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 책 추천> 글을 발행하고 구독자님께 피드백을 하나 받았습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해주신 건데요. 추천 받은 책은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 입니다. 글쓰기 관련 책이라 라이팅듀오의 다른 구독자님들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가져와보았습니다.

구독자님이 추천해주신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 

형식 vs. 내용

여러분은 문장을 쓸 때 ‘형식’과 ‘내용’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형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내용인데 일정한 형식을 갖추지 못해 잘 읽히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거든요. 오늘 소개할 책 『문장의 일』에서도 글의 ‘형식’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글쓰기에 있어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책을 시작하죠. 스탠리 피시는 “형식을 마스터하는 일이 우선이다. 형식이 없다면, 애초에 뭔가 말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배관공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꽉 막힌 글을 어떻게 시원하게 뚫을 것인지 평생 고민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온 해결 방법이 바로 ‘형식’인데요. 형식을 익히는 일은 규칙이 정해져 있어 학습이 가능한 반면, 글을 통해 표현되는 내용은 무한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글 쓰는 법을 배우려면 형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음악가들이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를 하기 위해서 손가락 연습과 음계 연습부터 마스터하는 것처럼, 글에서도 형식이 기본이 된다는 말입니다. 저도 저자의 주장에 동의해요. 내용이 아예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형식을 갖추지 않은 글은 읽히지 않는다는 말에 가깝거든요.

문장을 좋아하는 일

저는 이 책의 저자가 “그림의 도구는 물감이고, 글의 도구는 문장”이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물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화가가 되는 것처럼,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작가 생활을 할 수 있다고요. 글 쓰는 사람들은 단어들을 배치하는데, 이렇게 일렬로 늘어선 단어들은 광부의 곡괭이, 목판 화가의 끌, 외과의사의 매스와 같다는 거죠. 그는 작가를 단어라는 도구를 이용해 길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블록 쌓기와 문장 쓰기의 공통점

저도 글쓰기의 재미는 문장을 만드는 일에 있다고 생각해요. 글을 쓸 때 단어가 레고 블록 같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블록이 딱딱 맞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거든요. 물론 테트리스의 게임 오버 화면처럼 블록이 자기 맘대로 쌓여버린 날이 대다수이긴 하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블록을 쌓아나갑니다. 예전에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글을 쓸 때 단어의 순서를 뒤집거나, 단어 뒤에 붙는 조사를 계속 바꾸어보면서 훈련을 하곤 하는데요. 이런 행위도 형식을 마스터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세 가지 형식 – 종속 형식, 병렬 형식, 풍자 형식

그렇다면 형식을 마스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문장의 일』 저자는 문장에서의 형식을 이야기하면서 ‘논리’를 강조합니다. 형식과 논리를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할 정도인데요. 행위자와 행위 대상을 적절하게 연결하면서 논리 형식을 갖춰야 좋은 문장이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러 가지 형식 중 세 가지를 꼽아 이야기한 것은 참고해볼 만합니다. 먼저 종속 형식은 문장의 요소들을 인과, 시간성, 그리고 우위로 배열하는 것입니다. 저도 글을 쓸 때 자주 사용하는 방식인데요. 어떤 내용을 먼저 써야할지 헷갈릴 때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시간성’은 적용하기가 쉬어요.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보다 먼저 발생했다면 그것을 문장의 앞에 쓰는 방법입니다. 글을 쓰다보면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될 때가 있는데요. 일어난 시간 순서대로 서술을 하면 읽는 사람도 헷갈리지 않고 편안해집니다. 이 외에도 문장을 써내려갈 때 원인-결과 순으로, 중요한 일-사소한 일 순으로 배열하면 말 그대로 ‘형식을 갖춘 글’이 되겠지요.

일이 발생한 순서대로 문장을 배열하는 '종속 형식'

그런데 종속 형식의 문장은 깔끔해 보일 수 있지만 다소 재미없게 느껴집니다. 기사나 논문, 보고서 같은 글에는 적합하겠지만, 문학적인 글이나 에세이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 필요하죠. 책의 저자는 자유로운 연상에 의해 생산된 문장을 병렬 형식이라 부르며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재현하는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병렬 형식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말하거나 써놓은 듯한 방식인데, 프랑스의 수필가 몽테뉴(1533~1592)가 대표적이죠. 자유롭고, 구어체와 유사하며, 격식이 없고, 개인적이며, 순서가 즉흥적인데, 이를 통해 저자 특유의 멋과 정취가 전달된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형식’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자연스러운’ 형식도 어디까지나 형식은 형식이죠. 병렬 구조 형식 역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종속 구조 못지않게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재현합니다.

병렬 형식의 대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1929)의 두 번째 문장을 예로 살펴보죠.

“강바닥에는 자갈과 바위가 있었다, 햇볕에 말라 허예진 돌들, 그리고 맑고 빠르게 흐르는 물, 물길은 군데군데 푸른색이었다.”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시나요. 이 문장은 ‘그리고’를 사이에 두고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절반은 자갈과 돌이, 나머지 반은 물이 장악하고 있죠. 그런데 두 부분 사이의 관계는 명시적으로 서술되지 않고 있어요. 읽는 데 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어 보이는 문체이면서도 그저 존재하는 대상이 말갛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죠.

여러분은 어떤 형식의 문장을 쓰는 사람인가요?

저는 라이팅듀오의 이성작가와 감성작가의 글이 종속 형식과 병렬 형식의 예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인과 관계나 시간 순서, 중요도 등을 고려해 문장을 구성하는 ‘종속 형식’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감성작가는 ‘병렬 형식’을 통해 의미와 세계를 자유롭게 구성하는 느슨함을 일구어내죠. 동의하시나요? 여러분은 어떤 형식의 문장을 선호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문장의 일』의 저자가 말하는 세 번째 형식도 소개해야죠. 바로 풍자 형식인데요. 풍자 형식은 인물, 집단, 혹은 사회 전체에 비판의 작살을 찔러 넣고 싶은 작가들이 무기로 사용하는 형식입니다. 풍자 형식의 대가들은 단계별로 자극을 전달하는 문장을 쓴다고 하네요. 독자가 자신이 어떤 요점을 안다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희생되었는지 파악했다고 확신하는 바로 그 순간, 글은 다시 열려 더 많은 희생자를 낸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팬덤을 거느린 필진들의 목록이 떠오르네요.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 수 있는 글의 형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풍자 형식의 비판적인 글은 별로 선호하지 않아요.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비판적인 글을 통해 사회가 나아진다고 생각지 않아서요. 하지만 풍자 형식의 멋진 글을 발견하면 박수를 보내기도 합니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쓰기

저자는 이 책에서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아요. 그래도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데요.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잘 쓰는 것이 좋은 내용 구조를 만드는 첫걸음이라 말합니다.

저자는 첫 문장을 ‘약속’처럼 써보라 합니다. 플롯을 예고하거나, 등장인물의 개요를 제시하거나,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논쟁을 시작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하면 첫 문장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길이 환히 펼쳐지겠죠.

마지막 문장에서는 시동을 끄라 합니다. 요약하거나, 거부하거나, 화제를 바꾸거나, 독자를 만족시키거나, 더 갈망하게 만들거나, 모든 일의 미래를 점치거나, 아니면 전망들을 한꺼번에 늘어놓는 식으로요. 저자의 말처럼 종속 형식, 병렬 형식, 풍자 형식 중 하나를 갖추고 있으면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괜찮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내용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형식’을 강조하는데요.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 내용이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내용 형식이야말로 글의 목적이기 때문이죠. 비록 이 책에는 좋은 내용을 담는 방법은 나와 있지 않지만, 형식을 마스터한 뒤 좋은 내용을 담으라는 조언은 글 쓰는 이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팅듀오에서는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을 함께 읽고 문장 연습을 해보는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관심 있으신 구독자님들께서는 미리 책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주신 구독자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