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대의 적은 나

“다른 사람은 나에게 생각보다 관심이 없어”

‘나 자신을 지키며 일하는 법’에 대해 쓰려는 순간 ‘나 자신을 괴롭히는 나’가 떠올랐어요.

일로 문제가 생겼을 때 또는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장시간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나 자신인 경우가 많아요. 내가 나를 괴롭게 할 때 ‘다른 사람은 나에게 생각보다 관심이 없다’라는 문장을 기억해 냅니다. 실수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괜찮다. 누가 그렇게 기억한다고. 아-무도 관심 없어’ 하며 평정심을 찾고요. 그리고 무엇인가 새롭게 도전할 때는 두 가지 방법을 쓰는데 하나는 ‘확 다 미리 만천하에 말해두고 내가 말한 것이 족쇄가 되어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해서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할 때가 있고, 다른 하나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시도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혼자 끝내는’ 방법입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의 성공 또는 실패를 알 수 없어요.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의 일

“누군가 정말로 사랑하면 그 아무도 사랑하지 않게 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르셸 프루스트가 쓴 문장입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하면 그 아무도 사랑하지 않게 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한두 번 갖고 계신가요? 남녀 관계, 부모-자식 관계, 인간관계 등에서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하는 일은 모두에게 숭고하고 가치 있는 일이죠. 하지만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관계 기대가 높다는 것을 뜻하기도 해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야하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나는 한 명인데 내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 필요한 경우가 있거든요. 저도 이런 상황에서는 아직 뾰족한 수를 찾아내진 못했지만 ‘일을 관둘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시키자 조금씩 일을 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이 늘어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내가 일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들도 나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을 함께 찾아나가는 거죠. 그 과정에서는 진통도 겪게 되지만 그렇다고 내 일을 포기하는 것은 나중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면 관계 때문에 포기한 일이 계속 생각이 날 것이고 결국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리가 없을 것 같거든요. 일을 할 때 나를 가장 사랑하는 친구, 가족 그리고 친한 동료와 알맞은 거리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도시인처럼> 속 프랜 리보위츠, 답을 알려줄 것 같은 멋진 할머니

기대하지 않는 인간관계

“그냥 다 줘. 대신 나는 인간에게 기대를 안 해”

먼저 인간관계는 아무리 경험하고 훈련해도 어렵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몇 가지 규칙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져요. 저는 90%의 사람들과 잘 지내는 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나머지 10%에서 발생합니다. 적색경보를 발령시키는! 처음엔 내게 분명 친절했는데 알고 보니 질투가 넘치는 사람, 첨부터 인상이 좋지 않더니 뜬금없이 화를 내는 사람, 인상이 좋았는데 계속 지적을 해대는 사람, 속을 알 수 없고 은근히 면박 주는 사람, 달라고 한 적 없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고서는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냐는 사람, 연기처럼 존재하다가 무심코 돌을 던지는 사람 등 나머지 10%는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의 사람들이 아니더라고요. 이런 10%를 만나면 마음에 미움도 싹트지만 더 싫은 것은 자기혐오가 들기 시작해요 저는.

인간관계를 하다보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되는데요. 저는 되도록 주는 편에 속합니다. 그리고 절대 상대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아요. 물론 인간인지라 마음 한  켠에 서운함이 생길 때가 있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한 번 ‘그냥 주는 나’,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 나’를 상기합니다. 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감성작가는 한 없이 내어주는 천사 같은 사람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내 마음 편하기 위해 ‘주는 자’로 포장한 채 나를 지키고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더 들어 내가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에 모두 내어주는 성숙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해요. 아직은 많이 정말로 많이 부족합니다.                                        

자주가는 분식집에 책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책이 꼭 책방에만 있어야 하나요? ^^

스스로 인정해주는 나의 작업

“사실 지금이 일을 제일 못해. 앞으로 10년만 더 하면 잘 할 것 같아”

인간관계로 소급해보면 오늘이 제일 현명한 상태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일은 그렇지 못해요. 10년 넘게 큐레이터로 지냈다고 해도 아직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전업 작가로 마음먹고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제 글이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진 못해요. 실수를 포함한 부족함이 글에 가득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오래 작업한 작가들의 연혁을 살펴보며 안정감을 얻어요. 왜냐면 대가들도 40대 초반에는 작업도 삶도 헤매고 있었더라고요. 그런데 꾸준히 10년을 버텨내면 한 단계 성장하고 60대가 되고 70대가 되면 10단계 발전해 있더군요. 그러니 지금 부족한 나를 내가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세상 푸대접과 내적 갈등 및 자기 검증으로 달달 볶이다 스스로 포기하는 상태가 될지 몰라요. 좀 견디고 끝까지 하면 몇 십 배 발전할 나인데, 나를 좀 인정해줍시다. 최고 낮은 자세로 가장 마음이 힘들 때 내 자신 곁에 내가 잘 다독여주면 건강하고 멋지게 늙을 것 같아요. 우리 모두 어제보다 내일이 더 리즈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