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베스트셀러를 자주 찾아 읽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베스트셀러 같은 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신가요?

저는 반반입니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무조건 읽지도 않지만,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한두 권 집어오기도 하지요.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베스트셀러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것 같긴 합니다. 단지 잘 팔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으로만 생각하는 것이지요. 대중적인 취향과 거리를 두려는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고요. 그럼에도 저는 베스트셀러가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사람들에게 소구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잖아요. 그것이 내용이든, 마케팅이든 말이죠.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한승혜 작가의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는 베스트셀러 28권을 직접 읽고 비평한 책입니다. 저자는 “베스트셀러 같은 것 좀 읽지 말라”라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보고 이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소위 ‘있어 보이는’ 책이 아니면 부끄럽게 여기는 풍조를 의아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타인이 어떤 의도로 그 책을 읽는 줄 모른 채 취향이 저급하다거나, 책을 모른다는 식으로 업신여기는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고 합니다.

"베스트셀러 읽어요, 말아요?"

베스트셀러를 고르는 이유

사람들이 베스트셀러를 읽는 이유는 무슨 책이 좋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초보 독자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은 책이나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유명 작가의 책이라는 것이지요. 낯선 장소에서 식당을 골라야 할 때 그나마 검증된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건데요. ‘베스트셀러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다’라는 출판계의 격언(?)과 비슷한 맥락이죠. 한 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 계속해서 판매가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안전한 선택’을 위해서 베스트셀러를 고른다는 저자의 주장에도 동의하지만, 저는 요즘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에 반응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베스트셀러를 읽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트렌드가 궁금해서 인데요. 거창하게 말하면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현재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해 그것을 제 삶에 적용하고 글에도 녹여내곤 합니다. 가령 ‘밀라논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장명숙 작가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같은 베스트셀러를 보면, ‘멘토’에 대한 요청이 다시금 늘어나는 사회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요. 우리는 언젠가부터 ‘어르신’이라는 존재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다가 코로나 이후로일상이 혼란스러워지자 다시 길을 정해주고 알려주는 멘토를 찾게 되었죠. 이렇듯 베스트셀러에서 사회를 읽는 키워드를 찾아내는 것도 세상의 변화를 읽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스트셀러’와 ‘베스트셀러 현상’은 다르다

방금 제가 이야기한 내용은 ‘베스트셀러’보다 ‘베스트셀러 현상’에 주목한 것에 가깝죠. 그러니까 일반 독자가 베스트셀러 독자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기자나 평론가들은 베스트셀러를 만든 사회적 요인이나, 베스트셀러에 드러난 욕망의 지형도 등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이지요.

‘베스트셀러 현상’ 말고 ‘베스트셀러’ 자체에 주목해서 좋았다고 생각한 책도 물론 있어요. 65만 부가 팔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그것인데요. 제 첫 책에 사피엔스를 인용하기도 했었죠. 인류가 신성한 우주적 계획의 일부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망상에 가깝고, 그저 진화 과정의 산물일 뿐이라는 말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이렇듯 망치로 머리를 쾅 하고 내려치는 듯한 책을 접한 뒤 세계관에 변화가 오는 경험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한승혜 작가도 『사피엔스』에 대해서 언급을 했네요. 인간의 상상력이 오늘날의 거대한 문명을 이룩하게끔 한 원동력이라고 이야기한 부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베스트셀러의 특징

베스트셀러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공통점이 있을까 싶은데요. 한승혜 작가는 이 책들의 공통점으로 ‘쉽다’는 점을 꼽습니다. 어렵고 현학적인 학술서보다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읽기 편한 책들이 많았다는 거죠. 저도 이 말에 동의해요.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인 책들 중 지나치게 어렵거나 난해한 책은 못 본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긴 해요. 저는 책이든, 콘텐츠든, 예술 작품이든 그것이 뛰어난 경우에는 여러 층위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어떤 작품이 뛰어나다면 그것은 지식이 많은 사람에게든 적은 사람에게든, 미감이 높은 사람에게든 낮은 사람에게든 소구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죠.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같은 경우 어린아이가 읽어도, 오랫동안 학식을 쌓아온 교수가 읽어도 모두에게 울림을 주잖아요. 피카소의 그림도 마찬가지고요. 단순히 ‘쉽다’, ‘어렵다’라고 표현하기 전에 누가 읽어도 그 안에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승혜 작가가 분석한 28권의 책 중에는 다양한 층위를 담아낸 베스트셀러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저자는 “욕하더라도 알고나 욕하자”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요. 대부분의 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평을 했더라고요. 결국 ‘베스트셀러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저자의 집필 의도에서는 벗어나게 된 것이죠.


라이팅듀오의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최근 어떤 책을 주로 읽고 계신가요? 읽고 계신 책들 중 베스트셀러도 많이 포함돼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현재 댓글 기능을 개발 중이라고 하니, 그 전까진 이메일(writingduo.official@gmail.com)이나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해도 좋을 것 같아요.