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직업인 사람들은 매일 어떤 책을 읽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아마도 자신이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접하는 책도 많이 달라지겠지요. 자료 조사가 목적이라면 자신이 쓰는 글의 주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책을 주로 볼 것이고, 영감을 얻고자 한다면 문학의 도움을 빌릴 수 있겠죠. 저 또한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이 글을 써나가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도 ‘문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받은 책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앞서 밝힌 바 있듯이, 저는 글쓰기에 있어서 글의 형식과 문단 구성, 문장의 배치, 리듬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것들이 잘 조화되면 문장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시집

- <님의 침묵>, <김수영 전집>, <즐거운 편지>,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듭니다>, <말랑말랑한 힘>, <먼 곳>,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문장력과 시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 시집을 접하면서 제 글쓰기가 한 단계 진보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즈음 저는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논술과 작문 시험에서 어떤 맺음말을 사용할지가 고민이었어요. 마지막 문장을 잘 써서 여운을 남기고 싶은데, 그게 참 잘 안되더군요. 그때 학교 선배가 “시집을 읽어보라”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반신반의했지만, 하루에 한 권씩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도서관 서가에 꽂힌 시집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는 단지 짧은 형식의 글인 것이 아니라, ‘상징’을 사용해 생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글입니다. 그렇기에 짧은 문구 안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있죠. 여운을 남기는 문장을 쓰려면 함축적인 단어들을 잘 사용해야 합니다. 내용을 정리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더라도 마지막 문장만은 좀 더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 필요하죠.

가령 도종환 시인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라는 시를 예로 들어보죠. 시인은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시계의 시침이 가리키는 지점에 비유한 것이 인상 깊죠. 빠르게 흘러가는 인생에 관한 글을 쓰게 된다면 한 번쯤 활용해볼 만합니다. 그는 또 “내 생의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라고도 덧붙입니다. 저는 이 시구에서 ‘치열함’과 ‘벌레 먹은 자국’을 대비시킨 부분이 좋았는데요. ‘벌레 먹은 자국’은 치열함 뒤의 노력과 상처, 회복할 수 없는 트라우마 같은 것을 상징하겠죠. 청춘에 관한 글을 쓰게 된다면 저도 비슷한 대조를 사용해볼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

이밖에도 시의 운율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언어의 리듬을 익힐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시의 운율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글에 리듬을 주는 방법을 알려드리기에는 제가 아직 부족합니다. 다만 저는 시처럼 읽히는 산문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제가 할머니가 되었을 즈음 이 목표가 달성될까 말까 하기 때문에 여러분들께서도 이러한 방법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방법을 따라해보고는 싶지만 어떤 시를 읽어야 할지 막막한 분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시집 몇 권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저는 동시대 시인들의 시보다는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보았던 시인들을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김수영의 <김수영 전집>,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같은 시집을 좋아합니다. 함민복 시인의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듭니다>, <말랑말랑한 힘> 등도 추천해보고 싶고요. 문태준의 <먼 곳> 또한 시인의 세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는 어려운 비유나 은유 없이 일상의 언어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시들이 담겨 있습니다. 조금 쉬운 시를 원하시면 박노해 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도 좋습니다. 대략적인 가이드는 드렸지만, 전 어떤 시집이든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시를 읽는 습관을 갖게 된다면 글을 써나가는 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훈의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