히 반박할 문장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이처럼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도 내용도 아닌 ‘시작’이라는 말을 이번 발행 글에서는 이렇게 길게 써봤습니다.

입으로 쓰는 글

그럼 지금부터 감성 작가의 『문장의 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는 형식과 내용 둘 다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꼭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여지없이 내용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시각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저는 언어화해서 논리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아직은 능숙하지 않습니다. 글도 너무 완벽한 형식으로 된 글을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거나 나를 가르치려는 글 같아 읽으면서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어떻게든 정독을 해야 할 것 같고, 내가 잘 못 이해한 것은 아닌지 나를 자꾸 다그치게 되는 습성을 제가 갖고 있거든요. 물론 정확하게 표현된 문장과 정보성 글은 다소 감상적인 나에게 논리력을 길러주고 잘못 판단한 것들을 수정해주는 기능을 갖추었기에 꾹 참고 읽어보는 편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제 이야기일 뿐이지만 독자 여러분 중 저처럼 형식에 얽매이는 마음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하는 독자분이 있다면 제 이야기가 공감될 수 있으니 이렇게 글을 적어 봐요.

‘글 형식’보다는 내용을 주목해서 볼 수 있는 문장의 일에 충실한 책은 최근 읽은 영국 페인팅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의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입니다. 이 책은 데이비드 호크니와 비평가 마틴 게이퍼드가 대담형식을 빌어 쓴 책이자 마틴 게이퍼드의 시선이 일기처럼 담겨 있는 독특한 형식의 책입니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번역서이기에 『문장의 일』의 예시로 부적합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꼭 이 책을 언급하고 싶어졌습니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시공아트, 22,500원 -> 꼭 사서 봅시다! ^^

퍼드,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35p‌‌

호크니 : 그렇죠. 로널드 레이건은 우리가 미국삼나무 한 그루를 보면 그 나무들을 모두 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나무들은 우리 사람들처럼 저마다 다릅니다. 나무에 둘러싸인 채 그 나무들을 살펴보며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나무들의 생김새가 왜 지금과 같은 모양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나무는 새 둥지처럼 보이지만 새 둥지는 아니죠. 실제로 새 둥지는 나무를 죽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몇 그루에 대해 이미 죽은 나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지만 그 나무들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잎사귀들이 돋아나고 있죠. 오른쪽 나무는 벚나무이고 가장 먼저 꽃을 피웁니다. 3월 말에 꽃이 피죠. 그다음으로 배꽃과 사과꽃이 차례대로 피웁니다. 이곳에는 사과주 길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만개한 사과나무 사이를 지나갈 수 있죠. 아름답습니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과수원에서 함께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이런 곳에 머물 필요가 있습니다. 10년 전 브리들링턴 작업실 임대 계약서에 서명했을 때 나는 스무 살은 더 젊어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활력을 되찾은 것 같았죠. 이곳이 내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전에는 지팡이를 짚고 걸었지만 이곳에 온 이후로는 지팡이를 잊어 버렸습니다. 최근에 로스앤젤레스에 갔을 때는 지팡이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였죠. 나는 이곳에서 운동을 더 많이 합니다. 핸드폰에서 계산되는 걸음 수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이 집에서 작업실로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하루에 약 2킬로 미터 정도를 걷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정원에서도 꽤 긴 거리를 걷습니다. 주변을 돌면 3킬로 미터 정도는 너끈히 걸을 수 있습니다. 때때로 나는 이 곳에서 작업실로 가기 전에 정문으로 걸어가서 목초지를 가로질러 작은 강가로 걸어 내려갑니다. 이 건물을 벗어나면 뜻밖의 즐거움을 얻습니다! 아름다운 자은 길들이 나타나는데 어느 길로 걸어가든 모두 아름답습니다. ... 나는 진정한 낙원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곳은 내게 완벽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그다지 관심 없습니다. 나는 나의 작업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나는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순간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드로잉 방식에 다가가고 있죠. 이곳에서 그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런던, 파리, 뉴욕 등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바로 이런 곳이어야 합니다.

태도가 형식이 되는 당신의 글

이 문장들은 대문호가 쓴 문장도, 호크니가 글쓰기를 염두에 두고 한 말도 아닙니다. 하지만 책에 실려 내게 도착한 한 문장 한 문장은 2022년 봄을 맞기에 앞서 그리고 나의 작업 태도와 관점에 큰 진동을 주었습니다. 작은 울림으로 다가와 아주 큰 진동으로 남겨져 있는 상태죠. 모든 역사과 유명세를 누려본 노년의 아티스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문장이 되어 나에게 문장으로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작업을 이어가며, 노년에 자신의 작업에만 몰두하는 환경에 놓여진 행복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고단했던 제 하루 속에 꿈 한점이 손에 쥐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처럼 『문장의 일』에서 이성작가가 요약한 형식과 감성작가가 전달받은 내용에서의 문장의 일은 두 가지 상호보완적인 관계인 것이죠. 이 글을 예시로 선정한 이유는 우리 중 누구나 이런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이의 태도가 형식이 되는 바로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하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앞서 장황하게 적어 둔 ‘바로 시작하는 쓰기’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바쁠 때 쓰는 글이 가장 양질의 글이오, 책 읽는 시간 글 쓰는 시간은 하루 중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단지 시작을 하지 않았을 뿐이고요.

『문장의 일』을 추천해주신 구독자님 감사합니다. 구독자님의 『문장의 일』에 대한 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라이팅듀오를 위해 글을 한편 발행해 주실 수 있나요?


이성작가가 정리한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 관련 글 링크를 남겨둡니다.

나는 어떤 형식의 문장을 쓰는 사람일까?
&lt;2022년 새해 책 추천&gt; 글을 발행하고 구독자님께 피드백을 하나 받았습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해주신 건데요. 추천 받은 책은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 입니다. 글쓰기 관련 책이라 라이팅듀오의 다른 구독자님들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가져와보았습니다. 구독자님이 추천해주신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nbsp;형식 vs. 내용여러분은 문장을 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