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 A : “프리랜서의 기준이 뭘까요?”

아무개 B : “월 300 만 원 못 벌면 프리랜서라고 말하지 말아야죠”

아무개 A : “그럼 월에 300만원 못 벌면 아르바이트라고 하는가요?”

아무개 B : “ ... ... ”

지나가다 들은 말인데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 나는 프리랜서와 아르바이트를 수도 없이 오고 가는구나 피식 웃기도 했습니다. 대충 감성작가의 수입이 그려지죠?

그런데 저 대화에서 놓친 부분이 있습니다. 프리랜서는 9시부터 6시까지 일을 하는 프리랜서도 많겠지만 또 한편의 프리랜서는 하루의 틈 사이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을 테니까요. 자신이 정해 둔 스케줄과 벌이의 기준은 모두 다르니 하니 월 300만 원을 못 번다고 프리랜서라고 말하지 말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가 없고요. 라이팅듀오를 돌아보면 이성작가는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일을 하고 있고, 감성작가는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답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작업도 하고 강의도 하고 공부도 하고 나름의 원칙 안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늘 부족한 건 시간과 돈이라는 것이죠. 프리랜서로 일하는 법을 쓰기에 앞서 ‘프리랜서’라는 단어 앞에 떠오른 것이 경제적 지표, 즉 돈입니다.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가진 뉘앙스 안에서 보면 자유롭게 일하며 자신의 능력껏 돈을 버는 사람들이라는 뜻과 더불어 ‘그래서 얼마 버는데?’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느낌이 있는데 이는 저만의 착각은 아니겠죠.

프리랜서와 돈

전업 작가로 접어든지 6년 차인 감성 작가는 ‘프리랜서’를 두 가지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첫 번째 프리랜서는 이미 정상 궤도에 오른 프리랜서로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삶을 누리는 프리랜서, 두 번째는 정상 궤도 반대에 있는 프리랜서겠죠? 굳이 적어보라 한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한, 심지어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 모르고 휘청거리며 그래도 여기까지 왔노라, 조금만 더 가보겠노라 하면서 하루 살아가는 프리랜서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더 짚고 넘어가자면 첫 번째 잘나가는 프리랜서가 되기 전 그 누구나 힘들게 자기 길을 개척해 나가던 두 번째 프리랜서였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프리랜서라는 이름을 경제적 지표로 정리하기엔 꽤 복잡하다는 것이죠.

프리랜서를 오랫동안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편인데요. 자신이 가장 원하는 목적지의 프리랜서 삶을 지속 가능하도록 부수적 장치를 마련해두라는 것을 강조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내가 책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고, 책으로 언젠가 먹고 살 수 있는 삶을 꿈꾼다면 그 목적지까지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그와 유관한 때로는 무관한 일도 더불어 하면서 천천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경제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거죠. 보통 이것을 프리랜서의 딜레마로 많이 표현하지만 어떻든 결론적으로 프리랜서의 지속가능성에서 경제적 논리를 빼 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도 될 수 있는, 희망을 합리화 하지 않고 나의 콘텐츠 또는 일을 직시 할 수 있는 경제적 지표를 살펴보는 것도 프리랜서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 같아요.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의 이야기도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열심히 강의를 하는 감성작가,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지 몰랐답니다.

프리랜서와 개인 작업

감성작가는 프리랜서로 살면서 규칙을 하나 만들어 두었습니다. 바로 작업하는 양인데요. 1년 중 내가 문서로 작업할 양을 미리 정해 놓고 스케줄 안에서 작업을 덤벼드는 편입니다. 제 작업 앞에 덤벼든다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그만큼 극적인 상황을 티내고 싶어서인데요. 제게 들어오는 불규칙한 프리랜서 일들과 육아 등을 하다 보면 제 작업을 할 물리적 시간이 정말 없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니 물리적 시간이 정말로 없진 않더군요. 이 무슨 말인가 하니 업무와 육아 틈 사이에서 꽤 여유가 있고 그 여유 안에서 놀고 있더라는 거죠. 프리랜서 업무 외에 전업 작가 프리랜서는 스스로 해내야 하는 작업 시간 앞에 부팅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경우가 꽤 있어요.

사실 코앞에 닥친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겨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프리랜서의 의무이기도 한데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틈 사이에서 노는 시간을 너무 가져버리면 정말로 작업 시간은 없거든요. 그러니 애초에 작업도 꼭 처리해야 하는 일처럼 분배를 해 놓는 겁니다. 그 어떤 스케줄과 육아 변수가 생기더라도 내 일에 덤벼들도록 1년 중 꼭 해야 할 작업 내용과 분량을 대략 정해 놓는 건데요. 우리가 로봇도 아니고 엄청 치밀하게 나의 작업을 계산하고 계획할 순 없잖아요. 그러니 대략적인 아웃 라인을 잡아 둔 후 1년 안에 틈이 생기거나 내가 좀 과하게 쉬는 느낌이 들 때는 나만의 작업 스케줄 표를 보면서 다시 촘촘히 계획하고 작업량을 재정비하는 거죠. 예를 들면 스케줄대로 바쁜 시기도 있지만 일을 하다 보면 좀 붕 뜬 시간이 생길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면 휴식은 일단 충분하게 취하되 내가 너무 여유가 있다 느껴질 때면 스스로 해야 할 작업 분량을 달력을 보며 체크해 보면 좋더라고요.

1년 중 해내야 할 작업 분량 중 진행된 것과 앞으로 해야 할 것 또는 새롭게 기획해야 할 것을 나누어보면서 멀리 떠나 있는 정신을 제 자리로 데려오기도 하고요. 정신이 정말 말을 안 듣고,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나의 정신을 살살 달래며 업무와 유관한 곳에서 놀아주며 정신아 정신 차려야 되지 않겠냐며 느슨한 압박을 가해 보는 거죠. 아, 그래도 정신이 말을 안 듣는다면 특단의 조치를 가하죠. 나의 작업을 업무로 변환시켜버리는데요. 지원사업을 신청한다거나 내가 금방 해야 하는 업무형태로 그러니까 진짜 일로 만들어 버리면 정신이 돌아오고 억지로라도 작업량을 맞추게 됩니다.

창작 사무실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오고 갑니다. 업무 중 감성작가는 혼자 놀며 일을 하죠.

프리랜서와 업무

저는 전업 작가로 글을 쓰는 일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하고 있는데 이제 제법 패턴이 잡히는 것 같아요. 저도 프리랜서에 적응하기까지 365일 곱하기 5년 반 그러니까 대충 1900일 정도를 쓰는 테두리 안에 나를 넣어두긴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제 좀 일하는 패턴이 자리를 잡더라고요. 제가 작업하는 방식을 컨디션에 따라 나누어 정리하며 글을 마쳐볼까 해요.

  1. 졸릴 때 : 저는 졸음을 참는 편입니다. 밤에 충분히 자는 편인데도 잠이 적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 낮에는 되도록 졸음을 이기면서 일을 하는데요. 이럴 때는 피아노 하농을 치듯 필사해야 할 책을 펼쳐두고 자판을 두들깁니다.
  2. 배고플 때 : 배고픈 건 못 참는 것 같아요. 일단 바나나 우유와 하리보 젤리라도 한 봉지 들고 들어옵니다. 당이 떨어질 때 작업은 결과물도 끔찍합니다. 창작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맥주가 최고의 창작효과를 불러온다는데요. 제 경우는 떡볶이입니다.
  3. 몸이 안 좋을 때 : 몸이 안 좋을 때도 저는 좀 참는 편입니다. 이는 개인차가 있지만 저는 수시로 컨디션이 안 좋은 지병(?)을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몸살을 크게 앓는다거나 아무튼 뭔가 심하게 아픈 스타일은 아니기에 아픈 순간은 좀 그러려니 하면서 넘겨요.
  4. 컨디션이 매우 좋을 때 : 컨디션이 좋은 날은 정말 초 집중해서 일을 하는 편인데요. 이런 날 1년 치 기획안을 세우거나, 아이디어가 샘솟도록 나의 작업을 파고 듭니다. 꽤 어렵고 읽어 내야 할 분량이 많은 책을 서둘러 집어 들고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에 새겨 넣기도 하죠. 이런 날의 핵심은 메신저도 끄고, 전화기도 멀리 치워둡니다. 나의 컨디션과 작업의 방해물을 멀리 두고요.
  5. 잠이 오지 않는 밤 : 간혹 잠이 안 오는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은 이불을 휙 치우고 일어나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고는 바로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라이팅듀오도 잠 오지 않는 밤 쓴 글이 꽤 있어요. 이때 특히 중요한 것은 업무 부팅 시간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음악을 켜고, 분위기를 맞추고 하다 보면 결국은 밤의 딴 짓으로 연결될 뿐이더군요. 그러니 밤에 일할 때는 무조건 업무 부팅 시간이 없도록 하며 일이 진행되면 그때 슬슬 음악도 켜고, 따뜻한 티도 한 잔 마신답니다.
  6. 불안할 때 : 성격적인 원인인지, 전시 업무를 자주 해 왔던 탓인지, 강도 높게 또 기한에 맞추는 일을 해서 그런지 업무 강박이 있는 거 같아요. 늘 기한 전에 일을 마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불안을 일에 이용하기도 해요. 나의 불안으로 인해 약속을 잘 지키는 책임감 있는 프리랜서일 경우도 있으니 불안을 안아주는 것도 방법 같아요.
  7. 화가 날 때 : 화가 날 때 글을 쓰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따로 밖으로 화를 분출하지 않고 자판을 치며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한다거나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쓸 수도 있죠. 특히, 글을 쓰는 것 외에 글을 읽는 것도 화날 때 프리랜서의 업무로 활용할 수 있는 상태이고요. 화를 업무에 활용하는 직업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8. 즐거울 때 : 1번부터 7번까지 이 만큼 상황별로 일을 한다면 즐거울 때는 놀아야죠. 앞뒤 안 가리고 산으로 바다로 하늘로 떠다니며 신나게 노는 편입니다. 아주 계획적인 프리랜서의 삶을 적어 두었으나 마지막 마무리는 하루만 사는 사람으로 마치고 싶어요. 중장기 계획은 세울 수 있으나 하루만 산다는 마음가짐도 프리랜서로 일을 이어갈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 같아요. 우주 저 멀리서 바라보면 잘나가는 프리랜서도 잘 못 나가는 프리랜서도 모두 우주의 점일 뿐이니 즐거울 때는 다 잊고 놀자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글을 마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