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히 『템플릿 글쓰기』라는 책을 발견했는데요. 템플릿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다소 과장돼 보이는 이야기에 끌려서 책을 끝까지 읽게 되었어요. 템플릿은 어떤 것을 만들 때 안내 역할을 하는 양식이나 틀을 뜻하죠. 붕어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틀 같은 거요. 저자는 템플릿 글쓰기를 통해 100% 글 잘 쓰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우선 물음표를 지닌 채 읽어내려 갔어요. 글쓰기에 100%란 있을 수 없고,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요.

야마구치 다쿠로, 『템플릿 글쓰기』

템플릿 글쓰기란

야마구치 다쿠로는 『템플릿 글쓰기』라는 책에서 템플릿을 이용하면 글쓰기의 어려움을 즉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즉시’라고 하니 솔깃하긴 하네요. 템플릿은 글의 흐름을 나타내는 ‘구성 패턴’의 프레임인데, ‘처음에는 A를 쓰고 다음에 B를 쓴 뒤 C를 쓰며 마지막에 D를 쓴다’라는 식의 템플릿 순서대로 글을 쓰면 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글을 쓸 때 흔히 ‘기승전결’을 갖추어야 한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잖아요. 하지만 저자는 기승전결 방식이 현대 사회에서는 맞지 않고, 이것은 템플릿으로 효용가치가 없기 때문에 다음의 3가지 글쓰기 템플릿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 템플릿 ① 열거 형
  • 템플릿 ② 결론우선 형
  • 템플릿 ③ 공감 형

열거 형, 결론우선 형, 공감 형. 템플릿 글쓰기가 무엇인지 대강 감이 오시나요? 물론 글쓰기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들은 자신이 의식하든 하지 않든 간에 자신만의 템플릿이 있긴 한 것 같아요. 저도 글을 쓰는 매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나름의 반복적인 템플릿으로 글을 써나가곤 하거든요. 넓은 범주에서 보면 템플릿 ①②③ 안에 포함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자는 템플릿을 사용해서 글을 쓰면 글쓴이의 개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템플릿을 사용해서 사라지는 개성은 처음부터 ‘개성’이 아니라는 건데요. 템플릿은 글의 흐름을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고, 그 안에 담을 내용이나 문체, 표현 등에서 필자의 개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거죠.

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칠 때 대다수의 교사들은 ‘자신의 느낌을 자유롭게’ 쓰도록 지도하지만, 야마구치 다쿠로는 이러한 말이 무책임한 충고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뜨개질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아이에게 털실과 뜨개바늘을 주고 ‘마음대로 스웨터를 떠보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지요.

그렇다면 템플릿 글쓰기가 어떻게 가능한지,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3가지 글쓰기 템플릿을 저와 함께 살펴보시죠.

템플릿 ① 열거 형

열거 형은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포인트별로 기술하는 템플릿입니다. 단순화해보면 아래와 같이 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한 뒤, 이유를 순서대로 열거하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정리 문장을 넣고요.

  • A 메시지 한 줄 요약 : 탄산수에는 3가지 장점이 있다.
  • B 열거 포인트 1 : 첫째, 입에 넣었을 때 상쾌하다.
  • C 열거 포인트 2 : 둘째, 과식 방지 효과가 있다.
  • D 열거 포인트 3 : 셋째, 피로 회복 효과가 있다.
  • E 정리 : 탄산수는 심신 건강에 효과가 있다.

간단합니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방식인데요. 물론 이게 끝은 아니고 여기에 부연설명을 붙여서 완성된 글로 만들어야 하죠. 하지만 어디에 공지하는 글이 아니라면 활용하고 싶은 방법은 아닌 듯해요. 온라인 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인데 아무리 안에 들어가는 내용이 좋다고 해도 그렇게 매력도가 있는 글은 아닐 듯합니다.

저는 특히 첫째, 둘째, 셋째 등으로 순번을 매긴 것과 A와 E로 정리를 한 부분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는데요. 열거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을 해버리면 글의 맛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열거의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정도로 참고하면 어떨까 합니다.

템플릿 ② 결론우선 형

결론우선 형은 첫 번째 템플릿보다는 좋아 보입니다. 모든 글에 어울린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으니까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결론을 먼저 언급한 뒤, 그에 대한 내용을 덧붙이고 다시 정리를 하는 방식입니다.

  • A 결론 : 나는 매일 30분씩 산책을 한다.
  • B 이유 및 근거 : 왜냐하면 적당히 땀을 흘리다보면 몸과 마음에 활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 C 구체적인 예, 상세 내용 : 1년 전에 산책을 시작한 후부터 스트레스가 줄고 감기에 덜 걸리게 되었다.
  • D 정리 : 앞으로도 산책을 계속할 생각이다.

결론우선 형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듯합니다. 요즘 같이 읽을거리가 많고 독자에게 여러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 결론을 우선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은 집중력을 높이니까요. 사실 사람이 글을 읽는 동안 가장 높은 집중력을 가질 때는 글을 읽기 시작한 지 몇 초에서 수십 초 사이라고 합니다. 이때 글을 읽는 사람에게 흥미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결론부터 이야기해주는 게 좋겠죠.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 결론 자체가 흥미로워야 한다는 것인데요. 야마구치 다쿠로가 제시한 예시를 참고해볼 만합니다.

1) 아이의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학원에 보내자.

2) 아이의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매일 아이에게 구두를 닦게 하자.

1)과 2)의 결론이 제시됐을 때 2)와 같은 결론이 훨씬 더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것이지요. 1)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결론우선 형은 제시되는 결론이 재밌다면 템플릿으로서도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템플릿 ③ 공감 형

다음으로는 공감을 유발하는 방식의 템플릿이 있습니다. 라이팅듀오의 글들 중에서도 저희가 알게 모르게 이 템플릿을 적용한 것 같기도 한데요. 공감 형은 어떤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표현한 템플릿입니다.

  • A 마이너스 요인 : 나는 지금까지 정리 정돈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 B 결정적 계기 : 이런 나의 가치관을 바꾼 것은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한 권의 책이다.
  • C 진화 및 성장 : 이 책의 가르침대로 나에게 ‘설렘을 주는 물건’만 남기고 정리를 하니 주변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해졌다.
  • D 밝은 미래 : 앞으로도 이 ‘설렘 지수’에 따라 주변을 정리할 것이다.

첫머리에서 저자의 마이너스 요인(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을 묘사한 다음, 저자에게 찾아온 결정적 계기(터닝 포인트)를 묘사하고, 이후에 성장 과정을 묘사하면서 마침내 해피엔딩에 이른다는 흐름입니다.

여기서 참고할 만한 내용은 자기자랑이 이어져도, 참담한 이야기가 계속되어도 독자의 흥미와 관심이 멀어진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드라마’에서처럼 마이너스 요인과 플러스 요인이 반복되면서 내러티브를 주라는 것이지요.

생각해보면 책의 장르 중 자기계발서는 자신의 성공담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자기자랑’이 많이 나오는 편이고, 에세이는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기 때문에 ‘실패담’이 자주 등장하잖아요. 자기자랑이 많은 글을 싫어하는 것은 알겠는데, 계속해서 나약함을 드러내는 글도 매력이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어요. 우리는 글을 쓸 때 독자가 글쓴이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글쓴이에게 찾아오는 기사회생의 드라마를 기대한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야마구치 다쿠로는 자신을 주제로 공감 형 템플릿을 쓰고 싶다면 ‘내 인생의 흐름이 어느 순간부터 크게 바뀌었나?’를 생각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터닝 포인트’이자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결론 : 템플릿으로 글쓰기를 할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제가 내린 결론은 ‘템플릿 글쓰기는 없다’는 것입니다. 전체 글의 일부 내용에서 나열, 두괄식, 공감이 나올 수는 있죠. 하지만 이 세 가지 방식의 템플릿으로 글쓰기를 ‘완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러 템플릿을 섞을 경우 템플릿 글쓰기가 100%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요. 두 가지 이상의 템플릿을 섞는 경우 사실 그것은 템플릿, 즉 양식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봐야겠죠. 파워포인트를 만들 때 두 가지 이상의 템플릿을 함께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요.

예전에 제가 발행한 글 <나는 어떤 형식의 문장을 쓰는 사람일까?>에서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을 소개하며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스탠리 피시는 종속 형식, 병렬 형식, 풍자 형식 등을 이야기하며 글쓰기에 ‘논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지, 형식에 맞춰 쓰는 것이 “쉽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이야기한 ‘형식’은 매우 다양하며, 글쓰기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과제’ 같은 것이었죠.

글쓰기에 형식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오인한 것이 바로 ‘템플릿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 전체를 구성하는 여러 문단 중 한두 개의 문단에 템플릿을 쓰는 것은 가능하나, 전체 글을 이렇게 구성하는 것은 좋은 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