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을 자주 거닐어보세요!”라는 말을 자주 하게 돼요.

미술관에 익숙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미술관에 어떻게 들어가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미술관을 가고 싶다면 더더욱 ‘미술관 밖’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해요. 가끔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에너지가 소진되었을 때 미술관에 가서 어떠한 작품을 본다고 하는 내용이 꽤 있더라고요. 특히, 발길이 멈춰진 채 멋진 상념에 사로잡힌 작품을 만났다고. 여기서 잠깐, 저는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부러움보다는 진짠가? 내 감성지수가 너무 낮나?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저도 휴스턴 로스코 채플에서 작품을 온몸과 정신으로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만. 평소 글이 안 풀리면 잠을 자거나 동네를 산책하고, 소소한 쇼핑도 좀 하고, 아무말 대잔치 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다거나, 유튜브를 켜놓고 떡볶이를 먹고 나면 글이 잘 써지는데 저도 미술작품을 보면서 특별한 영감이 떠오르는 일이 잦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 이성작가가 넘겨준 ‘미술관 여행하는 법’이라는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펜데믹 상황이 길어져 ‘여행’에 대한 동경이 생겨버릴 지경이니 더 그러하겠죠. 미술계에서 다양한 일을 했었는데, 지금 ‘미술관’이란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바로 ‘여행’이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어요. 미술관 가는 날은 ‘아이디어를 얻어야지, 휴식을 해야지’ 이런 식으로 목적을 갖지 않고 그냥 가볍게 여행 정도로 생각하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 있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미술관 중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할까 묻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제일 먼저 미술관의 전시뿐만 아니라 그 미술관의 건축적 요소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더해 꼭 알려주는 것이 미술관 근처의 맛집이지요. 목적을 두든 목적을 두지 않든 미술관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 주려면 무엇보다 맛집이 연결되어야 그 몫을 다 하거든요. 라이팅듀오에 적합한 정보로 미술관 여행 길라잡이를 준다고 치면 당연 그 주변 맛집을 줄줄이 이야기하고 싶어요. 글을 쓰는 것도 식후경 아니겠습니까?

덕수궁 미술관의 잘생긴 나무

미술관이란 무엇인가?

제가 워크숍에서 미술관을 설명할 때면 가장 먼저 질문하는 것이 미술관과 갤러리의 차이를 아는지 물어본답니다. 의외로 대답이 금방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가장 큰 차이점은 미술작품을 판매하지 않는 곳이 미술관입니다. 갤러리는 미술작품 거래가 가능한 곳이고요. 그렇다면 오늘날의 미술관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오늘날의 미술관은 ‘여행지처럼 거닐고 사색하는 곳’ 정도로 남겨두고 싶어요. 조금 더 전문적인 답을 원한다면 ‘다양한 사람들이 거대담론과 소수의 이야기를 동시에 나눌 수 있는 곳’이라 말하고 싶고요.

전시를 보고, 작품 한 점 한 점을 놓치지 않고 보아라고는 전혀! 말하고 싶지 않아요. 라이팅듀오를 구독하는 구독자분들은 아무래도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 같아요. 서가에 꽂힌 책 중에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읽은 책이 있는가요? 그렇지 않잖아요. 미술관에 가서도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을 집중해서 보고 느끼며,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도 내가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한 카테고리는 지나치셔도 됩니다. 특히, ‘본다’는 것은 신체적 활동으로 비추어봐도 굉장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행위랍니다. 따라서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겠다는 전투적인 자세는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나오는 사태를 초래하기도 해요. 그러니 설렁설렁 몸에 힘을 빼고 미술관을 관람하고, 동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오는 장소로 남았으면 합니다. 만약 혼자 갔다면 작품을 적당히 보고 미술관에 파는 맛있는 커피를 한잔 꼭 마시고 돌아왔으면 합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본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고, 충분히 눈도 마음도 머릿속 휴식을 하고 온다면 미술관을 완벽하게 누리고 온 것이 된답니다.

미술관 밖으로의 여행

오랫동안 한국 및 세계의 다양한 미술관을 방문해 보면 볼수록 저는 작품보다 되레 미술관 주변 그리고 미술관을 지은 건축가 등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술을 전공한 전공자들 대부분은 미술관 엘리베이터 유도선, 비상구 표시, 미술작품 명제표를 어떻게 표시하는지(최근 방문한 아모레퍼시픽 뮤지엄은 빛을 이용해서 미술정보를 주던데 참 좋았던 기억이 나요.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게 하더라고요) 작품을 걸어 둔 벽의 구조, 페인트 컬러 심지어 커피 맛과 입점해 있는 커피 브랜드 등 얄궂은 것들만 잔뜩 사진으로 찍다가 오기도 하죠. 모든 작품을 꽉 차게 눈에 넣어봐야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을 알기에 엉뚱한 잉여 행동을 끼워 넣어 작품을 다각도로 보고 온다고 포장을 해봅니다.

책을 읽다가도 한 문장 한 문장 너무 고심하고 쓴 작가의 글은 피로감을 유발해요. 작품감상 미술관 감상 방법도 그렇습니다. 너무 어떤 특정 작품에 매몰 되서 진짜 보고 느껴야 할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지, 미술관을 간다는 것은 일을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작품 주변의 경관과 작품 주변에 배치된 사물들을 유심히 보고 오세요. 훨씬 폭넓은 감상의 기술을 발견할 수 있어요. 특히, 미술관을 지은 건축가를 꼭 찾아보시고요. 미술관 연혁을 보면서 언제 어디로 이 미술관이 이동했고 지어졌는지 내가 서 있는 장소성을 확인해 본는 것도 잊지 말고요.

제가 브루노 무나리 작가를 정말로 좋아하는데요. 브루노 무나리가 쓴 전문 서적을 보면 아주 전문적이고 피로감을 유발 시키는 용어를 퍼붓다가 휙 하고 엉뚱한 자신의 신변잡기를 글로 풀어 넣었더라고요. 처음에는 자신이 거주하게 된 아파트의 창문 공사 이야기가 왜 있나 싶었어요. 에어컨이 설치된 방은 에어컨 냉기를 가두기 위해 창문을 열지 못하게 꽉 막아둔 것인데 자연 바람의 중요성, 인간으로 더울 때는 더위를 느껴야 하는 이유를 완곡하게 그렇게 표현하면서 자신의 사상과 철학, 지식 등을 녹여서 표현해 둔 것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었죠. 문화의 차이도 넌지시 짚어 둔 것까지 자신의 의견을 세련되게 숨겨둔 글쓰기였죠. 그런데 그러한 휴식의 구간에서 그가 독하게 표현해둔 전문적인 지식이 적절히 버무려져 무나리의 글을 읽다 보면 독자는 지식을 더해 나에게 지혜로 체득됨을 체험하거든요.

이처럼 미술관에 작품을 보러 가더라도 오로지 ‘그 작품’ ‘그 내용’ ‘그 명제’ ‘그 해설’만 보러 가는 것은 정말 추천하지 않는답니다. 이 전시를 보고 그다음 전시를 연결해서 보고 이 미술관 저 미술관 하루에 모두 살펴본 후 나는 정말 문화생활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면 ‘오늘 본 것으로부터 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화가 잘되길 빈다’는 생각이 스친답니다. 또 ‘그 작품’의 ‘그 내용’만을 보자면 인터넷에 찾으면 나오는 내용은 아닐까요. 내 생각을 담아보거나 나의 감정을 그 안에 꼭 놓아 보고 왔으면 합니다. 진짜 배움은 내가 알아채지 못하게 배우는 것이 진짜 배움일 수 있거든요.

미술관이 지어진 형태와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동선 등을 함께 ‘공감’하면서 그 작품을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버무려진 작품 보기는 글을 쓰기 위한 재료로 또 삶에 휴식을 위한 양념으로 사용될 것 같아요. 당장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아름다움은 '인연'입니다. 커피를 마시는데 계속 말을 거는 식물을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단 하나, 나만의 명작

제가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저 역시 관광객모드로 모나리자 작품을 보려고 들어갔죠. 작품이 생각보다 작다는 것을 알고 갔지만, 생각보다 더 작은 모나리자는 키 큰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여 키가 작은 제가 볼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았어요. 깡총 뛰기엔 스스로가 우스울 것 같고. 겨우 끄트머리에 컴컴한 부분을 보는 듯 마는 듯 포기하고 뒤돌아섰죠. 뒤돌아서는 순간 텅 빈 그곳에 인간의 창백함이 아닌 세상에 처음보는 비누 빛 사모트라케의 릴케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기 직전이던걸요. 바글거리는 관광객 사이에서 신선한 공기가 제 몸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어요. 모나리자에 집착하던 피로감도 날아갔습니다.

자신의 계획 하에 미술관 특정 전시 및 작품을 보러 갈 때 마음의 문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열어 놓고 가보세요. 내가 찜해 놓은 그 작품을 보고, 의외의 작품을 만날 여지를 열어 두라는 거죠. 그 의외의 여지는 내가 계획한 방향 반대에서 툭 튀어나올 수 있어요. 아주 하찮은 그림자 방향과 맞물려 만날 수도 있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먼지 같은 점으로 내게 다가올 수도 있죠. 내 계획 속에 있었던 근사한 작품과 더불어 어디서 불쑥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지 모를 담벼락 들꽃 같은 작품을 만나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요.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미술관 주변을 자주 걸어보세요. 번거롭게 꼭 미술관에 입장하지 않더라도 미술관 주변의 풍경과 미술관 조경과 어우러진 야외 조각 공원, 미술관에 들어가더라도 중간 자연채광으로 뚫어놓은 내부와 외부의 연결 지점에서 쉬길 바랍니다. 독서에서 행간에 멈춰 쉬는 것처럼 그렇게 쉬면서 천천히 알고 싶은 것을 알아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일은 바쁘게 하고 미술관에서는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 봅시다. 30분이라도 목적 없이 다 잊어버린 듯 완전 느긋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