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항상 100%로 완결 된다고 확신하지 말자’라고 책과 관련된 계약을 할 때마다 생각합니다. 일을 완결 짓지 않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완성된 책을 손에 넣기까지 절대 직선 코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미리 마음먹었습니다. 흔들거리는 과정에서 지치지 말고 완주할 수 있도록, 너무 확신에 차 부러지는 일이 없도록 저 문장을 기억합니다. 계약과 동시에 책이 나오고, 유통되어 인세를 받기까지 무난한 과정을 밟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계약과 동시에 출판사 및 편집자와 소통이 어렵거나 내 글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마련이거든요.

저도 아직 책을 두 권만 출판해 본 작가라 다양한 계약 환경에 대해 명확하게 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하게 첫 시동을 거는 작가는 제 경험치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몇 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판 계약서 작성 전 꼭 봐야하는 1가지

출판 계약서 작성 시 주의할 점에 대해 주제가 정해졌을 때 그다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출판권 및 저작권 설정계약서를 손에 쥐기 전과 후 두 번 다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았으니까요. 처음 해보는 일이면서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발급 서류 받듯 대충 이름만 훑어 본 것 같아요. 이런 습관은 좋지 않습니다.

처음 출판 인연이 닿았던 출판사와 원활한 소통을 못한 탓에 다른 출판사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들른 북 페어에서 동종 업계의 출판사 대표와 연이 닿았어요. 현재 제 책이 나온 출판사의 경우 제가 일했던 미술계에서 함께 지내 본 동료로 제가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왜 작업하는지를 바로 알아들었죠. 안면은 있었으나 시작할 때는 출판사대 작가로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관계‘로 일을 진행하게 됩니다. 저는 출판하기 전 먼저 출판사의 이전 책들과 지금의 활동 및 에디터의 작업들도 눈여겨보았습니다. 출판사 편집장과 에더터는 제 책 내용을 미리 상의했고, 계약 전 책에 실릴 원화와 글을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순조로웠고 계약서를 쓰는 절차까지의 시간도 길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돌이켜 보면 출판 계약서 작성 전 ’함께 할 사람과 일의 흐름‘을 꼭 봤으면 합니다. 출판과정에서 함께할 사람들의 업무 속도와 방식도 살펴보고, 그러한 과정에서 나와의 호흡으로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시간을 두고 관찰해보자는 것입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편집장, 에디터, 작가, 디자이너가 한 테이블에 참고자료를 다양하게 펼쳐놓습니다.

출판을 준비하는 작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출판사들을 목록화(리서치)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이 출판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가장 초기 단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글을 쓴 작가 본인이 자기와 가장 잘 맞닿아 있는 출판사를 느낌으로 알 수 있거든요. 물론 각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과 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요. 그런 다음 그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담당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일이 시작되면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와는 만나자마자 계약서를 쓰는 경우는 드물어요. 한두 번 미팅을 하게 되죠. 그러면서 ‘함께 할 사람과 일의 흐름’을 살펴 볼 수 있을 텐데요. 대화를 하고 난 후 자꾸 마음이 답답하고, 서로 설명을 해도 일 흐름이 매끄럽지가 않다면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조금 시간을 가져보라는 이야기도 적어 봅니다. 당장 판매할 물건 계약도 아니니 서로의 호흡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출판 계약서 작성 시 꼭 봐야하는 2가지

첫 번째로 출판 계약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출판권의 존속 기간을 유심히 보면서 어느 정도 기간을 설정할 것인지 숙고하면 좋겠습니다. 보통 2~3년, 5년, 10년 이렇게 나누어 계약을 하는데 저는 주로 5년의 계약기간을 선호합니다. 책이 출판된 후 ‘신간 효과’라고 하죠. 작가도 출판사도 신간에 대한 활동으로 1년은 금세 지나갑니다. 그러니 계약기간을 2~3년으로 잡는 것은 단행본의 경우 계약기간이 좀 짧아 보여요.

두 번째, 출판사의 연혁을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참신한 신생 출판사도 물론 좋지만 출판사도 금방 문을 닫는 곳이 많답니다. 책이 나온 출판사가 문을 닫을 경우 출판된 책은 갈 곳을 잃죠. 또 연혁이 짧은 출판사의 경우 서점에 입고 절차를 밟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금 연혁이 있는 출판사라면 그 동안 출판한 책과 활동들이 인터넷에 기록으로 남아 있을 텐데요. 이를 유심히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계약 전 내가 책을 냈을 경우 하게 될 활동 및 지원 등을 확인 할 수 있으니까요.

출판사의 이런 저런 활동을 살펴보면 출판사의 미션도 알 수 있고, 나와 비슷한 창작자의 책들과 내 책이 시너지를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어요.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인세를 몇 퍼센트로 잡을지, 계약 연도를 어떻게 할지 등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출판사와 내 책이 함께 만들어낼 가치와 시너지를 체크해 보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해외 출판의 경우 또는 출판 입고 의뢰의 경우 작가의 책도 보지만 출판사의 힘이 크답니다. 작은 출판사의 경우도 독립서점 및 상업 서점에서 책의 종과 수, 평가를 보면서 입고를 시키는 경우가 많답니다.

아트북 서점 '더레퍼런스', 독립 서점들 대부분 서점 결에 맞는 책들을 입고시키는 경우가 많답니다.

출판 계약서 작성 후 꼭 봐야하는 1가지

우선 출판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면 기분이 뿌듯해요. 내 콘텐츠가 출판사가 선택할 만큼의 기대 가치가 있는 작업이구나 하고 검증받은 기분이 들 테니까요. 특히, 출판사와 계약하고 나면 에디터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는데요. 출판 계약을 하기 전 에디터 및 편집장과 제 책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대화를 나눈 상태인데 그 과정이 계약 성립의 주요 요소이기도 하거든요. 그럼 계약을 마쳤으니 다시 작가는 작가의 역할만 하면 될까요?

아닙니다. 계약은 시작을 뜻하지요. 계약은 책임을 뜻하고요. 100% 완결된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작가는 편집장, 에디터, 디자이너 그리고 인쇄과정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게 되어 있습니다. 나는 작가니까 글만 완벽하게 넘기고, 나머지 디자인과 인쇄 이런 것은 에디터와 출판사에서 알아서 하겠지 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말이 작가가 디자인도 관여하고, 인쇄 감리도 꼭 가야한다 이런 뜻은 아니지만 얕게라도 책이 완결될 때까지의 전 과정에 관심을 두고 팀의 호흡에 함께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계약을 하는 순간부터는 개인의 글이 아니라 팀이 함께 만들어가는 글로 바뀌니까요.

내가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해두어도 어떻게 그릇에 담고, 테이블 세팅해서 손님 앞에 따뜻하게 낼 수 있는가에 따라 음식의 맛과 평가는 달라지잖아요. 책도 같아요. 작가가 디자인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인쇄 감리를 가지는 않아도 우주의 기운을 모아 잘 인쇄 되어라 하고 힘을 보탠다면 책은 잘 나올 수밖에 없답니다. 출판 계약 작성 시 주의할 점이 바로 이 ’우주의 좋은 기운‘이라면 믿어지십니까? 진짠데.


출판 계약을 앞두고 계신다면 이성작가의 글에서도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출판 계약서 작성 시 주의할 점들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책 출간은 몇몇 특별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습니다. 소설가나 시인처럼 전문적으로 글을 쓰거나, 대학 교수와 같이 전문 지식을 생산해내는 경우, 혹은 일부 유명인에게만 ‘작가’라는 호칭이 붙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출판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져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작가의 범주도 확장되었죠. 웹툰, 웹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