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죠. 독서 외에 재미있는 것들도 너무 많고, 유튜브처럼 정보를 얻을 채널도 다양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에는 그리 동의하지 않는 편이에요. ‘책’이라는 형태가 아닐 뿐이지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글’을 읽고 있잖아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읽는 포털 기사에서부터 전자책, 웹소설, 유료 구독 서비스까지. 요즘은 유튜브도 자막으로 보지 않나요? 그 어느 때보다 텍스트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사회 현상이 등장했을 때 이상주의적인 태도로 ‘이래야만 한다’라며 당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현재 나타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안을 모색해나가려 노력합니다. 독서 인구 감소라는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은 문제다”라거나 “요즘은 독자가 줄어서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라는 식의 접근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죠. 그보다는 요즘 사람들이 어떤 플랫폼에서 글을 읽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합니다.

1440년대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한 이래 지난 600년 동안 책을 읽는 방식은 계속해서 변화해왔어요. 당연히 독자의 범주와 성격도 달라졌죠. 로제 샤르티에와 굴리엘모 카발로가 엮은 『읽는다는 것의 역사』에는 지난 수백 년 동안 독서의 역사가 어떻게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변화해왔는지 나오는데요. 소수의 책을 여러 번 깊이 읽는 방식에서 다양한 종류의 책을 넓게 읽는 방식으로, 입으로 소리 내어 읽는 집단 독서에서 눈으로 조용히 읽는 개인 독서로, 전문적인 집중 읽기에서 킬링 타임 용 소비 독서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지요. 한때 기승전결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독서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재핑(zapping)’이라고 불리는 띄어 넘기 형 독서법이 일반적이죠. 이처럼 독서의 형태나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다르고, 지금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같은 시대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비슷한 방법으로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죠. 대학 교수와 10대 학생의 독서법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럼에도 영상 매체 시대가 된 현재 시점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텍스트를 접하는 방식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보고, 글을 쓰는 사람은 이 부분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독자

저는 80년대 중반 생으로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온라인 문화에 익숙하며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세대에 속해 있습니다. 저에게 ‘글을 쓴다’라는 행위는 ‘책을 낸다’라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에요. 글을 기고한다고 했을 때 처음 떠오르는 매체는 당연히 온라인이며, 책은 조금 더 정제된 결과물로 느껴져요.

감성작가는 저에게 ‘온라인’에 글을 많이 쓴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사실 저는 ‘온라인’에 글을 쓴다는 인식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글을 쓴다’라는 서술어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지 특별히 온라인을 활용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감성작가와 함께 입주해 있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도 온라인을 활용하는 창작자보다는 출판물을 선호하는 작가나 편집자들이 많은 것 같긴 해요. 그러다보니 제가 상대적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된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창작자로서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면 내가 쓴 글이 많은 사람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아닐까요?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도 있겠지만 그건 지속가능한 창작 활동을 위해서이지, 글 써서 부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닐 거잖아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전달하고 싶다는 목표를 충족하려면 ‘디지털 시대의 독자’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시대의 독자’는 여러 특징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시간 부족’이 가장 큰 특징인 것 같아요. 현대인의 특성과 동일한데요. 늘 무언가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가다보니까 잠깐의 틈이나 시간의 지체를 잘 못 참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은 좋고 나쁘고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특성을 이야기한 건데요. 빠른 시간 내에 더 많은 정보를 접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보니까 글을 읽을 때도 이러한 특성이 두드러지는 것이죠. 요즘 유튜버들은 말이 끊기는 부분을 모두 컷해서 비는 부분을 없게 만드는 편집을 하잖아요. 이렇게 편집한 영상을 1.5배속으로 보는 게 요즘 콘텐츠 소비자들이죠. 텍스트는 영상보다 상대적으로 더 재미없기 때문에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기가 훨씬 쉽고요. 온라인에 글을 쓴다면 독자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독자의 특성을 파악했다면 해결 방안도 있어야죠. 저는 1차적으로는 시각 이미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TV에는 정말 많은 아이돌이 나오지만 누구는 뜨고 누군가는 묻히죠. 잘생기고 예쁘면 인기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에요. 0.5초 안에 시선을 끌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디자인적으로 아주 뛰어나거나, 조금은 못났어도 인식이 빠르게 될 수 있는 시각 자료면 괜찮죠. 제목도 스마트폰 화면의 한 줄을 넘어가지 않게 배치해야 하고요. 시간 부족에 쫓기는 독자들을 위해 두괄식 화법과 내용 요약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독자’는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물론 책의 독자도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펼쳤겠죠. 하지만 책의 독자가 얻고자 하는 것이 ‘교양’이나 ‘지식’의 범주라면, 디지털 시대의 독자는 ‘정보’에 가까운 것 같아요. 여러 정보가 모여 지식이 되고 지식이 쌓이면 교양이 높아지는 것이죠. 물론 온라인 텍스트 중에서도 전자책이나 유료 콘텐츠는 정보를 넘어 지식을 전달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디지털 시대의 독자가 바라는 것은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100여 명이 넘는 창작자들이 모여 있는 카톡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요. 오늘 낮에 한 창작자가 “구독자가 너무 없어서 그만 두어야 하나 싶다”라고 채팅을 올렸더라고요. 여러 위로와 조언이 오가는 가운데 누군가가 “지갑을 여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알겠지만 저는 별로 공감이 안 가더라고요. 글 쓰는 사람으로서 독자를 염두에 둔다는 말이 돈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은 아니니까요. 가수 코드 쿤스트가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 나와서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지금까지 노래를 듣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노래를 만든 적은 없었는데, 이제 많은 사람이 내 노래를 듣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요. 보답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바로 우리가 독자를 계속해서 연구하는 이유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