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은 지나갔고 다음 내용을 확인해주세요.”

저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미국에 40일 정도 머무르게 되었어요. 여전히 코로나를 통과하는 과정 속이라 해외에 나갔다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는데요. 막상 비행기 티켓을 결제하고 출국일을 기다릴 때는 무척 설레더라고요.

13시간 늦은 의사결정

아이들 방학이 겹친 일정이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더니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절반의 시간은 휴가를 얻은 듯 지나갔지만 미국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완전히 일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하반기에 들어가는 교육이나 여타의 일정은 7월과 8월에 기획 초안을 넘겨야 하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의 세 번째 작업 <엉망 종이 워크북> 인쇄를 맡기지 못한 채 미국에 오게 되다 보니 여러 장소를 이동하면서 pdf 파일로 디자인 시안을 확인했습니다. 디자이너는 제가 어디에 있는지 대략의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자료를 넘길 때마다 웃거나 걱정을 하곤 했죠. 저는 주로 운전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미시건에서 시카고로 가는 길, 쉬는 장소마다 휴대폰을 확인했어요. 또 바다 위, 호수 아래, 사막에서, 산 정상에서, 도시 한복판에서 그리고 잠을 줄여가며 새벽 호텔 방에서 불을 켜고 앉을 때면 너무 고단해서 한숨이 푹푹 나오기도 했고요.

운전을 마치고 장소에 도착하면 첫째, 와이파이가 가장 잘 터지는 곳을 확인한다. 둘째, 자료를 확인한다. 셋째, 다시 출발한다.

그런데 이런 생활을 처음 해보면서 느꼈던 점이 하나 있는데. 그동안의 업무 중 상당 부분에서 신속한 답변이 되레 쓸모없는 절차를 추가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와 업무 호흡을 맞추는 담당자들이 시차로 인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며 업무 속도를 한국시간에 맞춰 행동하려 했지만, 밤낮이 정확히 바뀐(미시건이 오전 8시면 한국이 저녁 9시 그러니까 13시간이 더해진 만큼 시차가 있었습니다.) 시차는 아무래도 의사결정이 미뤄지는 상황을 발생시켰죠.

그런데 13시간의 시차는 생각보다 불필요한 결정 제거해주는 순기능도 있었어요. 가령, 1차 시안과 2차 시안을 확인할 때 틈틈이 결정해야 하는 것들을 메신저로 금방 전달하지 않고 한꺼번에 모아 전달하거나 각자의 시간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을 최대한 처리한 후에 파일을 넘기다 보니 편리한 점도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한국에 있었다면 당장 만나서 처리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중 상당 부분이 생략될 수 있는 절차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어요. 하반기에 진행될 교육 관련 업무는 제가 오전 일찍 일어나 한국의 저녁 시간에 맞추는 방법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는데요. 보통 2회차의 줌 회의 또는 대면 회의가 필요했는데 1회차로 진행 하다 보니 1차 회의에 이미 중반까지 결정되어야 할 안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오전에 일어나 오후 미국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1차 회의 때 정확히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판단을 했어요. 그래서 문서로 미리 정리해서 담당자들에게 전달 후 회의를 진행하고, 회의 끝 무렵 바로 회의 내용을 문서화해서 공유하니 다음 단계에 들어갔던 노력이 절반으로 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첫 사회생활 의사결정 속도 : 즉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