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공부’로 볼 수 있습니다만, 공부 자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도 엄연히 존재하죠. 오늘은 연도별 베스트셀러로 살펴본 ‘공부-책’ 트렌드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여기에 더해 제가 인상 깊게 읽은 ‘공부-책’을 소개하고, 공부에 관한 저의 생각들도 덧붙여보겠습니다.

‘공부-책’ 트렌드

먼저 제목에 ‘공부’가 들어간 책 중에 지난 5년 간 가장 높은 판매를 기록한 책들을 소개합니다. 김수현 교보문고 인문MD가 「출판문화」라는 잡지에 기고한 <우리는 책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싶어하는가?>를 참고했습니다.

(출처: <우리는 책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싶어하는가?>)

지난 5년 간 여러 ‘공부-책’이 베스트셀러로 꼽혔는데, 구독자님들께서는 접한 책들이 많으신가요? 저는 이중에서는 읽어본 책이 거의 없네요. 나름 다독가라고 자부하는데, ‘공부-책’에는 소홀했나봅니다.

‘공부-책’ 트렌드의 경향을 나눠보면 먼저 스펙이 뛰어난 저자가 자신의 공부법을 설파하는 자기계발서가 있겠습니다. 말 그대로 ‘공부 잘하는 법’을 다루는 책들인데요. 『하버드 최강 공부법』은 ‘영어 실력 제로에서 하버드 의대에 합격하고 6개월 만에 보스턴 대학교 MBA에 입학한 저자가 알려주는’이라는, 다소 숨이 막히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초호화 스펙을 자랑하는 저자의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라는 지침서이네요. 『공부머리 독서법』은 저도 읽어봤는데 독서교육 전문가가 쓴 독서법 책이었어요. 또 제목부터 뭇 학부모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나는 무조건 합격하는 공부만 한다』는 각종 시험에 최적화된 ‘패턴 공부법’을 전수하는 책이라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효율적인 공부법’은 ‘생존’과 거의 동의어이기 때문에 이러한 책들이 큰 인기를 끈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공부의 본질을 묻는 공부 에세이가 크게 한 부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부법보다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목록에는 없지만 김영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가 그 예가 될 것 같네요. 그동안 쓴 칼럼을 묶어 출판한 책이긴 합니다만, 공부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어 좋아하는 책입니다. 목록의 책 중에서는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이 2015년 출간되어 누적 판매 30만 부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들이 읽는 책으로 소문이 나면서 청소년 독자 사이에 인기를 끈 것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으니 나름의 역할을 하는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주제별 공부 책이 있겠습니다. 공부법이나 공부의 본질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실전으로 공부를 하는 책이 여기에 속합니다.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주식과 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던 것 같습니다. 한국은 돈에 대해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 문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돈 공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베스트셀러에도 돈과 주식이라는 키워드는 늘 상위권에 머물러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식 투자에 대한 열기가 한풀 꺾였고, 인생을 돌아보는 책들이 각광받고 있다고 해요. 김수현 MD는 ‘어른’, ‘오십’, ‘나이듦’ 같은 키워드를 꼽으면서 독자들이 내면의 성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외에도 ‘공부’라는 제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과 지난 2월 타계한 이어령 선생님이 남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관한 리뷰는 감성작가의 <“곤란한 일이 생기면 나한테 와”>를 참고해주세요.

이성작가 Pick - 『최재천의 공부』

저는 신작 ‘공부-책’ 중에서는 『최재천의 공부』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예전에 제가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에 ‘최재천의 아마존’을 꼽기도 했는데, 최재천 교수님은 제가 좋아하는 필자이기도 하고 이 책은 대담이라는 특이한 형식임에도 술술 읽혀서 추천 드리고 싶어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희경 저널리스트와 최재천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돼요. 보통 인터뷰 형식은 가독성이 살짝 떨어지게 마련인데 입말을 잘 살린 것도 있고 내용이 워낙 좋아서인지 지루할 틈 없이 읽었어요.

책에는 제목에서처럼 공부에 관한 내용도 물론 많이 나오지만 제가 이 책에서 꼽은 키워드는 ‘교육’과 ‘미래’에요. 개인이 공부를 해나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국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교육을 해나갈 것인지, 우리의 미래에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중점을 이뤄요. 사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뇌관과도 같은 문제잖아요. 최재천 교수는 손대기 어려운 교육이라는 문제를 자신의 관점으로 풀어나가요.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과 교수 생활에서 배운 지점을 생각에 녹여내면서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언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교육’과 ‘미래’라는 거창한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나가야 할지, 삶에서 공부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독서’에 관한 최재천 교수의 생각이 인상 깊었는데요. 우리는 흔히 취미로라도 독서를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는 “취미 독서는 아예 깨끗이 잊으세요. 독서는 일입니다.”라고 일갈해버립니다.

“독서는 일입니다. 빡세게 하는 겁니다.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져요.”

이 외에도 대학을 엄청나게 많이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도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지금은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대학도 많이 문을 닫잖아요. 하지만 20대 초반에 배운 지식으로 평생을 살아가기 힘든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또한, 10~20대는 시험을 보고 평가를 받는 공부 방식에 익숙하지만 시간 안에 무언가를 해내는 공부 습관은 버려야 한다고도 조언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뭘 해야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잖아요. 물론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감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 시간 안에 모든 해법을 찾아야 하는 긴박한 삶을 평생 살지는 않습니다.”

나에게 공부 재능이 있을까

부모님들의 공부하란 잔소리에서 빠지지 않는 말 중 하나가 “배워서 남 주나”입니다. 공부의 목적이 자아실현에 가까웠던 건데요. 사실 진정한 공부는 ‘남 주는 공부’가 아닐까 합니다. 『최재천의 공부』에도 ‘남 주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에게 기여할 수 있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는 것이지요.

제가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학자의 본질에 관한 열 차례의 강의』라는 책이 있었는데, 공부에 관한 생각을 전환한 계기가 된 책이라 오늘 소개해보려 해요. 저자명도, 책 제목도 고루한 느낌이고, 실제로 200년 전에 쓰인 책이기도 하지만 위에 언급된 베스트셀러 공부 책들보다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피히테는 우선 ‘학자’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는 ‘학자’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인’처럼 정신적으로 수양된 사람이라고 일컫는데요. 그는 “모든 시대에 교육과 정신적 도야의 방식은 학문적 도야이며, 이러한 도야에 참여하는 사람이 그 시대의 학자”라고 말합니다. 그 시대의 학문적 도야를 거치고 난 다음에 이념을 인식하는 데까지 다다른 사람만이 학자라고 불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런 기준이라면 교수들 중에서도 학자로 불리지 못할 사람이 많을 것 같네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신의 인식을 세계에 실용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학문을 해서 자신만의 고귀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바깥 세계에 관여하거나 이 세계를 발전시키는 삶을 살라고요. ‘남 주는 공부’와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이 책은 강의를 묶어서 출판한 것인데, 강의 중에 누군가가 공부에도 재능이 있어야 하느냐고 질문했던 듯합니다. 그는 재능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말합니다.

“재능 자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재능은 자기 자신을 의식하기 전에 이미 존재하며 작용을 미치고 있고, 조용히 위력을 확산하면서 계속 존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젊은이들은 재능이 자신 속에 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재능이 있다고 믿고 계속해서 꾸준히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고요. 공부에 관한 이야기인데 창작자에게도 해당하는 말인 것 같죠? 재능과 성실성이 합치되는 순간 폭발력을 갖게 된다고요.

“따라서 초보 학자는 마치 자신 속에 재능이 숨겨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내적이며 완전한 성실성을 갖추어 행동하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내적으로 숨은 재능은 언젠가는 결국 한 번은 밖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오늘은 ‘공부-책’ 트렌드에서부터 공부에 관한 책 추천, 남 주는 공부와 재능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풀어봤어요. 우리는 ‘공부’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10대 때 생각이 떠올라서인지 왠지 하기 싫은 느낌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우리 모두가 공부에 굉장히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생을 즐기는 ‘욜로’라든지 노력을 폄훼하는 ‘노오력’이라는 표현이 지배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갓생(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으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을 사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됐어요. 제 책 제목에서처럼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는 성장의 큰 축을 차지하는 만큼,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공부-책’을 계기로 어떻게 공부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