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텀블벅 외에 다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도 많아졌고, 콘텐츠 펀딩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텀블벅 마케팅 담당자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창작자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과 텀블벅 후원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주신 것들이 기억에 남아요. 텀블벅의 두드러지는 후원 특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전적 시도를 후원한다는 것입니다. 또 완성되지 않은 콘텐츠에 대한 믿음, 제작자에 대한 감사,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적합한 타깃에 맞춘 시의적절한 기획 등을 고유한 특징으로 말씀하셨어요. <흔들리는 선>은 텀블벅 후원 특징에 가장 부합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전’에 해당되었죠.

그리고 다른 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창작자들이 모여 있지만, 텀블벅에서는 후원자가 곧 창작자인 경우도 많거든요. 따라서 실제 텀블벅 후원자들은 일반적인 구매자와 달리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디자이너, 작가 등 창작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이 많아요. 하나의 사례집처럼 후원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도 추가적인 특징임을 기억해 두세요.

첫 번째 펀딩 후원자를 끌어들이자


<흔들리는 선>은 생애 처음 그리기에 도전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드로잉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의자와 낙서>와 전개방식은 다르지만 현대의 미술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넌지시 알려주는 드로잉 안내서죠. 일반인도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도록 여러 그리기 방법을 친절하게 소개하고요. 두 번째 펀딩이지만 <흔들리는 선>은 시니어 층을 커버하는 책이기에 20~40대가 주로 이용하는 텀블벅에 과연 어울리는 프로젝트인가 우려되었어요.

시니어 시장이 빠른 추세로 확장되곤 있지만 출판 분야에서 시니어에 바로 도착하는 책을 찾기란 어려워요. 하지만 새로운 경로로 시니어에게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텀블벅을 다시 선택했고, ‘딸이 엄마에게 선물하는 책’으로 키워드를 잡았습니다. 목업 페이지에 더해 간략한 책 소개를 추가하며 스토리의 문을 엽니다.

자식과 손주 얼굴을 그려보는 할머니, 딸들과 생애 처음 본인의 그림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

특히, <의자와 낙서>와 유사하게 할머니의 손이 그림을 설명하는 사진을 선택했는데요. <흔들리는 선> 텀블벅을 과거 <의자와 낙서> 텀블벅과 연동해 연결되는 느낌도 주고 싶었죠. (<의자와 낙서>는 아기의 손으로 시작하고, <흔들리는 선>은 할머니의 손으로 시작합니다.) 그와 더불어 첫 번째 펀딩 후 성장 한 작가의 모습에 대한 설명을 한두 줄 더해 작업 후원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주었어요. 제가 <의자와 낙서> 후원자가 얼마나 <흔들리는 선>에 유입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어요. 개인정보보호로 인해 실명이나 아이디가 일부 지워진 채로 보이거든요. 하지만 <의자와 낙서> 후원자를들로 하여금 제 SNS 계정을 팔로우 하도록 유도했으며, 텀블벅 게시판을 통해 출판사 신간 및 제 활동 소식을 전하기도 하였죠. 후원자들이 떠나지 않도록 쌍방향 소통을 자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할머니 손이 들어간 이미지를 텀블벅 첫 화면에 사용했어요.

'팬덤'과 ‘우리만의 문화’를 형성하자

저는 두괄식 전법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정확한 계기와 이유를 앞쪽에 적었습니다. <의자와 낙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한걸음 성장한 저자의 두 번째 책임을 강조했죠. 또 확장된 프로젝트를 설명하였는데 번역자, 디자인 듀오, 드로잉 작가 초대 인터뷰 등을 넣어 새롭게 도전하는 책의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예산을 좀 더 확보해야 하는 당위성을 후원자에게 얻는 것이죠. 특히, 두 번째 창작물이라면 기존의 ‘팬’을 위한 서비스와 ‘우리만의 문화’같은 것을 형성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콘텐츠 제작이 늦어질 경우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더 써보겠어요!’라고 애교 섞인 지연 공지를 할 수도 있고, 문득 찾아가는 1:1 서비스도 이벤트가 될 수 있겠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후원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를 보겠습니다. ‘김뜻돌 정규1집 <꿈에서 걸려온 전화> 제작’ 프로젝트인데요. 출판 관련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출판 분야에서도 접목할 만한 아이디어가 충분하답니다. 창작자 김뜻돌은 후원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만난 자신의 ‘팬’이라는 점에 착안해 앨범 발매 지연 공지를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라는 제목의 노래로 만들었어요. 제작이 늦어졌다는 사과문을 딱딱한 공지로 이야기하지 않고 ‘팬’과 공유하는 코드로 소통하면서 재미까지 추구한 것입니다.

출처: 김뜻돌 유튜브 화면 캡쳐

후원자 특성에 대한 이해는 선물 구성 아이디어에도 반영됩니다. 김뜻돌은 선물 구성으로 앨범과 굿즈를 포함해 ‘찾아가는 1:1 공연’을 넣었어요. 이 선물의 가격은 39만 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큰돈일 수 있지만, 아티스트의 팬이라면 39만 원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옵션이죠. 이 옵션은 최종적으로 5명이 선택했다고 합니다. 김뜻돌은 어떤 사람들이 자신에게 후원하고, 왜 후원하는지 잘 파악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었죠.

그리고 우리만의 문화를 만드는 방법으로 에디시옹 장물랭이라는 창작자의 <행복한 왕자> 텀블벅 사례를 들여다볼까요? 키워드는 바로 ‘유머’입니다. 그는 오스카 와일드의 1888년 초판본을 제작했고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했던 상황을 정말 유머러스하게 후원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를 ‘오숙하’씨라 칭하며 그가 태어난 1854년을 철종5년 시기와 겹친다 말해줍니다. 또 근엄해 보이는 문장을 쓰지 않고 책 만드는 옆집 아저씨가 길에 서서 마구 쏟아내듯 말하는 투로 텀블벅 스토리를 쓰고 게시판 글을 공유합니다. 물론 저는 오래전부터 에디시옹 장물랭 님의 인쇄 덕후 그림책을 구매한 독자이기에 그의 문화에 흠뻑 젖어 오숙하 씨의 책을 구매해버렸답니다.

오스카 와일드 <행복한 왕자> 초판 복원 프로젝트

이를 예시로 제안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만의 문화’가 엄청나게 지적이거나 완벽한 콘텐츠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창작자 고유의 개성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 우리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후원자와 소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펀딩 목표금액은 낮게 설정하자


<흔들리는 선>은 시니어가 강조된 책이기에 큰 기대 자체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펀딩 목표금액을 100만 원으로 조금 낮게 설정했죠. 그런데 막상 끝나고 보니 성공 %가 높게 입력되어 나오는 것이 무척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보스토크 매거진의 성공사례를 들어보니 반대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물론 보스토크 매거진의 경우 베테랑 편집자와 작가들의 결과물이니 목표금액을 2,000만 원으로 높게 잡고 시작하여 3,400만 원이 넘는 기록을 달성했다더군요. 자신의 콘텐츠 규모에 맞는 펀딩 목표금액을 잘 판단하시고 진행하셨으면 합니다.

리워드 구성은 저가와 고가로 구분하자


리워드의 경우도 고가와 저가라인으로 구분하고,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리워드 구성을 도표화하면 후원자의 이해를 돕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저는 텀블벅 성공여부를 우려해 유료 굿즈를 만들지 않았어요. 이후 뒤늦게 굿즈를 만들었지만 딱 1개밖에 후원을 받지 못했죠. 텀블벅 성패와 상관없이 콘텐츠에 알맞은 굿즈는 꼭 만들어 보셨으면 합니다. 실패는 다음번의 성공을 불러오는 지름길이니까요.

펀딩 기간 중 마케팅 진행 순서


두 번째 콘텐츠였던 <흔들리는 선>은 마케팅을 무척 신경 썼습니다. 시니어를 위한 책이다보니 두 배 세 배로 마케팅 계획을 세웠죠. 총 6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텀블벅 개시를 개인 SNS에 적극적으로 알린다.

어떤 마케팅 담당자를 만나더라도 듣게 되는 이야기로 창작자 자신의 SNS 계정이 첫 번 째 소통창구로 가장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SNS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도 꽤 계신데 콘텐츠를 위한 SNS로 활용한다면 개인이 느끼는 SNS 피로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텀블벅 목업 이미지가 들어간 SNS 광고를 돌린다.

저는 instagram 홍보 툴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타겟층을 설정하고 주로 낮 시간에만 활용했습니다. 취침시간에 인스타 홍보를 잠시 정지하고, 기상하면 인스타 홍보를 재개했습니다. 그렇게 비용을 아껴 총 45일 3만원 이내의 홍보비를 사용했으며 프로필 클릭도 상당한 조회수가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셋째, “그냥 둘러보는 걸로” 지인참여를 유도하자.

두 번째 텀블벅에도 지인 참여를 유도하긴 했지만, “사지 말라! 그냥 둘러보라!”는 말로 메시지를 남겼답니다. 하지만 많은 지인이 구매를 해주었죠.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인들에게는 오프라인 워크숍의 혜택을 주기도 하고요.

넷째, 주목받는 프로젝트를 미리 노리자.

시니어를 위한 드로잉 안내서 <흔들리는 선>은 목표금액 달성보다는 주목받는 프로젝트에 알맞도록 스토리 라인에 공을 들였습니다. “할머니” “시니어” “뉴 그레이” “시장 확대” “도전” 등 앞서 말한 텀블벅 회사의 창업 취지에 가장 걸맞은 프로젝트임을 강조했죠. 특히, 목표금액을 달성한 날, 그리고 시작 일주일 정도 지난 날, 두 번 간격으로 텀블벅 인스타그램에 DM을 보냈습니다. 할머니와 그린 그림으로, 시니어를 위한 시장 확대에 도전 중이라는 문구를 넣어서요. 그 효과 덕인지는 몰라도 8일차에 주목받는 프로젝트에 선정되고 일주일간 무료 배너광고를 지원해준다는 메일을 텀블벅을 통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기뻤죠.

주목받는 프로젝트에 선정된다고 해서 목표금액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건 아니더군요. 하지만 이 자체가 이슈가 되어 동료 창작자들에게 인정을 받기도 하고, 출판될 책의 좋은 레퍼런스로도 작용할 수 있으니 일석 삼조였습니다.

텀블벅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어요.

다섯째, 주목받는 프로젝트 선정 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자.

주목받는 프로젝트 선정 이후 저는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바로 뉴스레터 발송을 통한 홍보였죠. 전체 45일 중 20일 정도 지났을 무렵 펀딩 속도가 둔화된 어느 날 미리 정리해둔 이메일 리스트를 ‘스티비’에 업데이트 한 후, 주목받는 프로젝트에 선정되었음을 알렸습니다. 텀블벅 사이트 주소를 링크한 메일이었죠. 이메일 주소는 10여 년간 일했던하면서 교환한 명함을 텀블벅 시작 전 모두 정리해두었고, 틈틈이 제 콘텐츠와 관련이 있는 사이트들과에 들러 담당자들의 메일을 수집해두었습니다. 특히, 언론사와 잡지 등을 유심히 보면서 저와 관련 있는 글을 쓰는 담당자들은을 리스트업했습니다.  

스티비 뉴스레터를 사용하면 좋은 점은 무슨 요일, 몇 시에 발송된 메일이 더 자주 열리는지, 내 콘텐츠를 얼마만큼 클릭하는지 등을 그래프로 분석해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무료이고요. 제 콘텐츠는 주로 월요일 오전 9~10시에 메일링을 하면 가장 좋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무려 2주에 걸쳐 사람들이 메일을 열어보더군요. 총 400부 발송, 메일 오픈율은 82% 정도였습니다. 제가 예상한 것보다 높은 비율의 오픈율이었죠.

이를 통해 콘텐츠 관계자들에게는 사전 홍보가 됨은 물론 궁금증을 유발해 후원자 유입을 이끌어 주는 계기로 삼았죠. 텀블벅 마지막 5일 전 정보만 담은 간략한 메일을 재발송했습니다. 장황하고 따스한 내용은 모두 삭제하고 텀블벅이 5일 남았으며, 후원을 하지 않더라도 텀블벅 종료전 둘러봐주십사 하는 내용이었죠. 물론 후원을 독려하는 메일이긴 하지만요.

여섯째, 텀블벅 창작자들에게 DM을 보내자.

펀딩 기간 중 저와 유사한 펀딩을 한 과거의 창작자는 물론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성공적인 펀딩을 이끌어 내는 사람들의 SNS 계정을 찾아내어 DM을 보내거나 팔로우를 유도하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홍보를 했습니다. 의외로 시니어와 관련된 SNS 유저들과의 소통은 후원자 확보에 큰 기여를 하더군요. 렌덤으로 SNS 유료 홍보를 하는 것보다 관련자들을 찾아내어 마케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성공한 펀딩 창작자는 DM을 통해 응원과 노하우를 전해주셨답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물어봐도 좋습니다. 창작자는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무언의 법칙도 있었어요. 또 이미 확보된 후원자들도 있고 텀블벅 관계자들도 많이 아는 텀블벅 창작자들은 나의 게시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며 파급효과가 높아지더라고요.

텀블벅은 도전하는 창작자에 관심있는 후원자들이 보는 크라우드 펀딩을 잊지 말고, 스토리 작성을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작성하신다면 성공적인 펀딩을 하리라 확신합니다. 후원자 한 분 한 분의 기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멋진 결과물을 선물로 보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고요.

도전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 하지마세요. 내 프로젝트에 대해 내가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도 알고 계신가요? 몰래 몰래 실패를 많이 하고 성공하겠다 싶을 때 지인들에게 손을 내밀어보세요. 아마 두 손 꼭 잡고 후원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