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는 것은 자주 정리하고 버려라.” _ 감성작가의 아빠
“내꺼 엄마가 버렸지!! 엄청 소중한 건데.” _ 감성작가의 딸

어린 시절 분기별로 책상 정리 및 방 청소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있어서 집에 물건이 좀 쌓이거나 불필요한 것들이 눈에 띄면 되도록 정리해서 버리는 것이 습관으로 남아있어요. 겉으로 보기엔 무척 좋은 습관 같긴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어린 시절을 기록해 놓은 일기장이나 친구들과 나눈 편지가 극소량 남아있어요. 사실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불필요한 것들로 쌓여있는 것에 거슬리고 그렇게 계속 정리하다 보니 추억이라는 것도 ‘적당히’라는 단어에 소급되어 정리하게 되더라고요. 정리로 깔끔해지는 것이 장점이라면 추억마저 못견뎌 버리는 것은 단점이 되겠어요.

필요 없는 것을 자주 정리하고 버리도록 이끌어주신 아빠 덕분에 살면서 정리만큼은 자신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정리로 인해 꼭 필요한 물건을 성급하게 버렸다거나 딸 아이의 소중한 물건(제 눈에는 모두 분리수거로 들어가야 하는 물건처럼 보여요.)을 없앨 때가 있으니, ‘정리’라는 것이 아름다운 정신적 유산으로만 포장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뭐든 중도를 지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창작이 멈추는 날에는 정리정돈

사실 아무리 정리를 잘한다고 해도 사람의 삶에 묻어 나오는 흔적은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박제된 집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지 저는 일상생활 속 지저분해지는 것까지 줄을 맞추는 스타일은 아니긴 한데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을 사진으로 찍어보면 정리가 잘 되어있는 느낌은 하나도 없어요. 이 무슨 정리를 잘 한다더니 반전인가 싶죠?

정리벽이 있다는 사람의 반전 책상 이미지

이 안에서 저만의 규칙이 있을 뿐 스쳐 지나듯 보는 사람은 저 사람 책상 정리 좀 해야겠네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요.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필요한 것을 최소한으로 사되 정리에 매몰되어 생활까지 불편해질 필요는 없는 정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열심히 업무를 본 후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다시 자리를 제 방식대로 잘(?) 정비하고 집으로 가는 것이 제 일상의 루틴입니다.

그런데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정리정돈’을 잘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개인 삶의 취향이 묻어있는 선택이지 정리를 잘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다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거든요. 위에도 잠시 언급했듯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다거나, 친구들이 놀러 와서 정리가 너무 잘 된 집은 어질러질까 싶어 손님이 되레 불편한 마음이 든다거나, 몸이 아픈 다음 날도 정리하려는 마음이 앞서 몸은 더 아프게 되는 등 정리벽이 불러오는 아주 사소하고 별스러운 단점도 무척 많으니까요. 제가 지금까지 정리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단지 창작이 멈추는 순간 정리가 가져오는 순기능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급하게 기획서를 써내야 하는데 몸도 마음도 힘든 날이 있지 않나요? 혹은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데 여유가 없다거나 그런 날 머무는 공간을 정리해보면 진심으로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진다고 감히 장담하고 싶어요.

내 삶의 발굴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