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둘 다 놓칩니다

잘 팔리는 책과 잘 팔리지 않는 책을 분석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닙니다만, 책 판매와 관련한 제 나름의 분석 결과를 공유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창작자를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와 전략가가 그것입니다. 예술가는 창작을 할 때 '나 자신'에 집중해 내면의 것을 표현해내는 사람으로 정의 내려 볼 수 있습니다. 전략가는 예술가와는 반대로 창작을 하기 전 '시장'에 집중해 수요를 파악하고 그것에 적합한 글을 써내죠. 창작의 시발점이 어디에 있느냐가 예술가와 전략가를 가르는 지점입니다.

제가 통계를 내본 것은 아닙니다만, 작가들은 대체로 예술가 타입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내면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이라는 표현 수단을 통해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지요. 전략가 타입은 작가라는 직업군에는 많지 않지만, 일상적으로는 많이 볼 수 있죠. 보통은 예술가와 전략가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참고로 저는 극단적인 전략가 타입이고, 감성작가는 극한의 예술가 타입입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서로의 언어를 잘 알아듣지는 못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라이팅 듀오를 론칭하기 전, 감성작가가 저에게 오프라인 워크숍의 내용을 만들어보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만들 수 없었어요. 누가 워크숍에 참여하는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독자 여러분들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해주시거나, 혹은 이런 내용의 워크숍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말 그대로 무(無)의 상태였기 때문이죠. 전략가는 인풋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웃풋을 내지 못합니다.

예술가 타입은 어떨까요. 시장 상황이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창작을 하라고 하면 스텝이 꼬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없죠. 자신의 방식대로 쓰지 않을 바에야 안 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편집자나 타인이 자신의 글에 손을 대는 것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전략가들은 편집되지 않은 글을 훨씬 더 불안해하고요.

저에게 읽히지 않는 콘텐츠, 팔리지 않는 책은 '실패'와 동의어입니다. 글을 통해 자기만족을 얻거나 힐링을 할 생각도 전혀 없죠. 반대로 감성작가는 자신이 연구한 문장을 한줄 한줄 책에 써넣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판매'되면 좋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더군요. 책을 출간할 때 '띠지'는 최종 광고판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감성작가는 디자인을 해치는 띠지를 넣을 바엔 차라리 출판하지 않는 게 더 낫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둘 다 놓칩니다.

잘 팔리는 책을 쓰는 법, 힌트를 얻으셨나요. 한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중심에 두고 창작물 자체에 집중하여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하나 있고, 시장에서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파악해 그것을 정리하고 포장하여 제공하는 방법이 있죠. 전자의 방법은 결과물이 뛰어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고, 후자의 방법은 전략을 잘못 짰을 경우 아무런 결과물이 남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은 명백하게 전략가의 책이죠. 사회 현상을 뾰족하게 파악해 적절한 시점에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책 내용이 좋기는 하지만, "훌륭하다", "탁월하다", "뛰어나다"라는 수식어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죠. "적합하다", "적절하다", "트렌디하다"와 같은 표현과 훨씬 잘 어울립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엄유정 작가의 <Feuilles>는 어떨까요. 누가 봐도 뛰어난 예술가가 만든 책이죠.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탁월합니다. 영화감독들도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잖아요. 자본을 투여해서 상업성을 극대화한 할리우드 영화, 그리고 프랑스의 예술영화 모두 각각의 팬덤이 있지요. 한쪽을 선택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이야기를 하고도 싶고, 관객 반응도 신경이 쓰인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가능성이 큽니다.

편집자의 역할도 중요한데요. 좋은 편집자는 작가가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 파악해 작가의 독특한 지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첫 번째 책의 편집자님은 제가 가진 전략가적 기질을 높게 평가해주신 분이었어요. 타겟 독자를 파악한 뒤 글을 쓰는 방식이라든가,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내용을 바꾸는 유연함 등을 좋게 봐주셨죠. 반면, 기획 방향을 이야기하지 않은 채 무작정 저에게 쓰고 싶은 것을 쓰라고 하는 다른 편집자와는 소통이 어려웠습니다. 저에게 콘텐츠를 일임하고 전략은 본인이 짜겠다는 편집자도 힘들죠. 제가 가진 장점을 이용하지 못하니까요.

여러분들이 어떤 타입의 창작자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마리 토끼를 좇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봅니다. 모로 가도 결국 끝에서는 만나게 됩니다. 물론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쉽지는 않죠. 저라고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가 없을 수는 없고, 감성작가도 ‘진심으로’ 판매에 관심 없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러한 개성을 끝까지 밀어붙여 보려 합니다. 제가 다음 책에 어떤 ‘전략’을 담았는지는 여러분께 차례로 공개해드리도록 하지요.


잘 ‘안’ 팔리는 책 그래도 쓰는 법
본 글은 이성작가의 &lt;잘 팔리는 책 쓰는 법&gt;에 대한 감성작가의 답신입니다. 잘 팔리는 책 쓰는 법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둘 다 놓칩니다잘 팔리는 책과 잘 팔리지 않는 책을 분석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닙니다만, 책 판매와 관련한 제 나름의 분석 결과를 공유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