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작가의 '색을 느끼기' 파트를 먼저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은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감성작가의 책 <흔들리는 선>을 교재로 삼아 셀프 드로잉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셀프는 아닌 것이, 제가 8절 도화지의 반쪽에 드로잉을 하면 감성작가가 이어 그리는 과정을 거치고, 제 드로잉에 글로 코멘트를 받을 수 있죠. 얼마 전 유료 구독자 분들을 대상으로 드로잉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라이팅듀오에 새로 오신

이성작가 덕분에 <흔들리는 선>을 자주 펴보게 됩니다. 책을 발행하고 나면 작가들은 자신의 책을 자주 열어볼까요? 저는 생각보다 자주 열어보지 않아요. 부족한 부분도 자꾸 눈에 띄고, 출판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면 더욱 열어보지 않게 됩니다. 왜냐면 출판 직전 외울 만큼 또 보고 또 봤기 때문이지요. 조금 질렸다는 말입니다.

이성작가는 ‘색을 느끼기’ 파트를 가장 기대했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색을 느끼기’파트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만큼 ‘색’이라는 것은 존재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크게 움직입니다. 특히, 물감을 사용해 색 놀이를 즐기다보면 자신의 취향과 관심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검은색이나 무채색 계열의 의상을 즐겨 입는 사람(다소 무난한 색상을 선호하는 사람이라 칭하겠습니다)도 다양한 색을 섞어 드로잉을 하다보면 주황색과 파랑색, 노란색과 남색, 연두색과 살구색의 조화로움을 알게 됩니다. 또는 여러 가지 색을 섞어 채도가 낮아지는 거뭇한 색(회색계열) 속에서 안정감을 찾기도 하고요. 팔레트에 여러 가지 색을 섞어보면 ‘회색’이 되는데 늘 색다른 회색을 볼 수 있답니다. 단 한 번도 같은 회색은 나올 수가 없어요.

푸른 빛이 되는 물빛 회색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제가 푸른빛이 도는 회색을 무척 즐긴다는 점입니다. 딸아이가 여러 가지 물감을 섞어 엉망(?)으로 쓰고 난후 주로 붉은빛이 도는 회색 팔레트를 제게 넘기는데요. 그런 붉으죽죽한 회색을 보면 제가 자동적으로 녹색과 파랑색을 섞어 조금 더 푸른빛이 도는 회색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런 취향은 옷을 입거나 물건을 선택할 때 묻어나요. 이성작가는 평소 단색 옷을 자주 입던데 취향은 반대라더군요. 여러 가지 색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후기를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사람은 여러 번 겪어봐야 온전히 알아가는 구나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물이 묻은 붓으로 도화지 위에 물을 뿌리거나 문지릅니다. 그런 다음, 붓에 좋아하는 수채물감을 묻힙니다. 다시 물이 마르기 전 도화지 위에 색을 얹어봅니다. 확 번지는 물감을 잠시 바라보세요. 어때요? 물감이 번지며 예상치 못한 형태가 나타나죠?” (교재 28쪽)

<흔들리는 선> 28쪽

교재 28쪽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물감 드로잉 영역입니다. 참여자는 물론 워크숍 진행자로 활동할 때 저 또한 신나게 수채 드로잉을 즐깁니다. 특히, 물이 묻은 도화지에 아무렇게나 펼쳐지는 물감은 언제 보아도 환상적입니다. 이성작가의 드로잉을 펼쳐보니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그려왔던 드로잉 중에 가장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느낌입니다. 수채화의 물성을 잘 느낄 수 있게 표현되었어요.

이성작가 드로잉이 너무 좋길래 감성작가는 가늘고 옅은 선만 그어보았어요. 잘 어우러지는가요? 모두 주인공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성작가의 꽃과 나비가 주인공입니다.

더불어 멋대로 번지는 물감은 ‘추상충동’을 일으키기에 좋은데 ‘추상충동’이라하면 어렵게 느껴지죠? 쉽게 예를 들면, 물감이 번지는 모습을 보고 나비가 떠오르기도 하고, 나무가 떠오르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이 비쳐지기도 하고, 과거 의 어렴풋한 추억이 색으로 번져 지기도 하는 등 번지는 점 하나에서 퍼져나가는 다양한 인상과 감정이 바로 ‘추상충동’을 경험하는 지점이랍니다.

요즘 유행하는 ‘메타인지’라는 단어도 바로 ‘추상충동’과 비슷한 뜻입니다. 메타(meta)는 위치와 상태가 변하고, 초월적인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번지는 점으로부터 점의 위치와 상태가 감정, 사물 등 초월적인 그 무엇인가로 옮겨가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겠어요. 메타와 인지가 붙어있으니 이 초월적인 그 무엇인가를 인지하는 것 이렇게 해석해보면 메타인지라는 단어가 쉽게 상상될까요?

이성작가의 그림을 이어 받아 감성작가가 그린 추상충동이미지. 감성작가가 다 그린 후 반대편을 펼쳐보니 어찌나 다른지요. 웃음이 나는 반반그림이더군요.

감성작가는 ‘추상’에 폭 빠져 산지 오래되었어요. 그래서 이성작가가 무엇을 그려놓든 저는 추상작업을 즐긴답니다. 이성작가와의 작업은 달라서 정말로 좋습니다. 반을 접은 도화지를 상상하며 펼쳐보면 어김없이 전혀 다른 그림이 튀어 나오는데요. 그 재미가 쏠쏠 합니다.

작가들은 글을 쓰다보면 자기가 쓴 글이지만 만족스러운 부분이 꼭 있기 마련인데요. ‘밀도’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그에 해당됩니다. 이 부분은 책을 다 쓴 후 마지막 교정에서 추가한 내용인데 요리에 빗대어 밀도를 설명했죠. 요리를 할 때 다양한 재료로 조리하는 것에 비유해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면 맛도 빛깔도 고와진다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어요.

미술용어로 밀도를 높인다는 것은 흔히 주인공을 자세히 표현하는 것, 데생을 할 때 명암표현을 명확하게 하도록 선을 여러 겹 겹쳐 표현하는 것, 재료를 다양하게 쓰는 것 등 여러 가지 방향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이성작가는 여백의 미와 밀도를 비교했는데 그 표현도 맞아요. 이를 다시 풀어보면 전체 화면의 밀도를 높이면 여백은 사라지고 전체 화면 구성이 단단해진다고 할 수 있겠네요. 미술이라는 것은 그림을 보면 간단한데 말로 표현하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아래 그림 예시를 통해 느낌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성작가의 돌맹이들은 밀도가 높은 드로잉에 속하죠. 감성작가의 텅빈 반대쪽과 비교해 보세요 :)

미술에서 사용되는 용어들 밀도, 여백, 질감, 주제, 명암, 대비 등은 사전적으로는 명확하게 명시되어있지만 미술을 구성하는 화면들로 설명하면 유연한 정의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밀도만 보더라도 주인공 자체의 밀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고, 여백의 밀도를 높여 주인공을 여백으로 만들어 도드라지게 할 수도 있어요. 또 화면 전체의 밀도를 높여 화면구성 자체에 대한 밀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고, 명암의 일정 부분만 밀도를 높여 특색 있는 그림으로 마무리되기도 하고요. 강렬한 색을 다양하게 써서 밀도를 높일 수 있는 등 다양한 방법의 밀도 높이기와 밀도 낮추기가 있답니다.

수학공식처럼 밀도를 규정짓지 말고 자신의 밀도 규칙을 만들어 봅시다. 밀도라는 것이 무엇일까 드로잉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고민해보세요. 밀도가 높은 그림은 어떤 그림인지 찾아보기도 하고요. 감성작가가 밀도를 높이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기법은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는 것입니다. 이 또한 예시 그림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다양한 밀도 방법론을 스스로 연구해 보세요.

그리고 라이팅듀오에 여러분의 드로잉을 공유해주십시오. 기꺼이 피드백을 해드리겠습니다. (writingduo.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