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언가를 같이 하자고 하면 거의 응하는 편입니다. 제안 자체가 고마워서인 이유도 있지만, 사실 이야기하다보면 실제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그냥 “Yes”라고 던져두고 상황을 보곤 하지요. 제가 기회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가졌다고 믿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었을 때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고요. 다만 먼 훗날 과거를 떠올려 봤을 때 ‘아, 그때 그 일이 기회였구나’ 하고 어렴풋이 짐작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일적인 제안에 대한 저의 대답은 대체로 “Yes”입니다.

누구와 같이 있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집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궁금한데, 저는 유독 다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나옵니다. 실제로 저에 대한 양면적인 평가를 자주 듣습니다. 어제만 해도 “너무 차갑다”와 “매우 따뜻하다”라는 말을 몇 시간 차이로 들었죠. 스스로 환경과 사람에 금방 물든다는 것을 알기에 좋은 환경에 저를 놓아두려 하고, 좋은 사람을 사귀려 합니다. 감성작가와 함께 하고 싶은 이유는 그저 그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기에 실제로 그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알 수 없죠. 중요한 것은 제가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라이팅듀오를 위해 저희가 함께 입주해 있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Platform-P에서 회의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넓은 공간이기에 에어컨이 전부 켜져 있지는 않은데, 청소 아주머니께서 일하시는 모습을 본 감성작가는 에어컨 리모컨을 가지러 가더라고요. “더우실 것 같아서요.” ‘예의’를 갖추는 것과 ‘친절’한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바람직한 행동 양식을 ‘예의’라고 한다면, 예기치는 못했으나 상대를 기분 좋게 한다면 ‘친절’이죠. ‘감성’ 작가는 예의와 친절을 모두 갖춘 사람인 것 같습니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이 하나밖에 없을 때 “네가 급히 나오느라 우산 못 챙겼을 것 같아서 두 개를 준비했어”라고 말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이랄까.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느냐고 묻는다면, ‘사람’ 외에 다른 요소를 특별히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저는 신체와 정신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머리로 판단하기에 앞서 내 몸의 감각을 믿습니다. 어떤 사람과 교류하고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의 컨디션 변화를 관찰합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기 전후를 비교해 컨디션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고, 변화가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종종 두통이 오기도 하지요. 심리상담을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이성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스트레스가 몸으로 온다고 하네요. 좀 의외였습니다. 그때부터는 더욱 몸 상태를 관찰하게 된 것 같아요. 금요일은 컨디션이 가장 좋은 요일인 듯해요. 그 이유를 찾는다면 라이팅듀오 회의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죠.

금요일마다 점점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고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감성작가의 “달라서 좋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의 경우, 달라서 좋은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반대 의견을 들으면 자꾸 머릿속으로 논리적 허점을 찾게 됩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실제로 누군가의 다른 의견에 반대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요. 이런 저에게 “달라서 좋은” 느낌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서로 다른 상태인데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니. 이런 인상을 거의 처음 받았기 때문에 그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마다 사용합니다. “다른데 좋네요.”

한 번 꽂히면 그걸 계속합니다. “다른데 좋네요”라는 표현도 질릴 때까지 사용하겠죠. 초반 실행력이 좋은 대신 강약조절을 못해 쉽게 나가떨어집니다. 한 마디로 뒷심이 약한 타입입니다. 감성작가는 반대라고 하네요. 시작하기까지는 오래 걸려도 한 번 시동을 걸면 멈추지 않고 달린다고 합니다. 서로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시너지가 날 것 같습니다.

MBTI 이야기도 해야겠습니다. 저는 감성작가와 몇 마디 해보고 그의 MBTI 유형을 맞혔습니다. MBTI 유형을 다 외우지 못함에도 맞힐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되고 싶은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감성 작가의 MBTI는 ENFJ이고, 저는 ENTJ입니다. ‘실제의 나’에 체크하면 ENTJ가 나오는데, ‘되고 싶은 모습의 나’로 체크하면 ENFJ가 나옵니다. 물론 제가 그의 MBTI를 맞히기 전에 힌트를 듣긴 했었죠. “제가 글로벌 호구예요” 문자 그대로 ‘밥 한 번 먹은’ 아직 친하지 않은 사이임에도, 저는 그가 타인을 도와주려는 모습을 이미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몇 번은 그냥 당해줘요.”

‘이성’과 ‘감성’이라는 필명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MBTI의 세 번째 글자에서 T는 이성, F는 감성을 의미하죠. 실제로 저는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이고, 그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이내 곧 ‘이성’이 감성적이 되고, ‘감성’이 이성적이 되는 모습도 목격될 것입니다.

책과 글, 출판과 편집, 작가와 드로잉에 관심 있는 모두를 커뮤니티처럼 연결하고 싶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내고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성작가와 감성작가가 함께할 것입니다. 사람이 매 순간 이성적일 수도, 늘 감성적일 수도 없죠. 때로는 이성적인 조언이, 어떨 때는 감성적인 터치가 당신을 어루만져 줄 것입니다. 서로 비슷하기보단 다른, 하지만 달라서 좋은 두 저자가 따로 또 같이 이야기하는 출판 그 언저리의 세계. 죽기 전에 내 책 한 번 내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저희가 아는 것들을 몽땅 나눠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