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책을 너무 많이 봐서 걱정이야”라고 둘째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내심 기뻤어요. 오은영 박사가 말하는 ‘바람직한’ 부모상 안에 들어가 있는 착각도 들고, 책이 가진 아우라는 바람직함을 포함하고 있구나 하고요.

둘째 아이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라나고 있답니다. 책으로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읽고, 쓰고, 그리기를 훨씬 즐기더라고요. 몇 번 책을 권하긴 했었어요. 디지털 매체가 가진 장점과 책이 가진 장점은 다르니까. 경험치를 늘여준다 생각하고 가벼운 권유로 시작해서는 무거운 강요로 끝나더군요. 그날 이후로는 스스로 책을 가까이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저는 아이에게 책 읽기를 따로 권유하진 않게 됩니다. 8살이 되어 학교에 가고 스스로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보며 드디어 책 한 권을 집에 들고 와서 보여주기식 낭독을 하는데 나의 무거운 강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보여주기식 낭독이 강요에의 효과라면 서로 다름의 이해는 약간의 강요 요법으로 통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들고 온 책은 보름이 넘게 반납하지 않은 채 집 한구석에 누워 있었어요. 가끔 펼쳤다 닫았다 하는 정도로 아이 곁에 머무르다가 반납기한을 넘기고 도서관으로 돌아갔습니다.

항상 누워있는 책

온라인에 펼쳐진 흔들리는 멋진 세상

이렇게 책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둘째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또래의 아이들과 비교하면 미디어를 접하는 시간이 꽤 긴 걸로 추측되는 둘째 아이는 생각보다 많은 지식을 습득한 상태입니다. 보통의 아이들의 평일 미디어 이용 시간은 1~2시간 이내라고 들었어요. 이는 우리 마을 데이터이니 정확한 통계자료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둘째의 경우 3시간 정도 또는 그 이상을 미디어와 함께 합니다. 미디어 활용 시간이 높은 편이죠. 그런 둘째가 책보다 지식의 깊이가 얕은 앎의 상태일 것이라는 편견이 싹틀 즈음에 허를 찌르는 둘째의 상식 그리고 그만의 지식 깊이감이 드러날 때면 미디어의 건재함이 과시됩니다. 어디에서 그 지식을 알게 되었냐고 물으면 90퍼센트 ‘유튜브’라고 답을 하니까요. 아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면 대부분이 즐거움과 상업성의 종합세트이고 그 안에서 가끔 유익함이 있더라고요.

첫째와 둘째의 디지털 라이프를 라떼는 시절의 사람인 제3자의 입장으로 관찰한 결과 ‘그 아주 가끔 있는 유익함’이 바로 핵심 포인트더군요. 주제와 맥락에 맞게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예를 들면 공룡이라는 유튜버가 썰~을 풀다가 “어~ 갑자기 ***이 궁금해지네? 다음 콘텐츠에서 ***이나 알아볼까?”하면 아이들이 훨씬 호기심을 가지며 ‘갑자기 덤벼드는 지식’에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더라고요.

갑자기 덤벼드는 지식에 대한 예시에 감성작가의 상상력을 더해보면 1)원숭이의 삶에서 시작해서 2)원숭이가 건물 꼭대기에서 보는 시점이 3)원근법 연구로 연결되었다가 4)갑자기 원근법을 만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5)ADHD로 넘어가서는 6)ADHD약자를 찾아보며 자신의 영어실력을 비관하며 앞으로 7)어떻게 영어공부를 할 수있을까 고민을 하다보니 배가 고파져서 8)새로나온 카구리를 사러 편의점에 가는 식인거죠. 이렇게 연결되는 콘텐츠 안에는 총 8개의 정보가 있습니다. 이것이 디지털 네이티브 들이 만들어내는 흔들리는 멋진 세상이고, 그 안에서 그들은 배우고 익히며 즐겁다는 것이고요.

두릅과 노트북, 감성작가 작업터전도 유튜브 콘텐츠 썰 풀기 나쁘지 않은데 말이죠.

책 안에 펼쳐지는 흔들림 없는 단단한 세상

제가 경험해 본 온라인에서 발행되는 글과 책으로 발행되는 글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목차 같아요.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게 되면 책의 목차라는 것이 좋든 싫든 눈에 띄게 됩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발행되는 글은 목차 보듯 온라인의 제목부터 훑어 읽는 경우는 드물어요. 또 조금만 읽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바로 창을 닫고 다른 창으로 넘어가죠. 콘텐츠를 선택하는 속도가 정말 빨라지는 겁니다. 책은 손으로 집어야 하고, 펼쳐야 하고, 이왕 펼친 김에 몇 줄 읽기도 하고 더해 구매해서 왔다면 본전 생각에 하다못해 절반이라도 읽죠. 온라인 콘텐츠는 대부분 맥락과 상관없이 흔들거리며 멋진 콘텐츠를 생산해낸다면 오프라인의 책은 조금 더 조용하고 맥락이 드러나는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둘 다 개성 있는 매력을 품고 있다는 뜻이니 우열을 가리자는 뜻은 전혀 없어요. 감성작가는 이성작가 덕에 온라인 콘텐츠를 발행 중이지만 둘 중 꼭 선택 하라고 한다면 책을 선택하고 싶긴 해요. 이것은 세대의 차이라기보다 개인 성향의 차이 같아요. 사실 조금 더 불친절한 콘텐츠를 선택하고 싶다는 것일 수도 있고요. 온라인 콘텐츠처럼 짧고 간결하게, 독자가 원하는 지식을 뜀뛰며 볼 수 있도록 링크도 걸어주고 바로 처리되어 즐거움과 유익함을 전달되는 방식보다는 조금 더 깊이에의 강요에 수를 두고 싶은 것은 감성작가가 머릿속에 품고 있는 콘텐츠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일 수도 있으니까 감성작가는 계속해서 손에 잡히는 물성으로 다소 독자에게 불친절한 형식의 작업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이성작가는 ‘예술가’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저는 온라인으로 글도 읽고, 뉴스도 접하며, 자기 전에는 잠을 부르는 책을 손에 쥐고 있어요.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와중에 굳이 신문을 받아 봅니다. 이유는 온라인에서 제가 선택하는 기사와 정보 그리고 책은 모두 제가 지시해서 읽는 정보거든요. 그런데 신문은 펼칠 때마다 눈에 띄는 정보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을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혀질 때가 많음을 깨닫고 아침 번거롭게 대문을 열고 신문과 배달된 우유를 집어 들며 다 읽은 신문은 분리 수거까지 하는 수고를 더하고 있지요. 심지어 스크랩도 한답니다. 글의 재료가 될 만한 기사는 손으로 북 뜯어 따로 모아두는 쇼핑백이 하나 있어요. 그 안에 쏙 집어넣어 두고요.

전혀 다른 관점과 세계관이 조화롭게 섞여 새로운 관점과 세상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보고 사는 것이 감성 작가는 참 재미있어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어 보이고요. 영역은 확장되고 서로의 교집합과 차집합을 인정해주며 어우러지는 것이 근사한 일들의 시작이니 우리는 그 지점에서 활발하게 만나길 바랍니다. 라이팅듀오 구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영역들의 교집합을 목격했나요? 라이팅듀오와 구독자 여러분들이 가질 수 있는 교집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라이팅듀오 이메일로 상상의 이야기들을 보내주세요. 교집합은 저희가 찾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