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 목표로 ‘독서’를 꼽은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도 새해에는 좀 더 다양한 책을 읽어보려 하는데요. 영상 매체도 좋지만 긴 호흡의 텍스트만큼 오래 기억나지는 않잖아요. 양질의 책을 좀 더 많이 접하는 것을 2022년 목표로 삼았답니다.

저는 대개 스스로 책을 고르지만 책 추천을 받는 일도 많은 것 같아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누가 읽고 좋았다고 이야기한 책들도 캡쳐를 해둔 뒤 한꺼번에 주문하는 편이고요. 물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선택하고 실패도 하면서 안목이 생기는 게 사실이죠. 그럼에도 새해를 맞아 제가 그동안 읽었던 책 중 공유하고 싶은 책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박완서, 『나목』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전시 제목에 직접적으로 ‘나목’이라는 단어를 썼더라고요. 박완서의 『나목』을 다시 펼쳐볼 수밖에 없었답니다. 박완서와 박수근의 만남은 유명한 일화죠. 그래도 잠깐 설명하자면, 박완서는 6.25 전쟁 중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미8군 PX의 초상화부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된 거죠. 그러다 1968년 열린 박수근의 유작전을 보고 그에 대해 증언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아 『나목』을 썼다는 일화인데요. 전시를 보고 온 날, 고등학생 때 읽었던 『나목』을 다시 펼쳐 단숨에 읽어내려 갔어요. 낮에 보고 온 박수근의 그림이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느낌이었어요. 전시와 소설을 세트로 추천하고 싶네요. 전시는 3월 1일까지입니다.

“그는 자기만의 고독을 아무에게도 나누려 들지 않듯이 나도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나만의 일이 있는 것이다.”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데이터 분석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데이터를 통해 미래의 지도를 그려줍니다. 저는 평소에 ‘미래’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큰 편인데요.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1899년 소스타인 베블런은 자본소득이 높아 노동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을 유한(有閑)계급, 즉 한가로운 계급이라고 불렀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포스트 베블런’ 시대가 왔다는 거예요. 과거에는 여가와 사치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일하는 게 지위의 상징이 되었다는 거죠. 다소 충격적인 내용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가볍게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니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을 만들거나 장인이 되는 것. 즉 프로바이더가 되거나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1등이 되어야 하고요. 가운데는 없어요. 결국 이 이야기의 무섭고도 슬픈 결말은, 우리가 완전체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한, 『삶은 왜 의미 있는가』

일상을 잘 영위해 나가다가도 때때로 인생의 의미에 대해 의문이 드는 날이 있죠. 인생이 살 만하지 않다고 느낄 때,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지 반성이 들 때, 더 나은 길로 삶의 경로를 바꾸고 싶을 때, 내 삶의 방식에 납득할 만한 확신을 갖고 싶을 때 이 책이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에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뼈 때리는’ 문장들뿐이거든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을 때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느슨하게 정의된 ‘행복’은 허공의 충동과 의무감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천양희, 『벌새가 사는 법』

시집도 한 권 소개해보려 합니다. 이전에 발행한 글 <문장력 향상에 도움되는 책 추천>에서 몇몇 시집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요. 사실 시는 취향을 많이 타기 때문에 추천한다는 게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뒤편>이라는 제목의 시 한편을 소개해보는 것으로 갈음해보려 합니다.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퍼진다 / 저 소리 뒤편에는 /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 저 모습 뒤편에는 /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더불어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죠. 저는 대학생 때부터 알랭 드 보통의 글들을 읽었던 것 같아요. 『불안』, 『여행의 기술』, 『동물원에 가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같은 그의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저는 그의 책 중에서 비교적 최근에 나온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이 가장 좋았어요. 예술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는지, 어떻게 우리의 감수성을 훈련시켜 타인의 필요를 감지하게 만드는지, 어떻게 인생의 이상을 우리의 마음에 새기는지, 어떻게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도록 돕는지 등을 알랭 드 보통의 시각으로 읽어볼 수 있어요.

“예술이란 현재를 앞질러 가, 자연이 우리를 데려갈 종착점에 대비해 우리의 합리적, 감각적 자아를 준비시켜주는 상상의 힘이기 때문이다.”

최진석, 『경계에 흐르다』

최진석 철학자는 대중적으로도 많은 활동을 하는 분인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팬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최진석 님의 책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글, 유튜브 영상 등도 시간 내서 찾아보죠. 그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일 던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은 대중 철학서나 인문학 서적으로 볼 수 있는데, 저는 이 책이 ‘예술’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어요.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가 진선미(眞善美)라면, 진선미 중 가장 높은 가치는 바로 미(美)라는 거죠. 인생을 예술에 경지에 이르게 하기 위해 해나가야 할 것들을 제시해줍니다.

“예술은 모든 정해진 것들에 저항하면서 생명을 유지한다. 그런 예술적 생명력이 저항하며 흘러 남긴 흔적들이 미술사를 이루고 음악사를 이룬다. 저항의 기운은 그래서 예술의 원천이다. 삶의 탁월성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이주은, 『그림에, 마음을 놓다』

스테디셀러라 이미 접해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읽어본 그림 에세이 중 가장 좋았던 책입니다. 1권이 『그림에, 마음을 놓다』이고, 2권이 『당신도, 그림처럼』인데, 모두 좋았어요. 요즘에야 마음을 위로해주는 심리 치유 에세이가 많아졌지만, 이 책이 처음 나온 2008년만 해도 비슷한 책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자가 큐레이팅한 그림들도 좋고, 그림과 더불어 풀어나가는 이야기들도 좋아서 지금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구독자님께서는 편안하게 책을 집어 드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난 언제나 네 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