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발행한 <감성작가가 생애 처음 쓴 소설> 읽어 보셨나요? 버지니아 울프가 나오기에 책 추천 글인가 했더니 웬걸, 마지막 부분에 감성작가가 직접 쓴 소설이 나오더라고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런데 소설을 다시 읽어보니 그저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았어요. 라이팅듀오 구독자님들과 공유할 만한 내용을 찾아보았답니다.

먼저 감성작가가 쓴 짤막한 소설의 앞부분을 다시 꺼내볼게요.

우리 동네에는 110년 된 은행나무가 하나 있다. 5년 동안 거리를 오고 가면서 나는 항상 그 은행나무에게 안부를 묻거나, 은행나무가 잘 있나 살피곤 하는데 내가 아는 한 단 한 명도 그 오래된 은행나무를 유심히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 확신한다. 110살 된 은행나무는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나무로, 어딘가 아픈지 자꾸 몸통이 새까맣게 변해가고 있다. 더해 구청지시를 받은 관리인이 싹둑싹둑 가지를 쳐 놓아 흉한 느낌도 드는데 나는 왜, 언제 이 은행나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 은행나무는 진짜로 존재하는 은행나무일까요, 아니면 감성작가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은행나무일까요? 감성작가가 어느 동네에 사는지 아는 저로서는 이렇게 큰 은행나무가 없다고 생각해서 당연히 상상인 줄 알았어요. 그랬더니 사진을 하나 보내는 겁니다. 바로 이 사진인데요.

저는 이 사진을 보고 소설 속 문장이 정말 제대로 묘사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 단 한 명도 오래된 은행나무를 유심히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 확신했다고 썼는데 정말 그랬죠. 저도 자주 가는 동네인데 저렇게 큰 은행나무가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요.

2) 자꾸 몸통이 새까맣게 변해간다고 묘사를 했는데, 나무치고 정말 까만 것 같아요. 보통 나무는 갈색 계열 아닌가요? 나무를 의인화해서 ‘몸통’, ‘아프다’라고 표현한 부분도 좋았네요.

3) 가장 묘사가 탁월한 부분은 “구청지시를 받은 관리인이 싹둑싹둑 가지를 쳐 놓아 흉한 느낌이 든다”이죠. 보통의 나무들과 다르게 잎사귀도 없고 부자연스럽게 잘린 느낌인데요. 구청지시를 받은 관리인이 나무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것 같다고 상상한 부분이 좋았어요.


제가 너무 감성작가를 띄워주나요? 그래도 빠르게 구상해 빠르게 완성한 짤막한 소설치고는 배울 점이 많은 글이었어요. 우리가 국어시간에 배운 소설의 정의는 “현실에서 있음직한 일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하여 꾸며낸 이야기”이잖아요. 여기서 ‘있음직한’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가는데요. 그러니까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일어날 법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런 측면으로 미뤄봤을 때 감성작가의 글은 ‘있음직한’ 요소들을 잘 배치한 문장들이었던 것 같아요.

감성작가의 <‘소설 쓰고 있네’의 소설 쓰기>를 읽고 소설쓰기에 관한 책을 좀 찾아봤어요. 답글로 제 소설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저는 재밌게 못 쓸 것 같아서요. 《소설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책인데 총 5권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유명한 책인데 제가 이제 발견했나 봐요. 1권은 플롯과 구조, 2권은 묘사와 배경, 3권은 인물, 감정, 시점, 4권은 대화, 5권은 고쳐쓰기에 대한 내용이에요. 저는 론 로젤이 쓴 2권-묘사와 배경 편을 먼저 꺼내들었습니다. 은행나무의 묘사와 배경에 대해 좀 더 추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거든요.

소설쓰기 = 묘사하기?

론 로젤이 직접 소설쓰기와 묘사하기가 완전히 같다고 이야기하진 않아요. 하지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묘사’라고 단언합니다. 독자는 소설을 읽을 때 자세한 묘사를 기대하며, 이는 소설책을 접하는 사람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지요. 적절한 묘사는 독자가 소설에 가까워지도록 도와주고, 뛰어난 묘사는 독자를 그 배경 안에 ‘있고 싶게’ 만든다고 합니다.

글쓰기를 해나가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꼭 소설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글에서 묘사는 중요하니까요. 얼마 전 제가 발행한 글 <이미지로 글쓰는 법>에서도 미술에 관한 글을 쓸 때 관찰과 묘사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대상을 글로 풀어내는 묘사 능력이 글 솜씨를 좌우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묘사 잘하는 법

론 로젤은 묘사를 잘하기 위해서 ‘관찰과 발견을 모아두는 저장고’를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묘사의 세부 사항은 모두 작가 자신의 주변 세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감성작가가 동네의 은행나무를 관찰하고 이것을 머릿속에 저장해둔 것과 같은 이치겠죠. 작가들은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세부 사항을 발견했을 때 이를 종이에 적든 머릿속에 넣든 목록을 더해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책의 저자 말대로라면, 묘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세부 사항에 강박적일 정도의 집착이 필요한 것 같았는데요. 사람들이 어떻게 서 있고, 어떻게 걷고, 어떻게 앉아 있고, 어떻게 줄을 서 있으며, 서로에게 말을 할 때 손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니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지요. 설령 중요해보이지 않더라도 이런 세부 사항에 대한 완전한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묘사 연습하기

론 로젤은 과거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묘사를 연습해보라고 제안하는데요. 이 방법은 저도 한 번 써먹어보고 싶더라고요. 지난 일들 중 뚜렷이 기억나는 장소를 고른 다음에 그것을 생생히 묘사해보는 방법인데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야기를 상상하거나 지어내지는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 연습의 목적은 상상력이 아니라 인지 능력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죠. 적어도 10년은 지난 과거, 꽤 오랫동안 가보지 않은 곳을 택한 뒤 ‘현재 시제’로 묘사를 해보라는 겁니다. 소설이 독자들 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기를 원한다면 상상도 현재 시제로 해보라는 조언입니다.

과거의 시간과 장소를 떠올리는 방법 외에도 쓸모없는 것들, 오래된 물건들, 흠이 났거나 망가진 것들, 기대하지 않았으나 있는 것들, 기대했으나 없는 것들, 매우 어색한 상황에 놓인 사물이나 사람을 택하여 묘사를 연습하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시간이 나면 어색한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 한 번 묘사해보고 싶군요.

론 로젤은 감각에 대한 묘사도 묘사 연습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소설에서 감각적 묘사는 매우 자주 쓰이기 때문인데요.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청각, 그리고 직감까지 어떤 감각을 쓸지는 배경이나 플롯에 따라 다르지만, 독자가 느꼈으면 하는 바를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내용은 빠짐없이 들어간다는 것이지요. 가령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고 했을 때 강아지에게 어떤 소리가 나는지를 묘사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면 강아지 냄새를 맨 먼저 묘사하는 식이지요.

제가 연습해 보고 싶은 묘사 대상은 ‘소리’였는데요. 쓰고자 하는 글의 배경과 비슷한 장소에 가서 자주 소리를 들어보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듣기만’ 하고, 다 들은 다음에 노트에 그 소리들을 적어보는 건데요. 공항을 묘사할 때는 공항에서 정말 어떤 소리가 나는지 확인을 해보고, 북적이는 레스토랑의 소리도 들어보라고 조언합니다. 이런 연습을 통해 진부한 표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주의할 점

저자는 배경이나 대상, 감각 등을 묘사하는 것은 권장하지만, 실재하는 인물을 묘사하는 데는 주의를 기울이라 말합니다. 주변 사람을 소설에 등장시켰을 때 주변에서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볼 위험이 있을뿐더러 작가 본인이 그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기 때문이죠. 소설 속 인물은 ‘소설에 필요한’ 인물이어야만 하고, 주변인을 등장시키는 것은 늘 소설을 실패로 이끈다는 조언입니다.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글을 쓸 때 주변인을 등장시키는 건 정말 주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과거의 특정한 사건이나 사람이 글감으로 떠오를 때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면 글을 중단하곤 하는데요. 독자에게도 부정적인 감정이 전이될 뿐만 아니라 그 일이 확장성을 갖지 못한 채 개인적인 감상에 그칠 우려가 있고, 또 실제로 문제가 생길 우려도 있으니까요.

론 로젤은 또 자기 아이가 한 귀여운 짓이나, 주변인이 한 웃긴 말 등을 소설 속에 집어넣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일 수도 있지만,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작가는 소설에 필요한 것만 집어넣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묘사가 중요하지만, 글에는 꼭 필요한 부분만 묘사해야 한다는 조언도 와 닿습니다. 만약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 파란색 전화기가 나온다고 했을 때 색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 전화기는 굳이 파란색일 필요가 없다는 거죠.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화려한 도자기 장식장을 너무나 묘사하고 싶고 뛰어나게 묘사할 자신이 있더라도 이야기 전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소설 속 어디에도 장식장 묘사를 넣어서는 안 된다고 제안합니다. 묘사만을 위한 묘사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는 거죠.

가장 좋은 묘사는 묘사를 하지 않는 것

이 부분도 인상 깊었는데요. 때때로 어떤 것을 말하거나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하지 않거나 보여주지 않는 건데요. 사키의 「인터로퍼」라는 소설에 나오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묘사를 생략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누구야?” 게오르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재빨리 물었다.

“늑대들.”

이런 식으로 많은 부분을 생략하면 이미 독자가 짐작하고 있는, 코앞에 다가온 공포가 더욱 극대화된다는 건데요. “늑대들”이라는 무서운 말을 아무런 지시문이나 묘사 없이 함으로써 뚝 떨어지는 느낌을 주는 거죠. 이처럼 독자의 상상력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은 자세한 묘사를 생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오늘 소설쓰기와 묘사하기에 대한 이야기 어떠셨나요?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는 라이팅듀오 구독자님들 중에서 소설쓰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도 종종 계신 것 같아요. 웹소설 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도 많으실 테고요. 저희가 픽션을 쓰는 작가들은 아니지만 이렇게 종종 다른 분야의 글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