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꼭 직접’ 자신의 책을 홍보해야 할까? 에서 ‘-가, 꼭! 직접!’이라며 강조하는 문장이 재미있습니다. 마치 “작가는 꼭 자기 책을 홍보해야 합니다!”와 같은 착시현상도 있고요.

작가가 자기 책을 꼭 직접 홍보해야 할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달라집니다. 작가의 성향과 상황이 천차만별이니까요. 책도 물건인데 물론 작가가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판매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 명, 두 명, 책 한 권, 책 두 권 또는 여러 권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요. (베스트셀러 작가나 시류를 잘 탄 책, 셀럽의 책 등은 지금 논외입니다. 그들의 작은 움직임은 홍보 광풍 효과가 있거든요. 평범한 우리 이야기를 주로 다루겠습니다) 그러니 작가가 자기 책을 꼭 홍보해야 할까 라는 물음에 ‘꼭’이라는 단어에 동의할 수 없어 제 답변은 ‘노 No’로 결정했습니다. 책을 냈는데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은 자신이 고민인 이가 이 글을 본다면 책을 낸 것으로 “충분합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다음 책을 열심히 쓰던지 책도 한 권 세상에 내놨으니 맘 편히 쉬십시오. 홍보는 ‘아웃 오브 마이 비즈니스!’라 생각해도 된다며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해주고 싶거든요.

홍보와 소개 그 사이 어디 즈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대부분은 자기 책을 열심히 소개 또는 홍보합니다. 고생해서 만든 창작물을 그냥 내버려 둘 작가는 드물 테니까요. 그런데 ‘홍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중압감을 품고 있어 작가들의 마음속에 부담으로 자리 잡기도 해요. 나의 책을 ‘잘 설명’하거나 ‘소개’하는 것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데 이상하게 ‘홍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행위가 부자연스러워져요. 특히, 감성작가의 경우에 본격적으로 쓰며 지낸 지 6년 차인데 여전히 스스로 초보 작가라 생각합니다. 내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것이 낯 뜨거울 때가 많을 뿐이고요. 홍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운 채 내가 만든 콘텐츠를 소개한다고 생각하면 자세가 적극적으로 변신합니다. 감성 작가는 책 표지로 된 명함을 들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걸 무척 즐깁니다. 책 제목은 이야기 해줘도 잊어버리는 사람이 많기에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는데 책 소개 효과가 꽤 좋습니다. 그렇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괜찮은데 이상하게 나를 홍보해야지 하는 생각이 스치면 어색해하며 망설이다 그냥 오는 경우도 많았어요.

감성 작가를 안정시키는 '조도'입니다. 적당히 컴컴한 느낌~ 에서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럼 이즈음 해서 감성작가가 생각하는 홍보와 소개의 차이를 설명해 볼게요. 첫째, 감성 작가 기준으로 홍보와 책 소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인풋과 아웃풋을 계산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감성작가가 즐겁게 책을 소개하는 장소와 사람에게는 전혀 바라는 것이 없어요. 진심으로 ‘나는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직 안 읽어봤다면 한번 살펴라도 봐 주십사’하는 마음 뿐입니다. 명함을 한 장 건네고 그 사람을 알아가고, 그 장소의 북 큐레이션을 공감하며 앞으로 서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떠한 것이 있을지 구상해보는 정도의 네트워킹이라면 딱히 계산된 행동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 홍보 차 명함을 건네면 제 태도는 조금 달라질 예정입니다. 정확히 어떠한 일을 서로 할 수 있는지, 기한은 정해져 있는지, 생각하는 예산 규모와 마케팅 접근 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홍보 효능감 외에 서로가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이해타산은 어떻게 흘러갈지 등 조금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론을 논할 것입니다. 담당자와 함께 약속된 대면 회의로 명확히 정리할 것이고요. 서로의 노동력과 예산 투입대비 나오는 경제적 효과를 살펴본다는 뜻입니다. 물론 실패의 경우도 있겠지만 시작지점에서 인풋 대비 아웃풋을 따져보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그냥 소개’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주로 제 책을 ‘소개’하고 다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동안 저는 무척 즐겁습니다. 책을 홍보한다 생각하면 스트레스도 받을 뿐 아니라 그저 명함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며 바라는 거 없이 돌아서기 어려울 테니까요.

둘째, 홍보와 책 소개의 차이점에는 ‘내가 좋든 싫든 무조건 책을 홍보’하는 것과 ‘내 선호도에 따라 책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제가 홍보를 한다고 생각하고 담당자를 만난다면 내 취향은 뒤로 미뤄둘 예정입니다. 책이 많이 알려지고 판매가 잘 된다면 상황과 장소가 내 취향에 맞나 아닌가를 파악하기보다는 먼저 경제적으로 어떠한 효과가 서로 있을까를 크로스 체크할 것입니다. 심각하게 작업물의 결에 맞지 않는 곳과 사람이라면 제고는 해볼 것이지만 저는 아마 되도록 일이 성사되도록 처리할 것입니다. 그때 내 책은 물건에 가깝다고 생각할 것이며 내 취향과 관점까지 고려하면서 경제적으로 획득되는 것들을 하지 않겠다 한다면 ‘홍보’라는 단어에 위배 되는 행동일 수 있으니까요.

단, 제가 제 작업물을 ‘소개’ 한다면 장소와 사람을 제가 선택합니다. 그곳이 내 마음에 쏙 들 때 나는 한껏 웃으며 적극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신합니다. ‘아, 이곳은 나의 작업을 참 잘 이해하겠구나. 아, 이 사람은 나의 책을 잘 이해하겠구나. 아, 이곳이 참 내 마음에 들고, 내 책을 소개해보고 싶은 곳이구나’ 이런 식으로 일차원적으로 제 마음에 드는 곳에서 제 명함이 쑥 튀어나옵니다. 특히 이러한 순간에 저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고요. 다른 작가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홍보와 소개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네요. 글을 쓰며 알게 된 사실입니다.

'책방연희', 따뜻하고 적당히 낮은 조도의 책방입니다. 제 작업들과 잘 어우러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