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작가의 책 <흔들리는 선>을 교재로 삼아 셀프 드로잉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셀프는 아닌 것이, 제가 8절 도화지의 반쪽에 드로잉을 하면 감성작가가 이어 그리는 과정을 거치고, 제 드로잉에 글로 코멘트를 받을 수 있죠. 얼마 전 유료 구독자 분들을 대상으로 드로잉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라이팅듀오에 새로 오신 분들은 감성작가를 만나기 전까지 저처럼 셀프 드로잉을 진행해 보세요.

교재의 목차는 1) 점에서 시작하기, 2) 색을 느끼기, 3) 선으로 개성 찾기, 4) 면을 표현하기, 5)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기, 6) 점, 색, 선, 면, 공간 활용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 진행할 두 번째 파트인 ‘색을 느끼기’가 가장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색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옷을 고를 때도 검정, 흰색, 회색 같은 무채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원색을 비롯해 다양한 색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죠. 저는 후자입니다. 옷을 잘 입으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 가지 색 이상을 쓰지 말라는 조언도 있는데요. 저는 한 번에 아주 많은 색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주 들고 다니는 에코백의 '아주 많은 색'

이렇게 보니 더 화려하네요. 이성작가라면 왠지 무채색이나 남색, 베이지색 종류를 좋아할 것 같은데 말이죠. 감성작가도 제가 첫 드로잉을 할 때 연필로만 그릴 것으로 예상했답니다. 결과는 반전. 색이 폭발하죠.

이성작가의 반전미


오늘 준비할 재료에 수채화 물감이 있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재료입니다. 수채화의 가장 큰 매력은 위에 덧칠을 해도 아래의 색이 보인다는 점인 것 같아요. 먼저 칠한 색이 완전 투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겹쳐 보이는 지점이 마음에 들죠. 수채화 물감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고 시작하려 하는데, 역시나, 평범한 것을 써둘 감성작가가 아니죠. 물을 먼저 뿌리라고 합니다.

“물이 묻은 붓으로 도화지 위에 물을 뿌리거나 문지릅니다. 그런 다음, 붓에 좋아하는 수채물감을 묻힙니다. 다시 물이 마르기 전 도화지 위에 색을 얹어봅니다. 확 번지는 물감을 잠시 바라보세요. 어때요? 물감이 번지며 예상치 못한 형태가 나타나죠?” (교재 28쪽)

번지는 물감

지시사항 대로 해봅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방법을 선호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자기 맘대로 번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물감을 바로 도화지에 칠하는 방법을 쓰더라도 제가 원하는 대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물을 먼저 뿌려놓고 물감을 떨어뜨리면 완전히 자기 멋대로 물감이 번져 버리죠. 하지만 이 와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연보랏빛으로 번지는 꽃잎 모양이 꽤나 마음에 듭니다.

책에 ‘밀도’라는 표현이 나오네요. 사전적 의미의 밀도는 빽빽이 들어선 정도를 뜻합니다.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가의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고요. 드로잉에서의 밀도도 이런 뜻일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건조한 부분을 찾아 여기 저기 그려봅니다. ‘여백의 미’가 있다고 하지만, 전 빽빽한 것을 좋아하거든요.

빽빽하게 그려본 꽃송이들

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미술학원에 다녔는데요. 유치원 때부터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다녔으니 되게 오래 배웠던 것 같아요. 한때 제가 그림에 빨간색을 너무 많이 사용한 나머지 미술학원 선생님과 엄마가 짜고 제 빨간색 크레파스를 숨기는 사건이 있었어요. 크레파스를 열자마자 빨간색부터 찾은 걸로 기억해요. 이 이야기를 들은 감성작가가 빨간색을 마음껏 사용하라며 빨간색 재료를 가져다주었죠.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1929~)의 화집도 함께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어디선가 많이 보셨을 거예요. 빨간색 땡땡이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감성작가가 가져다 준 재료를 물에 풀어보았는데요. 아무리 기다려도 빨간 물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늦은 밤에 카톡을 보낸 걸로 기억해요. 빨간 물이 나오지 않아요! 재료를 잘못 줬다고 합니다. 그냥 녹차였네요.

빨간물이 나오지 않는 녹차

다음 날 제 책상에 다시 빨간색 재료가 올려 있었습니다. 이번엔 확실해보이죠. 오미자니까요.

빨간물이 나오지 않는 오미자

물에 담그니 시뻘건 물이 나와서 기대했는데요. 이번엔 파란색이 나오는 겁니다. 보이시나요? 흐리멍덩한 하늘색이죠. 저는 언제쯤 빨간색으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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