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떡볶이를 어떻게 이겨?”는 제가 텀블벅을 진행하던 중의 이야기입니다. 텀블벅의 ‘주목받는 프로젝트’에 선정된 후 배너광고 지원을 받게 되었는데, 제 배너광고 바로 아래 양념이 맛깔나게 묻은 떡볶이를 후원하는 프로젝트가 동시에 걸려 있었어요.

텀블벅 펀딩 화면에 <흔들리는 선>과 <극한 떡볶이>가 한 화면에 떠있는 모습

떡볶이는 나의 오래된 절친인데도 텀블벅 펀딩기간 중에는 자꾸 거슬리는 겁니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합디다. “내가 생각하는” 독립출판과 상업출판은 책과 떡볶이에 비유해볼 수 있겠습니다. 유익함은 있지만 사람들에겐 거리감이 느껴지는 책, 그리고 마케팅이 필요 없이 웬만하면 평균 이상이 되는 떡볶이처럼 상업출판은 준비된 선수 느낌이죠. 그래도 아직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제가 몇 자 더 적어보도록 할게요. 저는 출판업계에 뒤늦게 들어왔지만 출판에 흠뻑 취해본 관계로 “내가 생각하는” 출판시장에 대해 말할 자격은 있는 것 같아요.

상업출판과 독립출판의 사이에서 ‘출산’한 책

저의 첫 시작은 ‘상업출판’과 관련이 있어요. <의자와 낙서>를 준비하면서 꽤 이름 있는 출판사를 소개받아 열심히 진행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호감도는 사라지고 편집자와 작가인 저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죠. 둘 다 예의를 갖추고 만나긴 했지만 저는 늘 한없이 설명을 해야 했고, 편집자는 이해할 수 없는 모호한 표정을 지은 채 헤어졌죠. 첫 출판이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출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고치고 쓰기를 반복했어요. 글은 편집자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뿐더러 저도 보기 싫더라고요. 제가 처음 생각한 것들에서 점점 멀어지고, 내가 독자라도 사볼 것 같지 않은 이도저도 아닌 방향으로 흘러갔죠. 서로 좀 더 믿고 방향을 조율해 나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요?

그렇게 편집자와 작가는 자연스레 헤어짐을 앞둔 연인처럼 어색해지기 시작했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둘 다 그만하자는 마음에서 일은 멈추어졌습니다. 원고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 한 후 계약을 하는 것이 부담이 없겠다는 생각에 출판사도 저도 동의했죠. 1년 덜 되는 시간이었지만 제게는 무척 힘들고도 긴 시간이었어요.

그 당시 저는 ‘작가’라는 호칭도 어색했고, 출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누구를 찾아가야 할 수 있는 건지 아무 것도 몰랐어요. 홀로 남겨진 저는 출판사의 의도에 기를 쓰고 맞춰볼 걸 그랬나 후회도 되었죠. 한편으론 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귀담아 듣지 않지 하는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고요. 그렇게 저는 상업출판과는 멀어졌습니다.

출판 절차가 명확하며 편집자와 마케터, 편집장과 대표가 출판사라는 팀으로 구성된 상업출판에 저의 실험적인 첫 책이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그 당시 제가 능력 이상의 일을 벌이고 있었던 것일까요? 돌이켜보면 둘 다 해당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후 돌고 돌아 드디어 제 작업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소규모 출판사와 합을 맞추게 되었어요. 큐레이터 출신 편집장과 잡지 경력 편집자가 단 한 페이지도 허투루 만들지 않은 책, <의자와 낙서>를 제작해 주었죠. 이렇게 어렵게 마감된 책이 마치 아이처럼 느껴졌고 첫 출산 같았어요.

상업출판과 독립출판의 경계: 판권 정보 살피기

책을 출판한 저는 버릇이 하나 생겼어요. 새로운 책을 볼 때 제목을 보고는 맨 뒤 판권 면을 유심히 살펴요. 인쇄 일자부터 시작해 몇 쇄를 찍은 것인지 확인하고, ISBN, 출판사, 편집자, 글쓴이, 그린이, 가격, 해외출판 에이전시와 저작권자, 제작자, 번역자, 디자이너까지 살펴봅니다. 심지어 출판사 로고, 온라인 서점에서의 카테고리, 전자책 유무 등 정말 꼼꼼하게 봐요.

책등과 책표지, 책 그리드, 다이어그램 모양, 판형, 인쇄소 정보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가 있으면 상업출판과 많이 맞닿아 있는 책이기도 하고 독립 출판, 1인 출판이더라도 책의 꼴을 제대로 갖추었구나 하는 거죠.

판권 면의 정보가 정확하게 기입되어 있다면 상업출판물로 인정되고 다양한 문고(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예스24, 북센 등)에 입고가 가능합니다. 기타 독립문고 책방에도 두루두루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책이 도서목록에 맞게 배치고, 보도 자료를 통해 출판의 형식을 갖추며 대형문고에서 ‘책의 활동’이 시작되는 것이죠, 대형문고에 넣지 않고 독립출판물의 형태로만 유통을 원한다면 독립 문고에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입고 문의 및 절차를 밟으면 되고요. ISBN을 정확히 발급 받은 책은 독립문고에서도 편리함이 있는데요. 독립문고 유통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창작자와 출판사, 서점이 한 번에 연결되고 결제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답니다. ISBN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 드릴게요.

연희동 독립문고 '유어마인드'

제 책은 상업기반의 마케팅을 펼쳐줄 만한 여력이 있는 상업출판은 못했지만, 작가의 결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특색 있는 출판사를 만난 것이라 후회가 없어요. 실적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갖고 있습니다. 2019년 미술부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교보문고에서는 ‘매절’ 형태로 한꺼번에 60권을 가져가기도 했어요.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현대카드라이브러리, 국립중앙도서관, 각 시도 도서관 등에 아카이빙 되었습니다. 또 책 디자인과 내용이 독특한 개성을 담았기에 독립문고에서도 괜찮은 반응을 보였어요. 언리미티드 북페어를 주최하며 독립출판계를 이끌어가는 독립서점 ‘유어마인드’에서 6차 입고까지 되었지요. 또 책방을 운영하는 에디터님이 책 소개를 멋지게 해주셔서 유어마인드와 연결된 다른 지역의 독립 문고에 차례로 입고되더라고요. 이후 알려진 독립문고는 물론 숨은 보석 같은 지역 문고에 많이 입고되었습니다. 그리고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는 북페어인 언리미티드와 퍼블리셔스테이블, 지방 북페어 등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했어요.

이처럼 상업출판과 독립출판은 그 경계를 구분 짓기 모호한 면이 있지만, 위에 설명한 판권 면을 들여다봤을 때 완벽하게 책의 꼴을 갖추었다면 상업출판과 독립출판 모두 가능하겠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짧게 <흔들리는 선>도 이야기를 더하면 <의자와 낙서>가 괜찮은 결과를 낸 상태이기에 더욱 자신감을 높여 진짜 개성 있는 도전을 시도했어요. 30센티미터 정도의 큰 판형과 큰 글자, 시니어를 타겟으로 하되 시니어의 감성에 맞추지 않은 디자인 등 더욱 과감한 시도를 했습니다. 이러한 시도 덕분인지 온라인 입고 전 이미 독립문고 및 기타 대형 서점에서 문의가 들어오기도 했죠. 하지만 텀블벅을 통해 책을 미리 받아본 후원자들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의자와 낙서>에 비해 너무 실험적인 책이라 이질감을 느낀다는 평도 꽤 있어요. 대형 문고에서 얼마나 상업적 성과를 낼지도 미지수이기는 합니다.

독립출판물과 ISBN


"믿는 것을 실천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명희 저자의 <미친년>이라는 책에 나오는 문장인데, 책을 낼 때 마다 이 문장이 그렇게 떠오릅니다. 책 하나 만들어 내려면 내 글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작가, 출판사, 편집자, 디자이너의 합이 좋아야 합니다. 또 인쇄비, 홍보비, 마케팅 등 비용도 만만치 않죠. 내가 좋다고 믿는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미친년’이라 불리는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특히, ISBN이 정확히 표기된 책이 되려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ISBN은 책의 주민등록번호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이 주민번호는 출판국가, 언어, 출판사, 항목 등 다양한 숫자정보가 분류코드가 되는 것입니다. 상업출판의 필수조건으로 ISBN 등록을 해야 하는 이유도 유통과정과 거래 시 꼭 필요한 분류코드이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선> ISBN과 바코드

그리고 독립출판물 중 ISBN이 찍혀 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분해서 볼 수 있는데요. 꼭 ISBN이 없다고 해서 책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형식의 문제일 뿐이니까요. 가령, 동네에 특색 있는 독립서점을 방문해 ISBN은 찍히지 않았지만 손바닥만 한 귀여운 애기그림책도 만날 수 있고, 도대체 무엇을 시도한 것인지 영문 모를 책을 사와서 후회하기도 하죠.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덥석 덥석 집어오곤 합니다. 책의 구매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로 ISBN 유무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니까요.

ISBN이 찍히지 않은 <손바닥 만한 그림책>

콘텐츠와 관련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1인 출판

그렇다면 1인 출판은 무엇일까요? 독립출판은 상업출판과 1인 출판 모두를 품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상업출판은 대중적인 분위기를 따라가는 것이 좋기 때문에 너무 개성적인 글은 선호하지 않는 무언의 규칙이 있는데요. 독립출판은 그렇지가 않아요. 콘텐츠만 좋다면 어떤 타입이든 품죠.

1인 출판은 자신이 출판사, 편집자, 마케팅, 운영 등 모든 것을 책임지는 출판 형태입니다. 제가 처음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독립출판과 상업출판, 1인 출판을 비교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특히 1인 출판의 경우 독립출판과 무엇이 다른가 헷갈리기도 하였죠. 1인 출판은 상업출판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도전하는 콘텐츠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내가 만들고 시키는 방식입니다. 즉 ‘나’라는 단어에 굉장히 집중되어 있습니다. 제가 입주해 있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Platform-P에는 ‘해해북스’라는 1인 출판사가 있는데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전의 출판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콘텐츠 제작, 굿즈, 강의, 유통, 홍보 등 1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커버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계셨답니다.

1인 출판사 '해해북스' 워크숍 사진

그런데 해해북스 출판사 대표님처럼 저렇게 용기 있게 1인 출판을 해낼 엄두가 저는 아직 나지 않아요. 그 이유는 작가인 제가 이 모든 과정에 관여를 할 경우 콘텐츠를 제작할 에너지가 하나도 생기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 1인 출판을 해내는 분들은 정말로 대단한 분들 같습니다. 최근에는 1인 출판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시도하고 싶은 것을 도전하는 다양한 출판 형태가 있고, 독립출판 북 페어 등 여러 장이 펼쳐지기도 해서 기회가 많아요. 최근 ‘안녕! 망원’ 이라는 1인 출판사 운영진을 만났는데요. 얼마나 유쾌하신지 입고 문의가 들어오거나 구매 문의가 들어오면 자전거를 타고 직접 배송해 주기도 한다는군요.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요. 참 재미있는 사례 같았어요.

최근 저는 경의선 책거리 공원에서 3인이 공동으로 독립서점을 운영 중인데요. 많은 분들이 독립출판물에 관심을 갖고 펼쳐보시더라고요. 콘텐츠만 확실하다면 독립출판물도 홍보 전략을 잘 짜서 성공을 노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새로운 책문화가 많이 생기고 있기에 책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시도를 적극 추천합니다.

출판 관련 사이트 및 책 추천

여기까지는 제가 생각하는 독립출판, 상업출판, 1인 출판의 정의였고요.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위해서 책 만들기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은 다 아는 사이트를 언급해 볼까 해요.

첫 번째, ‘책 만드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꿈꾸는 책공장’이라고 해서, 책 만들기 및 책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사이트입니다

두 번째, ‘1인 출판사’를 차려 직접 책을 만들고 운영하는 분이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게시글입니다.

세 번째, 저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Platform-P에서 북큐레이션이 잘된 책들을 접할 수 있었어요. 제가 책 제작자는 아니지만 1인출판과 독립출판, 그리고 디자인, 유통, 마케팅 등 책 제작과 관련한 사항들을 알아가려 노력해요. 나의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출판 시장을 더 잘 알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도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요.

제가 출판 시장을 알아가는 데 도움을 받은 책들을 언급하는 것으로 오늘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김점선), <편집자의 마음으로 2020>(열린책들), <있으려나 서점>(요시타케 신스케), <이것도 출판이라고>(김민희), <책 잘 만드는 책>(두성북스), <편집자가 되는 법>(이옥란),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이현화), <출판사에서 책 내는 법>(정상태), <읽는 삶 만드는 삶>(이현주), <책 따위 안 만들어도 되지만>(하바 요시타카), <중쇄를 찍자>(마츠다 나오코), <출판 선언문 출판하기>(미할리스 피힐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