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오큘러스 퀘스트 2’라는 VR 기기에 푹 빠져있는데요. 제가 IT 기기를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아주 가끔 얼리 어답터가 될 때가 있어요. 어떤 제품이 혁신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 구매 버튼을 누르곤 합니다. 한 달 정도 사용해 보았는데요. 상상했던 것보다 가상현실이 잘 구현되고, 여러 가지 앱을 통해 할 수 있는 게 참 많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저는 제일 먼저 드로잉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했어요. ‘틸트 브러시(Tilt Brush)’라는 앱인데요. 아래 영상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틸트 브러시

도화지가 아닌 가상공간에 그림을 그린다니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감성작가에게 미리 이야기하진 않았는데, 제가 진행하고 있는 드로잉 작업을 VR 공간에서 해보려고요. ‘뱅글 뱅글 움직이는 선’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참 많습니다. 다양한 선을 긋다 보면 자신의 개성을 찾을 수도 있고 그때 그때의 기분을 조금 더 잘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연한 선을 쓰는지, 딱 부러지는 짙은 선을 쓰는지, 흔들거리는 선을 쓰는지 등등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사람마다 각각 다른 선을 긋고 있을 테니깐요.” - 『흔들리는 선』  50p
가상공간에 그려본 선들

새로운 매체로 작업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책의 내용에서처럼 이 선을 가지고 놀았을 때 기분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나요. 아이패드로 드로잉을 할 때보다 좀 더 구현이 잘 되는 느낌이 들었고, 브러시 종류나 색도 다양했어요. 현실공간과 가상공간 사이의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요. 가장 신기한 건 2차원의 평면 공간이 아닌, 3차원의 입체 공간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죠. 시각적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옵티컬 아트도 있다지만, 가상공간에서의 드로잉은 그 자체만으로 시각적 착시를 일으키고 있네요.

저는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는 수직선을 자주 사용했는데, 입체 공간에 드로잉을 하니까 저도 모르게 곡선을 쓰게 돼요. 입체 공간에선 반듯한 선이 존재하기 어렵기도 하고, 나는 반듯한 선이라고 생각하며 그렸는데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좀 더 자유로워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큘러스 퀘스트 2 기기 자체에 대해서도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VR 기기는 이제 더 이상 ‘게임’의 영역만은 아닌 듯해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상황에서 메타버스로 불리는 가상공간은 이제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메타버스나 NTF가 트렌드로 부상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죠. 현실과 동떨어진 하나의 세계가 아닌, 그 자체로도 완벽한 세계를 구성하니까요.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경제활동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앞으로는 더 많은 VR 기기가 등장할 것이고, 기기를 안경 두께만큼 얇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겠죠. 사실 지금은 오랜 시간 착용하기엔 조금 무거워요.

3차원 공간에 그림 그리기

선을 겹쳐 그리면 면이 되죠. 무엇을 그릴지 떠오르지 않아서 저희 라이팅듀오 로고를 그려봤어요. 제 눈으로 볼 때는 훨씬 입체적이었는데, 이걸 사진으로 찍으니 다시 2차원 평면이 되었네요. 제 브런치 로고인 나옹이도 그려보고요. 틸트 브러시에서 배경은 선택할 수 있어요. 우주 배경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네요. 사용법이 어렵지 않아서 바로 앱을 실행해서 그려보실 수 있답니다.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위의 산타 그림에서처럼 기존의 이미지들을 불러올 수도 있고요.


앞으로 저는 종종 오큘러스 퀘스트로도 드로잉을 해볼 예정이에요. 오큘러스 퀘스트를 사용하다가 재밌는 걸 발견하면 또 가지고 올게요.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관심 있으실까요? 오큘러스 퀘스트 2나 틸트 브러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