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서울국제도서전(SIBF)에 방문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올해 9월 저와 감성작가는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함께 다녀왔는데요.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전국도서전시회로 시작해 지금까지 약 70년간 출판사, 작가, 독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국내 최대의 책 축제예요. 보통 코엑스에서 개최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예년보다는 작은 규모로 열렸더라고요. 그래도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만족하셨을 만한 행사였어요. 저 또한 감성작가와 사진도 찍고 냉면도 먹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감성작가가 골라온 선물. 각 MBTI 별로 각기 다른 책이 들어있어요.

서울국제도서전은 한국의 책이 세계에 소개될 수 있도록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는데요. 올해가 2회 공모전이에요. 지난 해 여기서 선정된 책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2021’에서 1등에 해당하는 ‘골든 레터’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희 라이팅듀오를 통해 소개하기도 했었던 엄유정의 <Feuilles>이 바로 여기에서 선정된 책이랍니다.

오늘 오후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2021’ 공모 결과가 발표가 났다고 해서 이렇게 바로 가져와봤어요. 이번 공모에는 문학, 사회과학, 에세이, 그림책, 도록, 사진집, 교과서 등 전 분야의 도서 164종이 접수되었다고 해요. 책의 내용과 형태가 유기적이면서도 아름다움을 갖춘 책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한 번 같이 보실까요?

(출처: 대한출판문화협회)

10권 모두 나름의 아름다운 가치를 지니고 있는 책이라 대상을 따로 선정하지는 않았다는 아름다운 심사평이 있네요. 각 책마다 선정 이유에 대한 심사평이 적혀있어요. 인상 깊은 문구 위주로 한 번 소개해볼게요. 대한출판문화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전문을 읽어보실 수 있어요.

『공예—재료와 질감』

  • 기획자, 디자이너, 사진가의 작업이 조화롭게 완성해낸 독특한 결과물로,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특정 시대나 주제로 분류해 유물을 살펴보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공예’만이 갖는 근본적인 ‘특질’에 주목한다.
  • 이 책은 비록 시각적인 경험일지라도, 유리장 안에 놓인 상태로 볼 수밖에 없는 공예품의 재료와 질감을 가능한 가까이 체험하게 한다.
  • 새틴 용지에 선명도를 최대한 끌어낸 인쇄, 각 유물 사이에 백면을 주어 일정하게 호흡 을 끊어 주면서도 각각의 색감과 질감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한 배치, 오래된 글자를 재해석한 서체의 사용 등, 디자이너의 의도가 내용과의 어떤 충돌도 없이 편안하게 적용되었다.

『기록으로 돌아보기』

  • 작가와 디자이너와의 관계 맺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모든 책 만들기에 있어서 반드시 해결 해야 하는 중요한 수행과제인데 그 점에서 『기록으로 돌아보기』는 특히 돋보이는 책이다. 디자이너가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그 의도를 가볍게 뒤틀어 자칫 특별할 것 없이 평이한 편집 요소들을 재치 있게 풀어냈다.
  • 표지 이미지는 워크숍 작품을 가져온 것인데 참여자들의 흔적이 파스텔 톤 수채화처럼 번져 나간 이미지가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독자들을 직관적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 중간 중간 삽입된 화보지면에는 작가 다나카 고키가 발간한 책의 지면 일부를 촬영해서 편집했는데 책이 놓인 책상의 나무 질감과 색감을 그대로 살리고 상하 여백의 변주로 리듬감을 만들어낸 것이 흥미롭다.

『문지 스펙트럼』

  • 『문지 스펙트럼』의 표지디자인들은 다양한 글자체를 입은 원어 제목과 흑백이미지와 의 관계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보는 이로 하여금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의 문학과 사상에 빠져들어 보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다.
  • 표지에 사용된 흑백의 사진 이미지들은 의미를 내포한 기호가 되어 보는 이를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 여기에 하나의 조형 요소가 더 관여하게 되는데 『문지 스펙트럼』의 시각적 아이덴티티, 프리즘을 상징하는 삼각형 도형이다. 바우하우스에서 칸딘스키가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의 도형으로 규정한 이 삼각형은 표지의 중앙에 고정되어 있지만 이미지와 다양한 방법으로 결합하고 상호작용한다.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 내용은 재즈의 황금기를 이끈 레이블 ‘블루노트’의 모든 음반을 수집한 컬렉터의 극성스러운 기록이다.
  • 청각의 시각화는 독서과정에서 시각의 청각화로 되살아난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 서 시각적인 서체의 체형과 표정, 도판 등의 조화에서 사운드를 느끼게 된다. 푸른 재즈 의 선율로 해석한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은 시인 김광균(1914~1993)의 시구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시 <외인촌>에서)를 연상케 하는 공감각적인 디자인이 블루노트의 명반(明盤)처럼 돋보인다.

『신묘한 우리 멋』

  • 무엇보다 두 가지 특징이 주목된다. 강렬한 체형의 제목 서체와, 텍스트와 도판의 분리 편집이다. 우선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주황색 표지의 제목 서체가 압권이다.
  • 책을 완독한 후, 다시 제목 서체를 보면 그것이 저자가 추구한 해학적이고 멋들어진 세계를 빼다 박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 초고속의 디지털 세상에 제동을 거는 이 책의 등판은 사람들이 잊고 사는 우리 고유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반갑다.

『아웃 오브 (콘)텍스트』

  • 책은 ‘작품이미지-텍스트(영문)-인덱스(작품목록)-텍스트(국문)-작품이미지’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조에서 중심에 위치한 인덱스는 책 전체 구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 수십 장에 걸친 작품 이미지들은 연대기 순으로 나열되지 않아 그야말로 ‘아웃 오브 콘텍스트(Out of Context)’로 여겨진다.
  • 『아웃 오브 (콘)텍스트』는 책의 콘셉트가 콘텐츠를 구조화하고 그 구조가 책 전체의 형태에 거시적으로 또 미시적으로 반영되어 정신과 물질, 개념과 형태가 유기적인 하나를 이루는 수준 높은 디자인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자소상 / 트랙터』

  • 디자이너는 두 개의 전시를 한 권의 책으로 묶기 위해 책의 물리적 구조를 탐구했다. 지면 위 의 레이아웃을 다루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접고 펼치는 책의 구조까지 침투하려는 디자이너의 적극적인 해석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후 가공이 화려하고 정보가 가득한 책만이 아름다운 책이라는 그간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위와 고전 : 프랑스 상징주의 시 강의』

  • 책 한 권 한 권의 완성도나 아름다움 보다는 수류산방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어떤 태도와 가치에 대한 놀라움과 인정 그리고 끝내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에 가 닿게 된다.
  • ‘데페이즈망 기법에 대한 오마주’라는 표지 디자인도 처음에는 전치와 전복과는 거리가 먼 고전적인 스타일로 읽혔지만 극단적으로 고전적인 그들만의 디자인 수법이 오히려 초현실주의적 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점차 수긍하게 되었다.

『한글생각』

  • 『한글생각』은 가로쓰기가 전부라 할 한국의 출판 현실에서 이번 공모에 출현한 유일 한 세로쓰기 책이다.
  • 사람들은 안 그래도 바쁜 세상에 애써 새로운 읽기 방식을 시도하지 않으며, 그 가독성이란 게 다른 선택지 없이 길들여진 것일지 모른다는 의심도 굳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것’의 판단 기준이 다수결뿐이라면 이 세상에 다양성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울 터이다.

『Data Composition』

  • 전시를 충실하게 기록하면서도 새로운 인쇄 방식을 사용해서 흑백의 전시 공간을 매력적이고 생동감 있게 연출했다.
  • 시간 개념과 소리를 정지된 지면의 인쇄물로 재현하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늘 호기심의 대상이자 실험의 재료가 된다.
  • 책이 정보를 기록하거나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의 눈과 손으로 읽고 보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탄생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저는 10권 모두 어서 실물로 영접해보고 싶은데요. 오늘은 심사 결과와 심사평을 소개하는 정도로 하고, 조만간 더 자세한 내용으로 찾아올게요. 책, 출판, 글쓰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지금 유료 구독하세요. 저희와 함께 꾸준하게 글쓰기를 해나가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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