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라이팅듀오 구독자 차예지 님께서 글을 한 편 보내주셨습니다. 초안 제목은 <나 같은 사람도 글을 써도 될까요?>였는데요. 지난 월요일에 <[기고] 나 같은 사람도 글쓰기가 가능할까요?>라는 최종본으로 발행되었죠. 혹시 놓치신 분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글의 장점을 먼저 코멘트하기

차예지 님께서 워낙 글을 잘 쓰셔서 크게 코멘트 드릴 내용은 없었는데요. 그럼에도 그대로 싣지 않고 여러 이야기를 남겨서 개인적으로 전달해드렸어요. 그 이유는 스스로 잘 알지 못하고 계신 글의 장점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였죠. 제가 전달한 예지 님 글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흡인력이 있다. 스토리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좋다.
  • 문장력이 뛰어나다. 주술호응이 잘 되어 있고,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연결이 자연스럽다.
  • 단어 사용이 쉽다. 한자어의 사용이 적고 한글 단어 위주로 사용하면서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 접속사 사용이 적절하다.
  • 진솔한 글이다.

제가 다른 사람의 글을 코멘트 할 때 장점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단지 필자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가 작가 경력은 오래 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코멘트를 하는 작업은 오랫동안 해왔는데요. 피드백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모든 글에 장점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 때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을 많이 차용했다면, 요즘은 장점을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대세잖아요.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글을 코멘트 할 때 반드시 장점을 먼저 짚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장점을 이야기했을 때 스스로는 잘 몰랐다고 하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경우 자신의 글이 늘 부족하다고 느끼게 마련이기 때문에 실제로 글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점을 파고 들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감 부족은 글쓰기를 중단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주변에 꼭 칭찬을 해주는 사람을 옆에 두라는 것이 <창작자의 시크릿>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글쓰기 모임 등을 통해 함께 글쓰기를 해나간다면, 상대의 장점을 먼저 짚는 것이 성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럼 비판은 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반문하실 수 있는데, 비판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이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문법, 논리, 형식에 대해 지적하기

장점에 대해 코멘트 했다면 그 다음으로 봐야 할 것은 논리, 형식, 문법입니다. 차예지 님의 글에서 왜 제목이 바뀌었을까요? <나 같은 사람 글을 써 될까요?>도 충분히 좋은 제목이잖아요. 하지만 이 문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도’라는 조사가 겹칩니다. 조사는 반복되지 않는 것이 글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법적인 측면에 대한 코멘트가 필요한 이유는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문법은 모두가 공통이죠. 나와 상대가 같은 문법을 적용받는다는 겁니다. 물론 문법도 깊게 들어가면 반드시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긴 하죠. 그럼에도 모두가 수긍할 만한 문법 규칙은 존재합니다. 코멘트를 하는 사람은 이 규칙을 반드시 숙지해야 하며, 모르는 내용이 생기면 찾아보며 습득해야죠. 문법은 맞춤법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술호응에서부터 띄어쓰기에 이르기까지 한글의 전반적인 사항이 포함됩니다.

논리의 흐름에 대한 지적도 필자가 글을 개선해나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필자의 주장(내용)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학 시절 언론사 입사 준비를 위한 스터디를 할 때 이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는 스터디원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주장과 다른 점을 지적하는 것은 글쓰기 첨삭 시간이 아닌, 토론 시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글쓰기에 대한 코멘트를 하고 있으므로 주장 그 자체가 아닌, 그 주장을 전개해나가는 논리를 봐야죠. 필자의 주장(내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장이 적절하게 서술되고 있는지를 지적해야 합니다.

글을 전개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정보가 빠진 부분은 없는지, 중심문장이 보조문장에 의해 잘 뒷받침되고 있는지 등을 살피는 과정이 바로 논리 흐름에 대한 코멘트입니다. 혹시 이런 부분이 논리가 아닌 내용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것처럼 보이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상대방의 글에서 “A라는 주장을 하셨는데 B라고 주장하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라든가, “C라고 쓰셨지만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바로 내용에 대한 지적입니다. 내용에 대한 지적은 불필요할뿐더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아시겠죠?

형식에 대한 코멘트도 비슷합니다. 다른 사람 글을 볼 때 내용은 그대로 둔 채 형식을 좀 더 좋게 바꾸는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차예지 님의 글에서 저는 문단을 구분하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어떤 글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7줄 정도를 기준으로 해서 문단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온라인 글에서는 더욱 그렇죠. 온라인에서는 사람들의 집중력이 책을 읽을 때보다는 떨어지니까요. 인용문을 어디에 넣을지도 형식에 대한 코멘트에 속합니다. 가령 감성작가는 자신의 글에서 책 내용을 인용할 때가 있는데, 이 인용 부분을 어디에 배치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저는 맨 앞보다는 감성작가의 글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인용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편집을 가할 때가 있습니다.

단순한 문단 나누기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형식을 손봐야 할 때도 있긴 하죠. 그런 경우에도 문장과 문단의 순서, 배치를 바꾸는 것이지 내용을 손대는 것은 아니랍니다.

내용에 대한 지적은 이런 경우에만

저는 다른 사람의 글을 볼 때 내용을 지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내용을 평가할 기준이 너무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글이 누군가에게는 식상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정보가 많은 글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글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식견으로 타인을 평가하는데 이 식견이라는 것은 매우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지라도 ‘내가 아는 것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 뿐’이죠. 무지 상태에서 타인을 평가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는 지름길입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정보를 담은 글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메타버스의 정의에서부터 현재 메타버스를 서비스하는 기업들을 나열한 글이라고 칩시다. 트렌드나 비즈니스에 밝은 사람에게는 쓸모없는 글이죠. 하지만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사람에게는 아주 신선한 글이 될 것입니다. 메타버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요? 얼마 전 제 독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일이 있었는데 제가 다음 책으로 메타버스와 관련한 내용을 쓰고 싶다고 하니 메타버스가 뭐냐고 묻더군요. 모르는 것도, 메타버스가 뭐냐고 물은 것도 잘못이 아니지만, 모든 사람이 ‘메타버스’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은 오만입니다.

자신이 한 번이라도 들어본 내용은 식상하게 마련이에요. 처음 보는 내용은 신선하게 느껴지고요. 제가 대학원에 입학한 즈음 감성작가와 미술계에서 일하는 타 전공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요. 타 전공자들이 전시 기획을 할 때 스스로는 신선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난 유행일 수 있다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또 막상 대학원에 와보니 사회과학 분야에서 철 지난 문화연구 방법론을 신선하다며 소개하더라고요. 결론은 그것이 새로운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라는 거죠. 새로운 것이든 아니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용기 있게 글쓰기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내용에 대한 지적이 무의미한 또 다른 이유는 글이라는 게 ‘취향’을 타기 때문입니다. 저와 감성작가는 둘 다 책이나 텍스트를 많이 읽는 편이지만, 읽는 내용이 겹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요즘 뭐 읽는지 가끔 얘기할 때가 있는데, ‘신세계 빌리브’라는 뉴스레터 하나 겹쳤던 것 같네요. 통계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저는 정보 위주의 글을 선호하고 감성작가는 개인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글을 좋아하는 듯해요. 칼로 무 자르듯 나눌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물론 아주 훌륭한 글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있겠죠.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글의 스타일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글이 타인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

예외적으로 내용에 대한 지적이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명백한 예시로는 차별·혐오 표현이 있겠네요. 타인에 대한 비하 표현이 있는 경우 바로잡아야 합니다. 언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데, 예전에는 통용되었던 표현이 현재는 어울리지 않게 바뀌기도 하죠. 그러니까 완전한 비하 표현은 아니더라도 순화하면 좋은 용어가 있잖아요. 이런 부분에 한해서는 내용에 대한 지적이 가능합니다.

팩트(fact)가 틀린 경우에도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잘못 알고 쓴 경우, 지명이나 배경을 오기한 경우는 내용을 바꿔야겠죠. 팩트가 잘못된 경우 그 뒤의 내용은 모두 오류이기 때문에 전제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정리하면, 내용에 대한 지적은 그 글(문장, 문단, 글 전체)을 ‘폐기’해야 할 때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삭제할 것이 아니면 내용을 고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오늘은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피드백을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요약하면 ⓵ 장점을 발견하라. ⓶ 문법, 논리, 형식에 대해 지적하라. ⓷ 내용에 대한 지적은 무의미하다. 정도가 되겠네요. 여러분들께서도 타인의 글을 볼 때 적용해볼 만한 팁을 가져가셨으면 좋겠고요. 라이팅듀오에 글을 보내주시는 구독자님들은 이런 절차(?)를 거쳐 피드백을 드리니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 주세요. 물론 이 내용은 이성작가의 피드백이고, 감성작가의 피드백도 함께 나가고 있으니 용기와 피드백 모두 2배로 드린다는 사실도 기억해주시고요.

라이팅듀오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